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마흔네 살에 독학으로 프로 골퍼가 된 김용준 프로(KPGA)는 스스로를 ‘뱁새’라 부른다. ‘황새’인 엘리트 골퍼에 견주어 하는 얘기다. 뱁새 김 프로가 땀 흘려 터득한 비결을 레슨 영상으로 담은 ‘유구무언(有球無言)’ 레슨을 연재한다. ‘입 구(口)’가 있어야 할 자리에 ‘구슬 구(球)’를 넣었다. ‘볼 앞에서는 말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황새와 다른 뱁새가 전하는 비결이 독자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사회인 제자가 라운드 했다면서 연락을 해왔다. ‘겨울 골프 치고는 샷은 기가 막히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점수는 별로였단다. 이유를 물었더니 쓰리 퍼트를 여러 개 했다고 한다. 어쩌다 그랬느냐고 위로를 겸해서 물었다. 서너 발짝 퍼팅을 많이 놓쳤단다. 안타까웠다. 하지만 위로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스승의 숙명 아닌가.

나는 냉정하게 지적할 수밖에 없었다. ‘실은 서너 발짝 짜리를 놓친 게 문제가 아니다’라고. 그 거리에선 프로 골퍼도 열 개 중 두어 개 정도 밖에 넣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미국 PGA투어 평균이 1.8야드에서 50퍼센트 정도라는 설명도 보태면서. 1.8야드라면 두 발짝 남짓한 거리 아닌가?

결국 제자가 남발했던 쓰리 퍼트는 ‘서너 발짝을 놓친 것이 아니라 첫 퍼트를 1.8야드 안에 붙이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풀이를 해줬다. ‘이런 일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롱 퍼트를 더 연습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롱 퍼트는 암기과목과 같아서 공부를 조금만 하면 바로 성과가 나온다. 설마 나만 그런가? 제자는 푸념하듯 따졌다. 롱 퍼트를 연습할 곳이 없다고. 그렇긴 하다. 하지만 나는 ‘그 골프장에 얼마나 일찍 갔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가서 퍼팅 연습 했었는가? 제자는 우물쭈물 할 뿐 답을 못했다. 안 봐도 뻔했다.

필드에 갈 때는 최대한 시간을 버는 것이 뱁새가 롱 퍼트를 상당히 잘 하는 비결이다. 티오프 시간 보다 최대한 일찍 가서 연습하는 것 말고 다른 길이 많지 않다. 혹시 라운드 끝내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샤워하러 간 사이에 반성 퍼트 연습까지 한다면 나와 비슷한 부류다. 김용준 프로(KPGA 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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