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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5) 경동고 박건형 “나성범처럼 주자 지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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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와 내야를 거쳐 외야에 정착한 경동고 4번타자 박건형. [사진=정아름 기자]


“홈으로 쇄도하는 2루 주자를 송구로 죽일 때 그 쾌감이 정말 좋았어요.”

야구에서 흔히 ‘레이저 송구’라고 표현하는 보살은 야수가 직접 송구를 하거나 타구나 송구의 방향이나 속도를 바꿔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보살을 ‘assist’ 혹은 ‘baserunner kills’라고 표현한다. ‘강한 어깨 보증표’와도 같은 보살의 매력에 푹 빠진 야구소년이 있다. 2년 연속 경동고의 4번 자리를 꿰찬 박건형(17)은 고교야구 무대에서 ‘제2의 나성범’을 꿈꾼다.

박건형이 나성범을 롤 모델로 삼은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같은 좌타자에 투수출신 외야수.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나성범의 홈 송구는 박건형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5툴 플레이어’ 나성범을 동경하는 박건형은 "난 후하게 주면 '3툴 플레이어' 정도인 것 같다. 컨택, 파워, 수비는 자신 있지만 아무래도 스피드나 어깨는 아직 멀었다"며 본인을 냉철하게 평가했다.

박건형은 2학년이었던 지난 시즌 15경기에 나서 50타수 20안타(1홈런)으로 타율 0.400 장타율 0.600을 기록했다. 지난해 5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 가운데 장타율 6할을 넘긴 선수는 총 11명(3학년 7명, 2학년 3명, 1학년 1명). 그 중 한 명이 바로 박건형이다.

형제는 용감했다

롤모델인 나성범만큼이나 박건형의 야구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가족이다. 박건형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후 친형인 박재형(18 서남대)과 같은 팀에서 선수 생활을 해왔다. 한 살 터울인 이들 형제는 수유초를 시작으로 홍은중을 거쳐 경동고까지 언제나 함께였다.

지난해 나란히 3,4번으로 팀의 중심타선을 책임졌던 형은 이제 대학 무대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동생 박건형은 형이 못 다 이룬 프로 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올해 후회 없이 경기를 펼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 형제 뒷바라지에 고생인 부모님을 웃게 해드리고 싶다며 속 깊은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형이 처음에 야구를 한다고 해서 잠옷 바람으로 멋도 모르고 따라갔다가 저도 같이 야구를 하게 됐어요. 사실 부모님께서 처음엔 반대하셨죠. 아무래도 둘을 모두 뒷바라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 힘든 걸 감수하시고서 계속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시니 그것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항상 잘하고 나면 가장 먼저 연락하는 사람이 부모님이에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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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하드웨어가 장점' 박건형은 183cm 90kg의 탄탄한 체격조건을 갖추고 있다. [사진=정아름 기자]


박건형이 속한 경동고는 2017 고교 주말리그 서울권 B조에 속해 있다. 지난해 전국대회 2연패에 빛나는 덕수고를 비롯해 고교 탑랭커인 안우진이 버티고 있는 휘문고, 팔방미인 강백호가 이끄는 서울고 등 전력 차가 나는 팀들이 즐비하다.즉 ‘산 넘어 산’, 지옥의 조가 따로 없다. 필리핀 전지훈련에서 조 배정에 대한 소식을 들었던 경동고 선수들 역시 '아 어렵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3월 25일 열린 개막전은 덕수고와의 경기. 박건형은 이날 4번 타자이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팀이 1-5로 뒤진 8회 1사 만루 찬스에서 박건형은 4번째 타석을 맞았다. 앞선 세 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친 박건형이었지만 2타점 우전 적시 2루타를 때려내며 해결사의 면모를 선보였다. 박건형은 “경기 전부터 전력 차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 경기를 펼치다보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끝까지 집중했기 때문에 만회점을 뽑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경기 결과는 3-8 패. 패배 속에서 배울 것이 더 많은 법이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박건형은 “전지훈련에서 계속 대비를 했다. '전국대회 진출'을 목표로 앞만 보고 팀원들이 함께 열심히 달려왔기 때문에 그 노력이 꼭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라며 팀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언더독(승리의 가능성이 적은 약팀)의 반란은 스포츠의 묘미 중 하나다. ‘전력’이라는 틀을 깨고 공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박건형, 그리고 경동고의 도전은 지켜볼 만하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 )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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