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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훈의 빌드업] (29)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한 경기’ 한 대학 졸업반 축구선수의 각오

  • 2017-09-11 22:27|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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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 구본형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 [사진=김효선]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대학 축구 시즌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곳곳에서는 취업 소식이 들린다. “OO대 O번은 A구단으로 간다며?”, “B구단은 이번에 신인 O명 뽑는다더라” 등의 입소문이 돈다. 자유선발 이외에도 구단들은 우선지명권을 갖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미래도 결정한다. 구단에 선택받지 못한 자들은 구단으로부터 우선지명 철회를 통보받는다.

경기대 구본형은 최근 경남FC와 결별했다. 경남이 구본형의 우선지명권을 철회한 것이다. 그는 진주고(경남FC U-18)를 거쳐 올해 경기대 4학년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다. 진주고에서 전국대회 준우승 2번과 주장 완장까지 찬 좋은 추억이 있지만, 경남구단과 점차 멀어졌다.

다소 아쉬운 점은 대학 4년 내내 단 한 번도 경남과 함께 운동을 하지 못했다는 것. 자신을 직접 어필할 수 있는 생존 경쟁에 직접 부딪치지도 못했으니 서운하다. 구본형은 올 시즌 하계훈련 도중 “훈련에 부르겠다”는 연락을 경남으로부터 받았다. 자비를 털어 구단에게 자신의 플레이 영상을 보내기까지 했지만, 결국 훈련은커녕 전화 한 통으로 “팀과 함께 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건네받았다. 구본형은 “조금은 빨리 풀어줬으면 좋았을텐데…”라고 말끝을 흐렸고, “그래도 구단에서 보고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지난해 경기대는 제47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예상을 뒤엎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에 탄탄한 수비를 앞세웠는데, 그 중심에는 구본형이 있었다. 성적이 나면서 프로행의 가능성을 꿈꿨지만, 물거품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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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가 지난해 추계연맹전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사진=정종훈]


당시 3학년이었던 구본형뿐 아니라 4학년이었던 주장 이정희를 비롯해 대다수가 취업에 실패했다. 성적을 거뒀음에도 선배들이 취업하지 못한 것을 보며 불안할 터. 게다가 구본형은 올해 4학년이기 때문에 취업의 문턱에 직면했다. 구본형은 “불안하다. 그래도 편안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걱정해봐야 뭐하겠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웃음)”고 말했다.

경기대의 체육부 사정이 넉넉지 못하다. 그렇기에 축구부는 제대로 된 훈련도 이행하지 못했다. 지난해 준우승으로 조금은 나아질 것을 기대했지만, 풋살장 잔디를 깔아준 것이 전부. 올 시즌을 준비하는 동계훈련조차 떠나지 못했다. 학교에 남아 좁디좁은 풋살장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설상가상으로 안 그래도 적은 축구부에 축구화를 벗는 인원이 발생했다. 14명의 적은 엔트리로 첫 대회에 나섰다. 지난해보다 더욱 상황이 악화됐다. 그럼에도 경기대는 제53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첫 번째 경기에서 조선이공대를 3-1로 격파하며 좋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곧바로 미흡한 모습을 보이며 단국대(0-2 패), 배재대(0-3 패)에게 거푸 무릎을 꿇으며 일찍 짐을 쌌다. 단국대와 배재대는 지난해 추계연맹전에서 승리한 기억이 있던 팀이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컸다.

많은 실점을 내준 구본형은 자책했다. 토너먼트에 진출하기 위해선 마지막 경기인 배재대에게 승리를 거둬야 했지만, 마음이 급한 나머지 실점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에는 4학년 최고참이 되었기 때문에 팀을 앞장서서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중됐다.

“3학년 때는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는데, 4학년이 되니 많이 힘들었다. 춘계연맹전 때 내 실수로 골을 내줘 나 때문에 떨어졌다는 생각이 컸다. 멘탈을 잡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됐다. ‘그만 둘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부모님과의 진지한 이야기 끝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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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은 담담하고 침착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경기대는 U리그에서 강호들과 5권역에 속했다. 올 시즌 추계연맹전 우승팀인 단국대를 비롯해, 중앙대, 홍익대, 선문대, 성균관대 등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경기대보다 앞섰다. 경기대는 리그 초반 반짝 리그 상위권에 진입했지만, 결국 리그 최하위(9월 11일 기준)로 왕중왕전 진출에서 멀어졌다. 구본형은 “선수층도 많이 얇고, 시즌을 준비하는 동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동계(훈련)를 가서 잘 했으면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는데...”라고 리그를 총평했다.

그는 절치부심했다. 동계와 달리 추계연맹전을 앞두고 하계훈련을 떠났다. 좁은 풋살장에서 벗어나 넓은 운동장에서 지난해 대회에서 보여준 돌풍을 떠올리며 의욕적으로 대회를 준비했다. 그 결과 예선전에서 유원대(4-0 승), 한중대(2-1 승)를 꺾고 32강에 합류했다. 32강에서는 인제대(4-1 승)를 넘으면서 다시 한 번 돌풍을 꿈꿨다.

하지만 그 돌풍은 16강 조선대(0-1 패)전에서 멈췄다. 승리의 신은 경기대를 돕지 않았다. 승부처에서 다소 애매한 판정으로 아쉽게 탈락했다. 구본형은 “없는 인원으로 정말 진짜 열심히 했다. 하계 때 다같이 의욕적으로 나서면서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다. 리그에서는 1, 2골을 내주면 약간 쳐졌는데, 이번 대회에는 1골을 먼저 내줘도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번 추계 대회를 허무하고 억울하게 떨어져서 더욱 아쉽다”고 회고했다.

이제 구본형은 4학년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오는 15일 단국대와의 U리그 5권역 최종전. 왕중왕전 진출을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지만, 그럼에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힘쓰고 있다. 어쩌면 마지막 축구인생이 될 수 있는 올해다. 구본형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후회 없이 하기 위해 굵은 땀을 흘리고 있다. 냉혹한 현실을 혼자 짊어지는 엘리트 선수들은 생각보다 가까이 우리 주위에 숨어있다.

■ 구본형 플레이 영상


[영상=풋앤볼코리아 한동균]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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