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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렉시 톰슨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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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의 신고로 4벌타를 받고 연장전에서 패한 렉시 톰슨. [사진=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지금 농담하는 겁니까?(Is this a joke right now?)”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라운드가 열린 2일 미션힐스 컨트리클럽 다이나쇼 코스(파72). 3타차 선두를 달리던 렉시 톰슨은 13번 홀로 이동하면서 경기위원에게 4벌타를 통보받은 뒤 이같이 말했다.

톰슨은 시청자의 제보로 날벼락(?)을 맞았다. 전날 3라운드 도중 파3홀인 17번홀에서 30cm 거리의 파 퍼트를 앞두고 마크 후 볼을 리플레이스하는 과정에서 오소 플레이를 했다. 원래 지점보다 1cm 정도 앞에 볼을 리플레이스한 걸 TV 중계를 통해 발견한 시청자가 이메일로 뒤늦게 경기위원회에 신고했다. 톰슨은 오소 플레이로 2벌타, 스코어 오기로 2벌타 등 졸지에 4벌타를 받은 뒤 “우스꽝스럽다”며 눈물을 흘렸다.

남다른 가족사를 간직한 톰슨에게 불행이 닥치자 많은 이들이 그를 격려했다. 렉시의 어머니인 주디는 현재 남편 스콧과 결혼하기 전 스콧의 형인 커트와 결혼했다. 형 커트가 1983년 로키산맥에서 스키 사고로 사망하자 2년 뒤 동생 스콧과 재혼해 딸 렉시와 아들 커티스를 낳았다. 어머니가 시동생과 결혼해 아이 둘을 더 낳은 것이다.

집에서 TV로 중계를 지켜보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톰슨을 응원했다. 우즈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집에 있는 시청자가 경기위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힘내라 렉시! 우승하자!”라는 트윗을 날렸다. 동반 플레이를 펼친 수잔 페테르손조차 “포기하지 않는 톰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톰슨은 벌타를 받은 직후 곧바로 13번홀에서 버디를 잡는 등 2타를 더 줄여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톰슨이 72번째 홀인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2온에 성공하며 4.5m 거리의 이글 기회를 만들자 많은 갤러리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에 감동받은 듯 톰슨은 갤러리 스탠드를 지나칠 때 선글라스 아래로 흘러 내리는 눈물을 훔쳐낸 뒤 그린으로 향했다. 톰슨으로선 이글 퍼트가 들어갔다면 드라마틱한 승리로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글 퍼트는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승리의 여신은 2년간 무관으로 고통받던 유소연의 손을 들어줬다. 톰슨은 페널티의 악몽은 극복했지만 경쟁자인 유소연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SNS 상에선 톰슨에게 벌타를 준 LPGA투어 경기위원회를 비난하는 말들이 무성하다. 하지만 톰슨이 룰을 위반했다는 팩트는 바뀌지 않는다. 황당한 패배가 동정을 받을 수는 있지만 구제까지 받을 수는 없다. 톰슨은 이번 패배로 대신 팬들의 큰 사랑을 얻었다. 톰슨은 경기 후 “불행한 일이 일어났지만 이로 인해 내 뒤에 많은 팬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감동적이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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