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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먼다큐 삼세번의 힘!
방송가 ‘닫힌 마음’ 여는 프로그램 인기
‘세번의 만남’ 반복 취재로

인물과 거리 좁히기 성공


‘다큐 3일’ 별도 섭외 없이

72시간 현장 밀착 동행

작지만 꾸밈없는 감동선사


한국인에게 3이라는 숫자는 각별하다. ‘하나 주면 정 없고 두 개 주면 싸운다’며 꼭 세 알의 사탕을 손에 쥐여주던 어린 시절의 우격다짐과, 삼세판은 해야 한다는 가위바위보에서도 숫자 3은 어김없이 머리를 내민다. KBS2 ‘세 번의 만남’과 ‘다큐멘터리 3일’도 3이라는 숫자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지난 1월 8일 문을 연 ‘세 번의 만남’은 ‘첫 번째 만남은 우연, 두 번째 만남은 필연, 세 번째 만남은 인연이라 부른다’는 표어 아래 장재인, 양방언, 김수로, 레슬러 김남훈을 세 번 만났다. 꼬박 72시간을 한자리에서 찍는 ‘다큐멘터리 3일’은 ‘3일째 들어서야 사람들이 마음과 말문을 열기 시작한다’고 주장한다. 이 프로그램에 ‘3’은 낯섦을 떨치고 비로소 사람과 사물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는 최소한의 숫자다.

‘세 번의 만남’은 등장인물과 제작진 간에 이뤄지는 일종의 ‘소개팅’이다. ‘세 번은 만나봐야 그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제작진은 첫 만남의 풋풋한 설렘과 다음 만남을 기다려야 하는 이별의 아쉬움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는다. 약속 시간보다 늦게 나타나서 늘어놓는 싱어송라이터 장재인의 변명, 헤어질 때 아쉬운 듯 손을 흔들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놓치지 않는다. 마지막 날 장재인이 힘든 시절 즐겨먹었다는 치즈케이크를 품에 안긴 제작진은 촬영이 끝난 후 그가 게시판에 남긴 응원의 메시지를 자랑하듯 화면에 담는다. 

오른쪽은 세 번의 만남 ‘장재인’ 편. (위부터 아래로)다큐멘터리 3일의 ‘북촌에서 아침을’ ‘서해 최북단 연평도 72시간’ ‘못골시장에서의 3일’.
‘세 번의 만남’의 이지희 PD는 “수일 연속 집중해서 촬영하는 방식보다 2~3주에 걸쳐 세 번을 만나는 방식을 통해 등장인물과 제작진, 시청자들의 심리적인 거리가 점차 좁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등장인물과 처음부터 거리를 두고 조금씩 그의 성격과 생각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 등장인물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시작하는 ‘인간극장’식 촬영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3일’은 특정 공간에서 72시간 동안 관찰하고 기록하는 독특한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를 미리 섭외하지 않고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즉석에서 취재한다. 뉴욕 코리아타운, 중계동 백사마을, 해방촌과 인천 소래포구에서 제작진은 탈진상태에 이를 만큼 끈질기게 사람과 공간에 카메라를 비춘다. 카메라가 사람, 공간에 스며들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제작진은 72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다큐멘터리 3일’의 원희정 작가는 “첫날 인터뷰를 피하시던 분들도 2, 3일째에는 마음을 열고 가슴에 담아뒀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촬영한 순서대로 순차편집을 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인터뷰의 내용도 깊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72시간의 기적은 출연자들의 마음속에서도 일어난다. 귀찮은 듯 손사래를 치던 출연자들도 촬영 마지막 날 섭섭한 마음에 제작진의 두 손을 꼭 부여잡는다. 원 작가는 “목포 다순구미 마을에서 인터뷰에 응해주신 할머니와 3일간 정이 많이 들었다. 마지막 인터뷰를 하면서 울먹이던 할머니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아마존의 눈물’, ‘차마고도’ 등 대작 다큐멘터리와 ‘그것이 알고 싶다’, ‘PD수첩’과 같은 사회고발성 다큐멘터리가 양대 산맥을 이루는 가운데, 현장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두 프로그램은 거칠지만 가공되지 않은 진실을 풀어낸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오늘 춥죠’와 같은 통속적인 질문들이 3일, 또는 3번의 만남 동안 만들어낼 드라마가 궁금하지 않은가.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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