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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한국과 비슷한 듯 다른 태국 여자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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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우승 각축을 펼친 패티 타바타나킷(오른쪽)과 아타야 티티쿨. [사진=게티 이미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태국 여자골프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것이 지난 주 태국에서 열린 LPGA투어 경기인 혼다 LPGA 타일랜드다. 우승자가 가려진 최종라운드는 태국선수들이 주도했다.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패티 타바타나킷은 지난 2월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한 태국 선수다. 아깝게 우승을 놓친 아타야 티티쿨은 만 18세의 골프 신동으로 이미 14세의 어린 나이에 유럽여자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역전우승에 성공한 에리야 주타누간은 '태국판 박세리'로 2017년 6월 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이들 외에도 LPGA투어에서 활동중인 태국 선수는 많다. 에리야의 언니인 모리야 주타누간이 있고 포나농 패트럼, 재스민 수완나프라, 파자리 아나난루캄, 위차니 미카이 등 여러 명이 뛰고 있다. 놀라운 것은 수많은 주니어 골퍼들이 성공을 꿈꾸며 실력을 쌓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박세리가 개척자 역할을 한 후 ‘세리 키즈’들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처럼 태국에는 수많은 ‘주타누간 키즈’들이 있다.

무엇이 태국 여자골프를 강하게 만들었을까?

좋은 연습환경과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인생역전을 꿈꾸는 태국 가정의 올인 문화를 꼽아야 한다. 태국엔 대략 300개 정도의 골프장이 있는데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라운드를 할 수 있으며 원하면 언제든 필드에서 숏게임을 연습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그린과 벙커 등 코스 컨디션도 좋은 편이다.

아시안투어에서 뛴 한국선수들은 대부분 태국선수들의 쇼트게임 능력이 뛰어나다는데 동의한다. 어려서부터 좋은 환경에서 연습한 결과다. 주니어 골퍼들에게 폐쇄적인 한국의 골프장과는 달리 태국 골프장들은 주니어 골퍼들에게 개방적이다. 태국 선수들의 손 감각이 좋은 점도 쇼트게임이 좋은 이유라는 의견도 있다.

태국 골프의 뒤엔 대기업의 후원이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싱하그룹이다. 싱하는 맥주와 음료, 부동산 개발이 주 업종인 태국의 대표적인 재벌 기업으로 골프선수의 후원과 대회 후원, 태국골프협회 지원 등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패티 타바타나킷은 싱하그룹의 장학금 지원으로 미국에서 골프를 할 수 있었으며 프로입문 전엔 미국의 골프 명문대학인 UCLA에서 뛰었다. 싱하그룹 외에도 시멘트와 건축 자재 업종의 SCG와 식품과 이동통신, 편의점 사업 등을 주로 하는 CP그룹 등이 골프선수 후원에 적극적이다.

태국 가정의 ‘올인’ 문화도 우리와 비슷하다. 태국에서 골프를 하는 주니어 골퍼들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에리야-모리야 주타누간의 부모는 방콕의 한 골프장에서 대형 프로샵을 운영했다. 타바타나킷은 어려서 국제학교를 다녔을 정도로 부유한 가정 출신이다. 태국의 부모들은 자녀를 골프선수로 키우기로 결정하면 모든 걸 함께 한다. 한국의 부모처럼 운전은 물론 숙식을 함께 하며 자녀들을 적극적으로 뒷바라지한다.

주니어 골퍼의 숫자가 줄고 있는 한국과 달리 태국은 성공적인 롤 모델들이 계속 등장하면서 주니어 골퍼의 숫자가 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여자골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미국이 아닌 태국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우리로선 국내 여자투어인 KLPGA투어가 매년 성장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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