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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레인지 속 밀폐용기가 `펑'...위험 경보

음식을 담는 강화유리 식기가 갑자기 폭발하는 등 자체 파손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집에서 사용하는 주방용기가 스스로 깨진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2006년께 플라스틱 재질의 주방용 밀폐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의 유리 소재의 밀폐용기 선호도가 높아졌지만 이마저도 자체파손 사고가 잇따르자 소비자들은 “마음 편히 쓸 보관용 용기가 없다”며 아우성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강화유리 용기와 관련된 상담 건수는 지난 2006년 26건, 2007년 28건, 2008년 21건, 2009년 32건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 2010년 한해동안 전국소비자상담센터(1372)에 접수된 강화유리 용기 자체파손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도 총 29건. 이중 식기에 대한 신고는 9건이었으며 이중 3건은 식기 파손으로 소비자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에 살고 있는 주부 조인혜(29)씨는 지난 14일 찬 밥을 강화유리 용기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넣고 2분 30초 정도 데우는 과정에서 용기가 깨지는 사고를 경험했다. 찬 밥이 담겨있던 유리 그릇이 상단의 테두리 부분을 제외하고 산산조각이 났다. 조씨는 “전자렌지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광고를 보고 구입했다. 그릇이 산산조각나 깨지는 모습을 실제로 보니 겁이 났다”며 불안해했다.

아무런 충격을 주지 않았는데도 용기가 파손된 경우도 있다. 생후 10개월이 갓 지난 아이를 둔 이미주(32)씨는 이유식을 담아 둔 350㎖ 강화유리 용기에 ‘퍽’하며 깨지는 사고를 경험했다. 이씨는 “그릇이 깨졌고 콩알같은 유리 알갱이가 튀어 올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6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한 소비자가“싱크대 천정에서 강화유리 용기가 폭발해 손목에 유리파편이 박혀 다쳤다. 왼쪽 어깨에도 타박상을 입었다. 해당 업체에 치료비를 요구했지만 소용 없었다”고 글을 올리는 등 용기 파손으로 부상을 입은 사례도 제기됐다.

전문가들도 강화유리의 자체파손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김선욱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급냉을 하다보면 겉면은 차가운데 내부는 아직 뜨거우니까 수축하게 된다. 안팎으로 힘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유리가 균일하게 강화되지 않으면 자연발생적으로 금이 갈 수 있다. 자동차 앞면 유리처럼 평평한 유리는 강화하기가 쉽지만 식기처럼 굴곡이 있는 경우에는 균일하게 냉각하기 어렵다. 강화유리 식가 마치 폭파하는 것처럼 깨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내 강화유리업체 A사는 자체파손의 가능성을 일축하며 “아무리 강화유리여도 소비자들이 떨어트리는 등 급격한 충격이 가해지거나 세척 과정에서 흠이 생기면 파손이 될 수 있다. 또한 우리 제품은 일반 내열유리제품과 마찬가지로 열충격강도가 120도까지 가능하다. 떨어트리거나 심한 충격을 받아 깨지지 않는 이상 전자레인지에 넣고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신동욱 한양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도 “강화유리 식기의 경우 완전 강화가 아닌 반강화 제품이다. 강화 정도가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자체 파손에 의한 피해는 거의 전무하다. 지나치게 센 열충격을 받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최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강화유리 식기를 내열유리제 식기에 포함시키는 ‘한국산업규격 내열유리제 식기(KS L2424) 개정안’을 예고하면서 강화유리 자제파손 위험성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현재는 내열유리를 ‘붕규산염 유리와 결정화 유리 및 알루미나 규산염 유리 등 팽창계수가 규정수준(0~300℃) 이하인 식기’라고 규정하는데, 지난해 10월 기술표준원이 예고한 개정안에는 ‘강화처리하여 내열성을 부여한 유리’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논란이 커지자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현재 강화유리의 내열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다시 진행 중이다. 실험결과에 따라 개정안 수정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최소한 자체 파손의 위험성을 판매 단계에서 명확히 설명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대형마트 주방식기용품 코너에서 만난 주부 홍모(50)씨는 “그릇이 폭탄도 아니고 갑자기 터지면 어떻게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나. 최소한 그런 위험성이 있다는 걸 업체가 먼저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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