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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다클래식 홀대론... 더CJ컵 흥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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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혼다클래식에는 2년전 챔피언 리키 파울러, 디펜딩챔피언 저스틴 토마스 등이 출전해 체면을 세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중에서는 38년으로 가장 오랜 스폰서 명칭을 유지하는 혼다클래식이 올 시즌 조정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미국 골프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27일(한국시간) 켄 케너리 혼다클래식 운영위원장의 말을 빌어 스폰서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PGA내셔널 챔피언코스에서 1일부터 열리는 이 대회는 지난해 출전했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대형 스타들이 연이은 대회 불참하는 사태를 맞았다.

스폰서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은 우즈와 매킬로이가 자택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살면서 불참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매킬로이는 2012년 이 대회에서 우승해 세계 골프랭킹 1위에 올랐다. 당시 우즈는 일요일에 62타 맹타를 휘둘러 2위를 했고 지난해는 12위로 마쳤다. 두 선수 모두 이 코스를 아주 좋아하지만, 올해 불참하게 된 건 스케줄 조정 때문으로 전해졌다.

케너리의 난감함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마스터스 챔피언 패트릭 리드, 메이저 우승자 키건 브래들리와 브랜트 스네데커(이상 미국), 루이 우스투이젠(남아공)에 유럽 출신 이안 폴터, 토미 플릿우드(이상 잉글랜드) 등 지명도 높은 선수들이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없다.

144명의 풀 필드 대회에서 상위권 랭커들이 대거 빠졌다. 올해는 세계 골프랭킹 20위 중에 3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저스틴 토마스, 4위 브룩스 켑카, 6위 리키 파울러만 출전한다. 랭킹 톱 25위로 넓히면 6명이고 톱 50위면 12명이 출전한다. 지난해 톱 25위 중에 10명, 톱 50위 중에 19명이 출전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줄었다. 5년 전만 해도 세계 랭킹 톱8이 모두 출전했던 것과는 완전 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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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트랩으로 악명높은 PGA내셔널은 코스 난이도도 높지만 올해는 유독 출전 선수들의 랭킹이 낮다.


스케줄 변화로 흥행에 치명타
1972년 재키글리슨인버레리클래식에서 시작한 혼다클래식은 1982년에 일본 기업 혼다가 스폰서가 된 이후로는 올해까지 38년째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메이저를 제외하면 PGA투어에서 가장 오래 대회명을 유지하는 대회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스타를 붙잡지 못한다. 올해 총상금 20만 달러를 늘렸다지만 총 680만 달러는 주변의 대회들에 비하면 꽤 적은 편이다.

8월말에 끝나는 올 시즌 PGA투어 스케줄이 나오면서 혼다클래식은 미국 서부 해안의 대회 일정과 맞물린 WGC대회 한주 뒤로 옮겨졌다. 게다가 다음 주에는 플로리다 올랜도의 베이힐에서 아놀드파머인비테이셔널(총상금 910만 달러), 그 다음주에는 ‘제 5의 메이저’로 불리는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1250만 달러)이 연달아 있다.

케너리 위원장은 “멕시코챔피언십 뒤로 간 것도 도움이 안 됐지만 그 뒤에 큰 대회가 줄줄이 와서 더욱 곤란해졌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대회 스케줄이 좁혀지더라도 서로 침범하면 안 되는 데 이번엔 7주간 대회가 연속된다. 그 와중에 혼다클래식은 쉬어가는 대회로 전락했다.”

대회장 근처에 사는 우즈는 지난주 멕시코 원정을 다녀온 뒤에 이번 주 휴식을 취하고 다음 주엔 8번이나 우승했던 베이힐에 출전한다. 지난주 멕시코 대회를 출전했던 매킬로이 역시 베이힐에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갈 예정이다.

케너리 위원장의 큰 고민은 이게 올해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금과 같은 스케줄이라면 재계약을 해야 하는 2021년이면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주변의 큰 대회에 못지않은 상금을 대폭 올리는 방안이 있을 수 있으나 주변 대회가 챔피언에게 3년간 출전권 보장을 해주고 규모와 인지도에서 높은 만큼 혼다클래식 흥행 전망은 밝지 않다. 그는 “투어 사람들이 우리 사정을 이해할 것”이라면서도 “대회가 너무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당혹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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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후 인터뷰에서 환하게 미소짓는 브룩스 켑카.


더CJ컵의 필드파워 변화
올해 10월 중순에 제주도에서 열리는 PGA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의 상황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총상금이 지난해보다 25만 달러(2억7975만원) 올라가지만 스케줄상 신설된 일본의 조조챔피언십에 밀려 주요 선수들의 출전이 저조해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흥행 자체에도 걸림돌이 있다. 더CJ컵이 열리는 같은 주에 한국 주요 선수들이 많이 활동하는 일본남자프로골프(JGTO)투어의 최대 메이저 대회인 일본오픈이 열린다. 국내에서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KB금융스타챔피언십이 개최되니 흥행 요소가 분산된다.

더 우려되는 건 더CJ컵의 필드파워(Strength of Field)에 있다. 더CJ컵 다음주 일본에서 신설되는 조조챔피언십이 도쿄 인근 치바에서 열린다. 그 다음 주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챔피언스다. 지난해까지는 말레이시아의 CIMB클래식 다음에 더CJ컵이 열려서 지명도 있는 선수들이 그나마 한국 대회를 거쳐 중국으로 향했지만 올해는 한국이 첫 대회이고 일본을 거쳐 중국의 WGC 대회로 이어진다.

미국, 유럽 선수들에게 언어도 낯설고, 음식과 환경이 다른 아시아에서 3주 연속 출전하는 건 만만찮은 일정이다. PGA투어는 대체로 한국보다 일본 시장을 우선 순위에 둔다. 조조챔피언십은 JGTO와 PGA투어와의 6년 계약 공동 주관 대회지만 더CJ컵은 KPGA가 배제된 PGA투어만의 10년짜리 단독 대회다.

올해 10월 중순 공동개최를 놓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의 관계가 벌어져 있다. 그런 마당에 PGA투어 단독 주관 대회인 더CJ컵에서 주요 PGA투어 흥행 선수들마저 불참한다면 CJ그룹이 애초 PGA투어와 맺은 협상력 자체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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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발표된 KPGA스케줄 살구색은 미정인 총상금 5억원 대회, 노랑색은 PGA투어 더CJ컵. 올해 17개 대회가 모두 열려야 총 146억원이 되고. 3개가 무산되면 131억원으로 CJ컵보다 약간 많은 액수가 된다.


국내 대회에서 활로 모색하라
PGA투어 제네시스오픈의 메인스폰서인 현대자동차 그룹은 국내 선수 육성을 목표로 한 제네시스챔피언십을 2017년 창설하면서 국내 남자 골프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타이거 우즈재단이 주관하는 이 대회는 내년에는 인비테이셔널 대회가 되면서 상금도 격상시킬 예정이다. 지난해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태희는 올해 제네시스오픈에서 출전할 기회도 얻었다.

골프에 애정이 많은 CJ그룹은 국내 처음으로 PGA투어 정규 대회를 개최하는 과감한 투자를 했다. 그러면서 ‘한식의 세계화와 한류 문화의 글로벌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동시에 한국 남자 골프도 육성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사실과 거리가 있다. 지난해 CJ그룹의 초청을 받은 8명 중에 한국 선수는 한두 명에 그쳤다.

27일 나온 올해 한국남자프로골프(KPGA)투어의 17개 개최 스케줄에 3개는 확정되지 않은 채로 이가 빠져 발표됐다. 국내에 유일한 PGA투어 정규대회이며 올해 확정된 14개 코리안투어 대회 총상금과 맞먹는 상금 규모를 가진 더CJ컵이 올해 꼭 해보았으면 하는 흥행 요소가 있다. 국내에 작게나마 대회를 만드는 것이다.

얼마의 상금을 들여 어느 투어에서 대회를 여는 건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이니 가타부타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왕 ‘한국 남자 골프의 후원’을 표방했다면 매년 쪼그라드는 국내 투어를 위해 최소한 더CJ컵의 올해 증액되는 상금 정도라도 할애해서 국내 남자 대회를 하나라도 만들면 얼마나 멋진 상생의 모습일까 싶다.

올해 비어있는 KPGA의 빈 주가 너무나 많다. 국내 남자 골프 선수들은 PGA투어가 국내에서 화려하게 열리는 것보다도 당장 대회 하나 더 나가는 것을 절실하게 반긴다. 그렇게 만들어진 KPGA용 더CJ컵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나 혹은 3위까지 PGA투어의 더CJ컵에 출전권을 주는 모습이면 가치와 의미가 산다.

실제로 올해 신설되는 조조챔피언십도 2주전 열리는 브리지스톤오픈의 3위까지 출전권을 주기로 했다. 국내 투어를 육성해서 해외 투어에 내보낸다는 논리다. 그런 대회가 생긴다면 KPGA와 PGA투어를 연결하는 CJ그룹의 진정한 마음의 다리가 세워지게 될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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