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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골프단 한-미-일 9승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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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클래식 전날 팀원 8명이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신지은, 지은희, 노무라 하루, 김지현, 김인경, 이민영2, 윤채영, 넬리 코다. [사진=K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우리 골프단은 사이가 좋아요. 다른 선수가 우승하면 내 일처럼 기뻐요.”

올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인경(29)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한화클래식 2017(총상금 14억원) 둘째날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이다. 김인경은 올해 한화그룹 이름의 꽃다발을 세 번 받았다. 우승한 다음 날이면 선수가 어디에 있건 현지 책임자급 임원이 꽃과 김승연 회장의 축전을 전달한다고 했다.

“단합이 잘 돼요. 서로 인사하고 가끔 밥도 먹고 잘 챙기죠.” 2009년 US여자오픈 우승자인 지은희(31)는 대회 2라운드에서 첫 홀부터 6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순위를 대폭 끌어올린 뒤 인터뷰에서 한화팀의 팀워크에 대해 설명했다. 심지어 “한화팀 감독님이 퍼팅을 봐주어서 6연속 버디를 한 것 같다”는 애교있는 아부(?)까지 했다.

3라운드에서 초청 선수로 온 제시카 코다(미국)는 7언더파 65타를 치면서 선두권으로 뛰어올랐다. 프레스룸에서 동생인 넬리 코다가 한화 팀원이 되었다는 사실을 부러워하면서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팀 한화(Team Hanwha)하면 선수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여느 팀과는 달리 피지컬 트레이너가 선수를 따라 다니며 관리하고, 대회가 열리면 투어밴이 선수들을 찾아가 보살핀다.”

올해만 9승으로 대박을 터트린 한화골프단은 2011년 만들어졌지만 연원을 찾자면 그보다 20여년은 더 올라간다. 한화그룹은 1990년 서울여자오픈을 IMF 외환위기 직전까지 8년간 개최했다. 이 대회는 구옥희 프로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승을 기념해 창설됐다. 당시로선 통 크게 해외 톱랭커를 초청했던 국제 규모 대회였다. 그러다 2011년에 한화금융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총상금 10억원 규모의 대회를 창설하면서 한화는 본격적으로 골프 마케팅을 재개했다. 대회를 여는 것과 동시에 윤채영, 유소연을 비롯한 여자 선수 5명으로 골프단을 창설했다.

창단 이후 6년간 팀원의 변동이 있었으나, 한화골프단은 꾸준히 이어졌다. 운영 철학은 가능성있는 선수를 발굴하거나 재기하는 선수를 영입해 성공하도록 후원한다는 것이었다. 유명 스타를 영입해 기업 브랜드 홍보에 활용한 게 아니라 지원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시드를 잃어도 계약금을 깎지 않고 계속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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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골프단을 이끄는 김상균 감독.


해외에서 골프 대회가 열리면 숙소를 예약해주거나 이동식 피트니스밴을 도입해 선수들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언제든 운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소속 선수가 귀국하면 계열사 골프장에서 자유롭게 훈련하도록 했고, 겨울에는 동계 훈련 캠프도 운영했다.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이민영과 윤채영의 빠른 투어 정착을 위해 현지 매니저를 고용해주기도 했다. 또한 골프단 스탭들은 선수간의 화합을 위해 애썼다. 주니어 골프선수 출신인 김상균 한화골프단 감독은 “팀 운영 원칙은 팀원의 우승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똑같이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2013년에는 지은희와 신지은을 영입한 데 이어 2015년에 모친이 한국인인 노무라 하루와 신장암을 극복한 이민영, 그리고 2012년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짧은 퍼트를 놓쳐 우승을 놓친 후 저조한 성적을 내던 김인경을 영입했다. 주변에서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어떤 선수는 슬럼프를 지나고 있었고, 어떤 이는 잠재력만 보였을 뿐이었다. 3월에 이민영은 수술을 받은 뒤였다. 한마디로 당장 우승을 거둬 후원사를 빛내줄 선수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주니어 생활을 한 노무라는 ‘여자골프의 추성훈’으로 불릴 정도로 사연이 많은 선수였다. 김 감독은 “영입할 때도 스타 선수를 영입하면 중심축이 기우니까 그러지 않고 성장 가능성이 있거나 재기할 수 있는 선수를 먼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서로의 기술 공여자가 됐다. 경기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주고받는 선후배 관계로 발전하면서 관계도 끈끈해졌다”고 덧붙였다.

주목받는 스타 선수를 마다하고 성장에만 매진했으니 우승 복은 뒤늦었다. 2012년 유소연의 한화금융클래식 우승 이래 창단 4년 여가 지나면서 단비가 내리듯 우승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2015년 윤채영이 프로데뷔후 9년 만에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했으며 노무라 하루가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역전우승했다. 2016년에는 노무라가 LPGA투어에서 2승, 신지은이 데뷔 135번째 대회(텍사스슛아웃)에서 첫 승전보를 전했다. 김 감독도 2015년 한화금융클래식에서 노무라가 우승한 뒤에야 마음 고생을 덜었다고 말했다. 그간 "골프단에서 우승이 없어 이러다가 해체의 운명을 맞는 게 아닌가 조마조마한 나날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저만의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룹에서는 선수들의 우승이 없었어도 꾸준히 믿고 후원해주었을 겁니다.”

지난해 팀 한화는 투어 7년차인 김지현을 합류시켰고, 올해 7월에는 제시카 코다의 동생이자 LPGA 투어에 갓 데뷔한 넬리 코다를 영입하면서 선수들의 국적도 한-미-일 진용을 갖췄다. 총 8명으로 롯데골프단과 인원이 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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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명으로 구성된 한화골프단.


그리고 올해 한-미-일본 투어에서 무려 9승이 폭발하듯 터졌다. 시즌 첫 우승은 3월말 일본으로 무대를 옮긴 이민영에게서 나왔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로 진출한 이민영은 데뷔 5경기째인 야마하레이디스오픈에서 첫승을 올리더니 7월에는 니혼햄레이디스에서 2승을 올렸다.

국내무대에선 김지현이 4월말 KG이데일리레이디스오픈에서 데뷔 8년 만에 124전125기 우승을 거두더니 6월에는 에스오일챔피언십과 KLPGA 메이저인 한국여자오픈까지 3승을 연달아 거두었다. LPGA투어에서도 텍사스슛아웃에서 노무라 하루가 연장 6번째 홀 접전 끝에 크리스티 커(미국)를 꺽고 우승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우승으로 재기의 기운을 얻은 김인경은 LPGA 메이저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올 시즌 3승의 쾌거를 달성했다.

롯데, CJ, 비씨카드 등 대기업들은 몇 년 전부터 골프단을 운영해오고 있다. 골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고 선수들이 해외 투어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 때문에 기업이 후원하기에는 이상적인 사회 공헌 활동으로 여자골프가 주목받는다. 이런 선의의 경쟁 분위기에서 올해는 스타가 아닌 성장성을 중심에 둔 한화의 골프단 운영 철학이 가장 빛을 발하는 것 같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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