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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14] 메이뱅크 대회와 말레이시아 베스트 코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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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뒤로 페트로나스 쌍둥이 타워가 보이는 로열 셀랑고르 올드 코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는 말레이어로 ‘흙탕물의 합류’를 뜻한다. 반도의 한가운데 저습지에 위치하는데, 19세기에 중국인들이 클랑강을 따라 주석 채굴을 하면서 점차 수도의 형태로 발전해나갔다. 그래서 다운타운 도심 속에 주석박물관까지 있다. 면적은 243㎢로 서울(605㎢)의 5분의 2정도에 활동 인구는 724만명 정도이니 인구 밀도가 제법 높은 편이다.

2차 세계대전 기간에 4년간 일본의 지배를 받았고, 57년 독립하면서 쿠알라룸푸르는 말라야연방의 수도가 됐다. 63년에 사바와, 사라왁과 싱가포르(2년 뒤인 65년8월9일 독립)를 합쳐 ‘말레이시아’로 오늘날의 국가가 세워진 뒤에도 쿠알라룸푸르는 수도였다. 2003년 인근에 위치한 푸트라자야가 조성되면서 행정 수도로서의 기능은 이전
했으나 여전히 경제와 문화의 중심으로 남아 있다.

인구 2,500만인 말레이시아에는 골프장이 200곳 있는데 코스 퀄리티는 뛰어나다. 영어와 말레이어가 통용되기 때문에 해외 골퍼들이 태국과 함께 많이 찾는다. 근대를 거치면서 영국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영국식 골프 문화가 일찍 시작됐다. 그렇기 때문에 200곳에 이르는 말레이시아 골프장의 상당수는 쿠알라룸푸르를 포함한 셀랑고르주에 포진한다. 그밖에 조호르와 코타키나발루 등에 코스들이 부분적으로 있지만, 그 숫자는 셀랑고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말레이시아의 베스트 코스들 중에 상당수는 쿠알라룸푸르를 중심으로 셀랑고르에 위치한다. 부킹 또한 어렵지 않다. 베스트 코스일수록 그린피는 여느 코스보다 비싸지만, 코스 퀄리티와 레이아웃, 만족도를 보면 추천할 만하다. 쿠알라룸푸르의 택시는 외국인에게 악명 높다. 미터를 찍지 않고 바가지를 씌우려는 기사들이 우글거리기 때문이다. 호텔을 통해 택시를 불러 골프장으로 가면 된다. 세계 골프장 전문 사이트인 톱100골프코스(top100golfcourses.com)가 꼽은 말레이시아의 베스트 코스들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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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톱100골프코스(Top100golfcourses.com)에 소개된 말레이시아 베스트 20 코스.


로얄셀랑고르 사우자나: 메이뱅크 개최지
말레이시아의 가장 오래된 로얄셀랑고르(Royal Selangor) 골프장의 시작은 1893년이다. 현재 자리에 설립된 건 1921년이고, 그해에 제1회 말레이시아오픈이 열렸으니 역사도 깊다. 올드 코스는 세계 최고의 골프정보 사이트인 톱100골프코스의 순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 13위에 올라 있다.

이 골프장은 총 54홀을 가진 도심 속의 정원같다. 코스 안에서 쿠알라룸푸르의 명물인 쌍둥이 페트로나스타워가 지척에 조망된다. 역사는 오래됐지만 비회원 라운드가 어렵고, 3000명이 넘는 회원만 별도 비용없이 라운드하기 때문에 코스 군데군데가 노후됐고, 잔디 관리도 떨어진다. 지난해 이곳에서 유러피언투어인 메이뱅크말레이시아가 열렸고 올해는 이웃한 사우자나G&CC로 대회장이 옮겨간다.

올해 메이뱅크대회가 열리는 사우자나 골프&컨트리클럽은 36홀로 팜 코스와 분가라야 코스로 나뉜다. 국제 대회를 주로 개최하는 팜 코스(파72 6,959야드)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코스 랭킹 8위다. 핸디캡 15 이상인 사람은 라운드할 수 없다는 내부 규정이 마련되어 있을 만큼 난이도 높다. 1999년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파3 2번 홀은 블랙티에서 216야드로 핸디캡 1번 홀로 꼽힌다. 벙커가 그린 앞뒤에 있는 데다 그린이 2단에 언듈레이션마저 심해 3퍼트가 심심찮게 나온다.

전장은 7천야드 미만으로 길지 않지만 굴곡 심한 페어웨이와 까다로운 그린으로 인해 코브라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반면 붕가라야 코스는 전장 6400야드로 악어라는 별명을 가졌다. 팜코스에 비해 평이한 편이고, 리조트 스타일이어서인지 스코어도 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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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GCC 웨스트 코스는 CIMB클래식이 열리는 곳이다. 3번 홀 그린 뒤로 빌딩숲이다.


TPC 쿠알라룸푸르: 서코스 1위 동코스는 10위
쿠알라룸푸르의 도심으로부터 8km밖에 떨어지지 않는 교통 요지 부킷 키아라에 자리한 말레이시아의 베스트 코스인 쿠알라룸푸르골프컨트리클럽(KLGCC)은 동서 코스 36홀의 회원제 골프장이다. 로빈 넬슨, 닐 하워드, 브레트 모그의 공동 설계로 1997년 개장했다.

골프장은 팜유 생산업체이자 다국적 기업인 사임다비가 소유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의 오피니언리더의 사교장으로 활용된다. 3500명에 이르는 KLGCC의 멤버십(그 중에 한국인은 150여명)은 말레이시아 왕실은 물론, 3부 요인과 고위관리 등 오피니언리더가 소유하고 있으며, 경제계를 움직이는 기업의 접대용 골프장으로도 지명도가 높다.

‘말레이시아의 근대화 설계자’로 불리는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전 총리가 81년부터 2003년 자진 퇴임할 때까지 22년간 장기 집권하면서 이룩한 경제개혁으로 말레이시아는 부유해졌고, 골프장도 국제화의 무대로 성장했는데, 그중 대표 코스가 KLGCC 서코스(파72, 6397m)다. 08년 코스 설계가 테드 파슬로(Ted Parslow)가 리노베이션을 해 국제 토너먼트 개최에 어울리는 세팅으로 거듭났고, 이후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중요한 국제 골프 대회를 도맡아 개최하는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06년 2월 유러피언투어인 메이뱅크말레이시안오픈을 처음 시작했다. 첫해 우승자가 위창수였고, 4년 뒤에는 노승열이 첫 유러피언투어 우승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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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GCC 로비에는 역대 이 대회 우승자인 박인비, 최나연의 사진이 걸려 있다.


KLGCC는 매년 10월 중순이면 여성적인 스타일의 동 코스(파71, 6071m)에서 사임다비LPGA를 개최한다. 이 대회는 2010년 창설되었는데, 초대 우승자는 강지민이었고, 11년엔 최나연, 12년에는 박인비가 우승했다. 클럽하우스 로비에는 두 명의 한국 선수가 우승컵을 든 사진이 크게 걸려 있다. 그리고 다시 2주 뒤인 10월 말에는 서 코스에서 미국PGA투어인 CIMB클래식을 개최한다. 10년에 창설된 이 대회는 비공식 이벤트였으나, 2012년부터는 PGA투어의 공식 대회로 자리잡았다. 결국 TPC쿠알라룸푸르의 동서 코스가 모두 PGA, LPGA투어의 개최 코스인 것이다.

페어웨이 잔디는 해안가 염분에 강한 파스팔룸이다. 모든 홀의 그린은 위협적인 벙커로 잘 견제받고 있다. 서 코스는 절반 이상이 그린 옆으로 호수가 있어 정교한 세컨드 샷을 해야만 한다. 시그니처 홀은 내리막 14번(파4, 327m) 홀인데 티잉그라운드에서 보면 호수 옆의 그린과 그 위로 클럽하우스가 동화 속의 풍경처럼 아름답다.

이밖에 시설로는 78타석의 드라이빙레인지, 국제 규격의 수영장과 풀사이드 바, 피트니스 센터와 테니스 코트, 배드민턴장, 스쿼시룸 등 다양한 스포츠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유럽과 미국의 대표적인 국제 골프 대회를 독점 개최하는만큼 해외의 골프, 여행 잡지, 현지의 <아시안골프먼슬리>, <파골프> 등 미디어로부터도 말레이시아 최고 코스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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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정규 대회인 사임다비 말레이시아가 열리는 KLGCC 동코스 15번 홀.


월, 화요일은 18홀을 번갈아 휴장하며 주중 그린피는 게스트는 동 코스 424링깃(13만5896원)이고, 서 코스는 여기에 50링깃(1만6000원)이 추가된다. 주말 그린피는 636링깃(20만3844원)까지 올라간다. 그린피가 비싸지만 최고의 코스 상태와 프리미엄 서비스를 자랑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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