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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병철의 생체세상] 일본으로 간 탁구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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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일본 탁구원정대. 뒷줄 왼쪽 세 번째가 김홍전 사장.


일본의 하치조(팔장도) 섬은 도쿄에서 남쪽으로 287km, 미쿠라 섬에서 남동쪽으로 75km 떨어져 있다. 이즈 제도의 화산섬으로 도쿄도가 관할하는데, 면적은 여의도의 20배이고, 인구는 7,000명 정도다. 별명이 ‘도쿄의 하와이’로 한때는 일본에서 신혼여행지로 큰 인기였다. 일본에서도 제법 ‘시골’에 해당하는 이곳에서 제법 유서깊은 생활체육 탁구대회가 매년 열리고 있다. 하치조 섬의 도민 탁구대회인데 올해로 꼭 50주년이었고, 지난 11월 11, 12일 열렸다.

한국과 일본, 중국, 미국을 오가며 패션사업을 하는 김홍전 사장(60)은 2001년부터 이 대회에 출전해왔다. 특별히 올해는 한국의 탁친(탁구친구) 6명과 함께 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생활체육 탁구붐이 일고 있다. 동호인이 100만 명에 달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생체탁구대회가 열리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라켓을 쥐고 땀을 흘린다. 재미 있고, 운동효과가 높고,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까닭에 인기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일본, 그것도 섬까지 가서 탁구를 즐기는 것은 좀 이색적이다. 사연은 이렇다. 탁구에 푹 빠진 김 사장은 사업상 일본, 중국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예 현지 탁구동호회에 가입했다. 한중일 3개국에서 탁구동호회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00년 도쿄의 킹콩(KingKong) 탁구동호회를 택했다. 올해로 45주년을 맞은 유서 깊은 동호회다. “만약 일본에서 탁구를 안 했으면 술을 먹는 등 쓸데없는 곳에 돈과 시간을 썼을 겁니다. 탁구를 하니 건강도 좋아지고, 일본 사람들과 깊숙이 사귈 수 있어 사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김 사장은 아예 ‘킹콩’의 임원이 됐다.

그런데 이 킹콩 동호회는 매년 하치조 섬의 탁구대회에 참가했다. 이에 2001년 한국사람으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에 김 사장이 참가했고, 올해까지 7번째가 된 것이다. 그리고 올해는 하치조섬 대회가 꼭 50주년을 맞이한 까닭에 한국의 ‘탁친’들까지 부른 것이다.

결론적으로 김홍전 사장의 탁구원정대는 대성공이었다. 현지 하치조 섬 사람들의 환대에, 탁구를 통해 교류를 하니 원정대원들은 평범한 관광에서는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탁구관광이죠. 탁구도 치고, 하치조 섬도 구경하고, 여기에 현지분들과 교류하니 정말 좋습니다.” 김홍전 사장을 따라 일본 탁구원정대에 나선 박현순 씨(59)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박 씨에 따르면 하치조 섬 대회는 한국의 생활체육대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치조시마 지역의 한 초등학교 체육관이 대회 장소였고, 탁구대는 15대가 놓여 있었다. 유년부 청년부 장년부 노년부로 구분됐고, 개인전 7단체전에 혼합보식까지 탁구를 사랑하는 동호인들의 잔치가 이틀간 진행됐다. 참가비 1,000엔(약 9,800원)에 각종 시상품과 경품까지 대회 디테일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정대의 성적? 호스트격인 김홍전 사장은 4명이 겨룬 조별예선에서 1승2패로 탈락했다(시상이 없는 하위조행). 그런데 하필이면 1승1패에서 만난 상대가 원정대 멤버인 다니엘 슈무츠 씨(35 대학교수). 그는 한국계 독일인으로 한국에서도 전국적으로 알려질 정도로 탁구실력이 빼어나다. 김 사장이 슬쩍 “당신은 2승이고, 나는 1승1패니 살살 쳐주라”고 말했다가 “스포츠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일축당했다. 다행히(?) 이 슈무츠 씨가 승승장구, 개인전 우승까지 차지해 한국 탁구원정대의 위상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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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일반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다니엘 슈무츠 교수(가운데).


김홍전 사장은 “저희가 진짜 민간외교관이에요. 하치조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2년 전에 하치조의 초등학교 탁구선수 8명을 한국으로 초대했지요. 이번에 함께 하치조 섬 대회에 출전한 김훈 씨가 숙식을 책임졌고, 주세혁 선수는 모교인 대광고에 이들을 데려가 합동훈련을 시켰어요. 심지어 주 선수의 아버지는 일본의 꼬마선수단 전원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기도 했지요. 탁구를 통한 이런 교류의 재미는 정말 쏠쏠합니다. 감동적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쯤이면 정말 ‘탁구환자(탁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이렇게 부른다)’다. 김홍전 사장은 지난 4월 분당에 아예 탁구장을 하나 열었다. ‘정자 디펜스 탁구클럽’이다. 주세혁과 같은 수비스타일로, 전국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유했는데 이왕이면 수비탁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싶어서 간판에 ‘수비’를 넣었다.

“탁구, 정말 좋습니다. 일단 재미있고요, 건강에 좋고요, 그리고 사람 사귀는 데 좋습니다. 아이들은 두뇌발달에 좋고, 어른들은 부상없이 언제 어느 때나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세요.” 한국을 넘어 일본과 중국, 심지어 미국까지 가 생활체육 탁구를 즐기는 김홍전 씨는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 스포츠는 엘리트선수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죠. 하지만 스포츠미디어는 자본의 문법에 따라 인기종목과 스타선수만 주목합니다. 이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은 평범한 우리네 이웃이 스포츠를 통해 삶의 질을 높여가는 모습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생활체육 전문칼럼인 '유병철의 생체세상'에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또 생활체육과 관련해 알리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einer6623@naver.com으로 언제든 연락 바랍니다. <편집자 주>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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