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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24] 360도 골프장의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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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360도 골프장의 프리스타일 골프대회에 출전한 '정신병동 팀'의 포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한국 골프 문화에서 딱딱하고 형식적인 드레스코드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지난 여름 혹서기를 지나면서 반바지를 허용하는 골프장이 대폭 늘었다. 동시에 클럽하우스를 들어갈 때 재킷을 입어야만 하고 만약 없다면 골프장에서 빌려주는 촌극은 이제는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필드에서 모자는 꼭 써야 하고, 상의는 하의에 집어넣어야 하는 정도는 아직도 어느 정도 지켜지는 룰이기도 하다.

자기 마음대로 옷을 입고 골프를 즐기는 것도 해봄직한 상상이다. 지난 5일 경기도 여주 360도컨트리클럽에서는 올해 7회째 프리스타일 골프대회를 진행했다. 개장 이듬해부터 시작한 이벤트는 이제 360도 골프장의 주요 연례 행사가 됐다. 참가팀은 스타일이 자유로움을 넘어 창의적이었다. 통일된 것은 골프화일 뿐, 나머지 의상은 총천연색에다 재기발랄한 스타일들이 시도되었다.

정신과의 간호사와 환자 복장을 차려입은 정신병동 팀은 무대의상을 제대로 갖췄다. 거지팀은 진짜로 다 떨어진 런닝에 새마을 모자를 썼다. 스트리트파이터 팀은 오락 화면에서 튀어나온 코스 프레 행사장을 방불케 했다. 이밖에 찜질방 팀, 무한도전 팀, 배드민턴 팀, 웨이터 팀, 킬빌 팀, 섹시마녀 팀, 수중탐험대 팀 등이 차려입은 복장 그대로 라운드를 했다. 그리고 라운드를 마친 참여자들이 직접 베스트 드레서상과 베스트 포즈상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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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거지팀의 적나라한 포즈.


360도 컨트리클럽 임직원들도 가장행렬에 동참한다. 직원들은 중국, 멕시코 전통의상과 스시 요리사 등 캐릭터 복장으로 고객을 안내했다. 라운드 중에도 다양한 게임 아이디어가 나왔다. 파3 홀에서는 핀이 2개가 꽂혀 있어서 어디든 가까운 홀에 넣으면 되었다. 기적의 퍼팅, 맥주를 선사하는 드라이빙 존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펼쳐졌다. 지난해는 미녀와 죄수, 어우동, 바비걸, 여전사 등 과감한 복장들이 눈길을 끌었다면 올해는 4명이 서로 어울리는 스토리에 방점이 찍혔다. 어우동 복장으로 스윙까지 하는 건 좀 무모한 도전이었지 싶다.

정유천 360도 대표는 “처음에는 직원들의 튀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는데 해가 갈수록 점차 재미와 인기를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스타일 대회는 지난달 5일 접수를 시작한 이래 5일 만에 마감되었다고 했다. 단지 뽐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회 참가자들에게는 골프용품과 주방가구, 영화예매권, 애완용품, 여주특산품 등 다양한 상품이 선물로 주어진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상품도 풍성하지만 축제에 참여해, 마음대로 입고서 골프하고 싶은 마음이 이 대회에 출전하는 첫 번째 이유라고 말한다.

매년 늦여름에 대회를 여는 것도 이유가 있다. 정 대표는 “혹서기를 지날 무렵 골퍼들이 아직은 더운 복장으로 골프장을 와야 하는데 이때 마음껏 자유복장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듣고 있던 한 참가자가 은근슬쩍 거든다. “비키니가 등장할 날이 오겠죠?”

과연, 이날도 어떤 팀은 웃통을 거의 벗다시피 상체와 맨살을 드러내고 라운드했다. 짐승 가죽을 두른 채 들판을 달리면서 사냥을 하던 원시인의 심정이 그랬을까? 들판에 나와 클럽을 들었을 때 마냥 들뜬 기분이 드는 건 원시 시대부터 축적된 수렵인의 본능이 작동하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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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파이터 팀이 라운드중에 포즈를 취했다.


2011년12월에 개장한 360도골프장은 공들여 만든 퍼블릭 코스다. 제주도와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을 설계한 유명 설계가 브라이언 코스텔로가 코스 디자인을 했고, 퍼블릭으로는 과감하게 양잔디를 페어웨이에 깔았다. 특히 클럽하우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가 참여해 공들여 건축했다.

개장 이후로 360도는 다양한 이벤트를 꾸준하게 시도했다. 개장 첫해에는 치는 타수만큼 그린피를 내도록 하는 기발한 이벤트를 진행했었다. 이듬해 겨울에는 눈 쌓인 골프장에서 스노골프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지난 2014년에는 에너지드링크업체 레드불이 주최한 레드불 파이널5를 개최하기도 했다. 18홀 라운드 중에 14번 홀부터 마지막 5홀에서만 점수를 계산하는 경기로 유러피언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도 시행된 이벤트를 세 차례 예선전과 최종전까지 치렀다.

최근에는 서울고등학교 35회 동창 200여명이 참석한 동창 라운드를 열기도 했다. 골프장이 대중화되면서 이같은 아이디어 이벤트가 늘고 있다. 정 대표는 골프가 일상 속의 문화로 접어들기를 바란다. 그래서 매년 이같은 색다른 시도를 반긴다. 대회를 하루 이벤트로 열면 경영면에서는 적자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밀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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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5일 제7회 프리스타일 골프대회에 출전한 참가자들의 단체 사진.


정 대표는 “직원들은 행사를 위해 몇 주 전부터 공고내고 준비하고 다양한 상품도 준비해야 하고, 행사 당일은 아예 골프장을 비워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처럼 골퍼들이 마음껏 즐기고 뽐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골프장의 역할이면서 의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참관한 국내 대기업 골프장 관계자는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벤치마킹 소감을 말했다. 골프장에서는 드론 영상팀을 불러 이들의 다양한 포즈와 골프 스타일을 영상에 담았다. 마치 하나의 유쾌한 영화 홍보영상을 보는 것 같다. 내년에는 이보다 더 자유롭고 과감한 스타일이 나올 수 있을까? [사진 및 영상=360도골프장 제공]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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