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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노래 다른 느낌’ 수지 VS 이종용 ‘겨울아이’
생긋 웃으며 ‘겨울아이’를 불렀다. 이 노래를 부르는 ‘싸가지’ 혜미에게선 어느새 한 뼘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린예고의 월말평가를 준비하며 배운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노래를 불러줄 때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을 ‘재수탱이’ 고혜미는 이제야 알았다. 그 마음을 불러주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곁을 지켜주면서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설 땐 밥맛이기도 하지만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17일 ‘드림하이(KBS2)’ 5회 방송분에서 고혜미(수지)는 ‘겨울아이’를 불렀다. 한 때는 단짝이었으나 이제는 원수보다 못한 옛 친구 윤백희(함은정)과의 대결이 걸린 월말평가였다.

평가방식은 의외로 간단했지만 어려웠다. 노래방 기계로 노래를 부르지만, 실제 받게 되는 점수는 기계의 것이 아닌 청자들의 반응이었다.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은 노래에 가장 높은 점수가 주어진다. 집중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몰입도가 높다는 의미, 노래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곧 ‘뛰어난 감정 전달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였다.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이번 승부는 혜미의 승이다. 앞서 말한 대로 이날 방송에서 흐른 '겨울아이'에는 누군가 들어주길 바라는 진심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혜미였던 수지의 ‘겨울아이’로 들어가보자. 드라마상 혜미는 성악을 공부했다. 성악가가 부르는 '가곡이 아닌 장르'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모든 노래를 성악화하는 데서 오는 어색한 느낌을 받아봤을 것이다. 수지의 노래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소 성급한 판단이다. ‘남자의 자격-하모니’ 편에서 성악을 전공한 배다해가 맑은 음성으로 노래하듯 수지의 ‘겨울아이’에도 배다해의 것과 같은 물기 어린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기억과도 맞물린 노래였다. “생일이 언제인지 모른다”는 그 소년 진국(택연)을 위해 불러주던 노래가 바로 이 노래였다. 반주가 얹어진 수지의 목소리는 지난 3회 방송분에서 불렀던 맨디무어의 ‘Only Hope’ 때보다 더 힘이 실렸다. 여릿했던 수지의 목소리에 감정이 섞이면서 얻어진 결과였다. 이날 ‘드림하이’에서 가수의 길을 가는 아이들에게 수차례 강조됐던 ‘진심’이 담긴 노래였다.

원래 이 곡은 1990년 발표된 가수 이종용의 노래다. 꽉 채워진 사운드를 대신해 통기타 소리를 뒤로 하고 흐르는 포크 감성의 노래였다. 수지의 ‘겨울아이’와는 달리 느린 템포에 실리는 멜로디와 목소리는 후렴으로 들어가기 이전까지는 다소 쓸쓸함마저 준다. 이제는 가수가 아닌 목회자의 길을 걷는 이종용의 ’겨울아이’는 함박눈이 촘촘히 떨어지는 짙은 겨울밤, 오두막으로 지어진 카페에서 진한 커피를 마시며 듣기에 어울리는 노래였다. 지나간 젊은날을 회상하듯이 말이다.

수지의 것은 이와는 전혀 다른 해석이 됐다. 보다 밝았고, 10대 소녀의 수줍음마저 느껴졌다. 어린 소년 소녀의 예쁜 마음이 이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랬다. ’생일 축하합니다’라며 겨울에 태어난 아이를 축복해줄 때, 단둘이 있기보다는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두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 더 어울리는 노래였다. 혼자라기보다는 함께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해주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같은 노래를 부르는 느낌은 달랐지만, ’겨울아이’라는 ’생일’ 노래, 혹은 ’겨울’ 노래를 통해 시청자가 받은 느낌은 하나였다. 지나간 청춘의 세대에겐 아렷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열병같은 청춘을 앓을 세대에겐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게 되는 것, 아이돌 스타들이 범람하는 드라마가 선택한 이 노래는 노래 자체로서 세대를 초월한 의외의 반응을 가져다줬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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