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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완욱의 골프주치의] (18) 주니어들의 골프입문에 대한 고언(苦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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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30년 가까이 주니어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부모님 손에 이끌려오는 아이들을 참 많이 접해왔습니다. 대개 비슷합니다. “우리 아이가 공부는 영 안 돼서...”라며 골프를 해도 괜찮겠냐고 물어옵니다. 골프 자질에 대한 테스트도 한 번 해달라고 하고요.

그러면 저는 부모님을 제쳐놓고 아이에게 묻습니다. “골프를 왜 하려고 하니?”라고 말입니다. 대개 아이는 바로 답을 내놓지 않습니다. 조금 더 편한 분위기가 되거나, 여러 번 물으면 아이는 답합니다. “공부 안 해도 되잖아요”, “돈 벌려고요”, “프로 되면 좋잖아요” 등. 이 역시 대부분 비슷하죠.

그런데 이런 얘기들은 제가 생각하는 답이 아닙니다. 조금 학문적으로 말하면 동기는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보통 아이들이 답하는 얘기들은 후자에 해당됩니다. 보상을 바라는 것이죠.

내적 동기는 “그냥 좋아서요”, “골프만 생각하면 행복해요”와 같은 내용들입니다. 내적 동기가 충만한 선수들은 골프 자체에 행복감을 느끼고, 연습이 하고 싶어 그 다음날이 기다려지죠.

이 내적 동기는 타고난 재능(신체조건 포함)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저는 그래서 내적 동기를 확인한 후에 선수의 체격이나, 몸상태, 운동신경 등 타고난 재능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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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골프선수의 길을 선택하는 데는 어른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정리를 하면 이렇습니다. 골퍼로 성공하는 데는 결정론과 의지론, 두 요소가 필요합니다. 타고난 재능이 결정론이죠. 부모님의 우수한 유전자를 받으면 체격조건이 좋고, 운동신경도 뛰어나겠죠. 미LPGA의 코다 자매 같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동기(내적 동기+외적 동기)가 의지론입니다. 즉, 열심히 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 동기도 내적 동기가 보다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자, 이렇게 결정론과 의지론, 두 가지를 모두 갖췄다면 톱골퍼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로서 탐나는 주니어선수이기도 하죠. 타고난 재능에서, 스스로 열심히 하니 성공하는 겁니다.
두 가지를 조합하면 4가지죠. 이 중 최선을 얘기했으니, 최악도 간단히 언급하겠습니다. 두 가지 모두 없다면 당연히 골프를 시작하면 안 됩니다.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고역일 뿐입니다.

문제는 둘 중 하나만 있는 경우입니다. 먼저 타고난 재능은 있는데, 골프에 흥미가 없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도 골퍼로 성공할 확률은 아주 떨어집니다. 대신 좋아하는 다른 분야를 찾으면 됩니다. 미술 음악 무용 사업 등 정말이지 많은 대안이 있습니다. 또 스포츠만 해도 골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프로스포츠에서 올림픽 종목만 30개가 넘는 시대입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혹은 종목)을 시키는 편이 성공확률이 높습니다.

마지막은 타고난 재능은 부족한데, 열심히 하는 타입입니다. 이게 가장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골프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는 축구에서 정말 많이 나타납니다. “저도 박지성처럼 열심히 하면 (축구선수로) 성공할 수 있지 않나요?”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지만, 인간승리의 노력으로 성공을 거두는 운동선수가 있죠.

이 대목에서 냉정해져야 합니다. 그 확률이 어느 정도일까요? 프로스포츠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1,000명의 주니어선수 중 프로선수로 성공하는 확률은 채 10명이 안 됩니다. 어느 정도 재능과 의지가 있어도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의지만 가지고 그 길을 택할 필요가 있을까요? 왜 ‘만 분의 1’을 선택해야 합니까?

물론 골프가 좋다면 꼭 투어프로가 아니라도, 골프와 관련된 직업을 택하면 됩니다. 지도자, 마케터, 피팅전문가, 토너먼트 대행, 골프장 운영, 용품생산, 에이전트, 스포츠변호사, 골프라이터(기자), 해설자, 캐스터 등 정말 많은 일이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골프는 장점이 많죠.

문제는 골프의 자질을 타고나지 못했는데, 무조건 투어프로의 길을 선택하는 겁니다. ‘하다가 안 되면 레슨 등 다른 쪽으로 바꾸면 되지’라는 생각이 큰 오산입니다. 제가 해봐서 아는데(^^) 다른 사람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적성에 맞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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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들의 골프입문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아이들의 행복이다.


또 골프선수를 하다가 중간에 골프와 관련된 다른 분야로 방향을 바꾸는 것 자체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공부를 해야할 중요한 시기에 운동에만 몰입한 까닭에 기초지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죠. 특히 ‘운동 몰빵’ 문화가 심한 한국에서 심각합니다. 여기에 억지로 선수의 길을 걷는 과정에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지만 그건 자기가 좋아서 하는 분야에서, 성공의 가능성이 열려 있을 때 얘기입니다.

주니어를 가르치는 지도자는 냉정한 판단으로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또 절대로 상업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재능도 부족하고, 의지도 없는데 지도자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골프를 권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만일 부모가, 혹은 아이가 골프입문을 타진해왔다면 지도자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 두 가지 요소 즉, 재능과 의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재능의 경우, 척 보고 아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데이터로 측정해 제시해야 합니다(어떻게 아이의 재능을 파악하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고유수용성감각 등 운동생리학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의지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이와 충분히 대화한 후에 판단해야 합니다.

유태인의 부모는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사기나 남을 해하는 일이 아니면 아이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합니다. 한국의 부모님은 다 그렇지는 않지만, 아이의 재능이나 적성보다는 부모들이 바라는 미래를 권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심한 경우 아이들의 내적 동기까지 조작하려고 하죠.

지금 한국에서 많은 주니어들이 골프를 택하는 선택과정이 정상적일까요?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갖는 영향력은 크지만, 행복의 절대기준은 아닙니다. 부모가 골프를 좋아하고, 자신이 운동신경이 좋다고 아이도 그럴까요?아이가 좋은 유전자만을 물려받지는 않습니다.

아이의 미래, 아이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부모, 아이, 지도자가 잘 소통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올바른 선택이 나와야 합니다. 지금도 많은 돈을 들여가며 골프에 올인하는 주니어골퍼들이 많습니다. 또 우리 아이들에게 골프를 권하는 부모들은 계속 나올 겁니다. 부디, 신중하고 또 진정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 나왔으면 합니다.

참, 주니어 때 선수가 아닌 취미로 골프를 배우는 것은 권합니다. 물론 이것도 본인이 좋아해야 합니다. 골프 잘 치면 향후 어른이 돼서 직장생활이나, 여가활동으로 아주 좋습니다. 이렇게 즐겁게 취미로 골프를 즐기다가 먼저 의지론을 확인한 후 타고난 재능을 고려해 선수의 길을 고민해야 합니다(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이렇게 하죠). 다시 말씀 드리지만 공부가 안 되거나, 부모가 좋아하는 것은 아이의 골프입문에서 전혀 고려할 것들이 아닙니다. 골프에 대한 결정론과 의지론(특히 내적 동기), 이 두 가지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 최완욱 프로. 마일스톤 골프 아카데미 원장. 체육학 박사. 타이틀리스트 TPT 교습프로. 이승연(KLPGA) 등 프로와 엘리트 선수는 물론이고 주말골퍼들에게도 친절한 맞춤형 레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8년 여름 레슨 어플리케이션 ‘이어골프’를 내놓았다. 티칭프로와 교습생이 한 자리에 없더라도 스윙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보내면 그것을 분석하고 해법을 파악해 다시 보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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