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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골프의 신(神)은 왜 가르시아를 선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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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우승을 확정지은 후 팬들에게 손 키스를 날리고 있는 세르히오 가르시아. [사진=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골프의 신(神)은 끝내 ‘스페인의 별’ 세르히오 가르시아를 버리지 않았다. ‘명인열전’ 마스터스의 우승 트로피를 안겼으니 말이다. 마침 고인이 된 스페인 골프의 대부(代父) 세베 바예스테로스의 탄생 60주년이 되던 날 그린 재킷을 차지했으니 이날 승부 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가르시아는 천재성을 가진 골퍼였다. 3살 때 마드리드의 클럽 프로인 부친에 의해 골프를 시작한 가르시아는 12세의 어린 나이에 클럽 챔피언에 올랐다. 그리고 4년 후인 95년 유러피언투어에서 최연속 컷 통과 기록을 세웠다. 97년엔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프로 대회인 카탈루니아 오픈에서 우승했다. 정확하고 강력한 아이언샷이 주무기였다.

가르시아는 프로무대로 전향한 99년 여섯 번째 대회 만인 아이리시오픈에서 프로 첫 우승을 거뒀다. 그리고 그 해 PGA챔피언십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우승을 다툰 장면은 아직도 팬들의 뇌리에 생생하다. 로우 페이드 샷을 날린 뒤 폴짝 폴짝 뛰며 타구 방향을 쫒던 가르시아의 엣된 얼굴 말이다. 가르시아는 당시 19세의 어린 나이로 우즈에 이어 메이저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천재성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 때부터 메이저 불운이 시작됐는 지 모르겠다. 이번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73차례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없이 ‘톱10’만 22번을 기록했다. 2002년 US오픈에선 심한 웨글 동작으로 갤러리의 비웃음을 샀다. 일부 극성 팬들은 가르시아의 웨글 숫자를 소리내어 셀 정도였다. 가장 뼈아픈 건 2007년이었다. 그 해 3월 WGC-CA챔피언십 도중 쓰리 퍼트를 하자 홀에 침을 뱉었다.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그리고 4개월 후 잘못된 행동에 대한 저주를 받았다. 커누스티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에서 3타차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았으나 마지막 홀의 2.4m짜리 파 퍼트를 놓쳐 연장전 끝에 패했다. 패드리그 해링턴과의 4홀 연장전 도중 파3홀인 16번홀에선 티샷이 깃대를 맞고 핀으로부터 6m나 멀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2008년 오크힐스에서 열린 PGA챔피언십도 준우승이었다. 그 때 상대도 해링턴이었다. 메이저 우승 문턱에서 한 선수에게 두 번이나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잔인한 일이었다.

젊은 시절 가르시아는 이기적이었다. 그리고 너무 튀었다. 여성 편력도 대단했다. 스페인 국민들 조차 ‘끓기 전에 넘친 놈‘이란 조롱을 보낼 정도였다. 골프의 신(神)은 그런 가르시아를 번번이 외면했다. 하지만 세월은 흘렀고 그의 나이 어느덧 37세. 74번째 메이저 출전이었던 이번 제81회 마스터스에서 가르시아는 명승부의 주인공이 됐다. 연장전에서 나온 버디 퍼트는 미끄러지듯이 홀로 빨려 들어갔다. 골프의 신(神)이 심술을 부렸다면 볼이 홀을 핥고 나가도 무방한 까다로운 퍼트였다.

가르시아는 마스터스 3라운드를 마친 후 “몸이 건강해 20여 년간 수많은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며 “이번 대회에서 그린재킷을 차지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난 우승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가르시아는 이어 “지난 13년을 돌아보면 난 마스터스에서 우승이 아니라 2위나 3위를 위해 도전했다. 실력이 부족했다”는 말도 했다. 가르시아는 어느덧 세월의 풍파 속에 골프의 신(神)이 선택할 골프의 명인(名人)이 되어 있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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