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평창 앞둔 최민정, "첫 올림픽, 너무 기대돼요"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태원 기자] 쇼트트랙 '퀸'이 대학교 교정에 떴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19 성남시청)은 여느 대학생들과 같이 오전 강의를 듣고 나오는 길이었다. 그는 싱그러운 햇살만큼이나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 요즘 진짜 수업 열심히 들어요."

운동복 차림이 아닌 모습도 꽤나 잘 어울렸다. 하지만 이내 손사래를 친다. 뭐니 뭐니 해도 자신에게 편한 건 운동할 때 입는 옷이라며. 지난 3월 시즌 종료 후 학업도 소홀히 하지 않는 최민정을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만났다.

이미지중앙

한 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대학교 교정을 거니는 최민정. [사진=채승훈 기자]


■ 진선유 동경한 소녀, 꿈에 다가서다


최민정이 스케이트화를 처음 신은 건 여섯 살 때였다. 그저 스케이트를 타는 게 좋았고 막연하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꿈꿨다. 그가 쇼트트랙에 입문했을 때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에이스 진선유(29 단국대 코치)의 활약 덕에 세계 최강의 입지를 지킬 수 있었다. 진선유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을 차지하며 커리어에 정점을 찍었다. 최민정은 "진선유 선배님을 롤모델로 꼽고 싶어요. 스케이트를 너무 완벽하게 타셨거든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쇼트트랙을 잘 하는 선수가 아니었던 최민정은 중학교 2학년 때 자신의 꿈을 구체화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진정으로' 바라게 된 것이다. 구체화된 꿈은 최민정을 연습벌레로 탈바꿈시켰다. 중학교 3학년 때 주니어 선발전을 준비하면서 훈련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학교생활의 아쉬움은 뒤로 미뤘다. "물론 아쉽기는 해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었거든요. 그래도 저는 운동선수니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꿈을 향해 끊임없이 전진한 소녀는 세계무대에 등장하자마자 파란을 일으켰다. 최민정은 생애 첫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나이 겨우 열일곱이었다(2014~2015시즌). 기세를 이어 이듬해인 2015~2016시즌에서도 그는 적수가 없음을 확인했다. 세계선수권 종합우승 2연패를 이뤄낸 것이다. "그 상황에 놓였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스케이트를) 잘 탔던 것 같아요." 겸손함 속에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이미지중앙

최민정의 경기 모습. [사진=OSEN]


■ 세계선수권 종합 3연패 좌절, 그보다 소중한 경험

최민정은 2016~2017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6위에 그쳤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치지 않고 '평창 직행티켓'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결코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직전 대회까지 2연패를 달성했기에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최민정은 담담히 받아들였다. "준비가 부족했던 거죠. 저는 기술·경험·경기운영 측면에서 모두 부족한 선수예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선수는 없어요. 그래서 연습을 게을리 하면 안 되는 거구요."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 월드컵 2차대회(미국 솔트레이크시티) 1,500m에서 2분14초354로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내년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펼쳐진 월드컵 4차대회(강릉) 500m에서는 ‘단거리 강자’ 판커신(중국)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처음 나선 동계아시안게임(2017년 2월 삿포로)에서도 금2(1,500m, 5,000m 계주), 은1(1,000m), 동1(500m)를 수확했다.

그리고 지난달 8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전 종목을 석권하며 종합 1위로 당당하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는 "부담이 크고 긴장도 됐지만 예상보다 좋은 성적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돼 너무 기뻤어요. 자신감 가지고 경기에 임한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라고 당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이미지중앙

■ 대학생, 독서, 그리고 2018 평창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남시청에 둥지를 튼 최민정은 소속팀의 배려 속에 학업과 휴식을 병행하고 있다. 대학 동기들이 송도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어 외롭다고 했다. "학교에서 수업 듣고 집으로 가 제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제가 워낙 정적인 걸 좋아해서 독서가 저한테는 딱 맞더라고요. 학교 수업 때문에 고전 문학을 읽고 있는데 너무 어려워요(웃음). 소설이 부담 없이 읽기 좋은 것 같아요."

인터뷰 말미에 평창올림픽 이야기를 꺼냈다. 어떻게 준비할 생각이냐 묻자 최민정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항상 그래왔듯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주력할 생각이고, 진짜 후회 없이 준비해서 과정에 후회가 안 남게 최선을 다 할 거예요. 올림픽 금메달 정말 따고 싶거든요."

쇼트트랙이 '운명'이라고 자부한 그는 '항상 노력했고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선수를 평가하는 건 그 선수가 운동을 그만뒀을 때가 진짜라고 들었어요. 때문에 지금 당장 저의 실력을 속단하기에는 이른 것 같아요."

비시즌의 달콤함은 잊고 이제 곧 선수촌에 다시 들어간다. 최민정은 "입촌하면 내년 3월까지 죽어라 연습할 거예요. 처음 참가하는 올림픽인 만큼 부담이 크지만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반드시 좋은 성적 거둘 거예요. 지켜봐주세요"라며 포부를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남은 280일, 최민정의 꿈이 실현될 날이 머지않았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