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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 백과사전 46] 피닉스오픈, 지구 최대 골프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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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 홀은 평균 2만명의 갤러리가 모인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골프 대회에서 선수가 샷을 할 때면 조용히 박수만 쳐야 하는가? 일반 상식을 뒤집는 대회가 있다. 환호와 야유가 넘쳐난다. 골프 선수가 마치 고대로마의 검투장에서 야수와 싸워야 하는 검투사같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갤러리를 불러 모으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이스트매니지먼트피닉스오픈이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제85회를 맞아 스콧데일의 TPC스콧데일(파71 7261야드)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지난해 역대 최대 갤러리수 61만8365명을 기록했다. 전년도의 56만 명보다 6만여 명 늘어난 수치였다. 3라운드에만 20만1,003명의 갤러리들이 대회장을 찾으며 PGA투어 하루 최다 관중 기록도 경신했다. 이전까지 기록도 이 대회가 가진 18만9,722명이었다.

총상금 670만 달러의 일반 대회인 피닉스오픈은 메이저 대회 갤러리보다도 두 배 이상 많은 인파가 몰린다. 지난 2011년 최대 메이저인 US오픈이 열린 메릴랜드 콩그래셔널 골프장에는 타이거 우즈 등 슈퍼스타급 선수가 총출동했지만 갤러리는 총 28만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인기 있는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는 패트론(Patron)이라 불리는 갤러리 수를 4만명으로 한정한다. 더 받고싶어도 골프장 공간이 수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2015년의 경우 월요일부터 시작된 연습라운드에 15만명, 나흘간 패트론 16만명을 합쳐 31만여 명이 마스터스를 찾았다. 마스터스의 두 배 갤러리가 피닉스오픈을 찾는다. 평범한 이 대회가 왜 그렇게 높은 인기를 누리는지 7가지 테마로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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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오픈 16번 홀은 콜로세움이라는 별칭이 있는 검투장같다.


* 역사성= 대회의 역사가 마스터스를 뛰어넘을 정도로 뿌리 깊다. 1932년 애리조나오픈으로 시작해 3년간 진행하다가 중단됐다. 1939년에 밥 골드워터가 지역의 저명한 지역사회 단체인 선더버드와 함께 피닉스오픈으로 재탄생시켰다. 투자은행 프리드먼 빌링스 램지가 2003년 대회 스폰서로 나서 FBR오픈으로 바뀌어 6년간 개최하다가 2010년부터는 웨이스트매니지먼트가 스폰서가 되어 주최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밀착되어 쌓아온 역사가 오래다. 게다가 이 대회는 애리조나주립대 학생들이 의례처럼 찾는 전통이 있다.

* 축제성= 한 시즌에 47개 열리는 PGA투어 중에서 최고의 갤러리가 몰리는 건 대회가 가진 축제성 때문이다. ‘콜로세움’이라는 별칭이 있는 162야드의 파3 16번 홀이 대표적이다. 2만개의 좌석이 대회 내내 갤러리로 가득 찬다. 좋은 샷이 나오면 환호하고 나쁜 샷에는 야유도 쏟아진다. 애리조나주립대 출신의 필 미켈슨이 나오면 천둥같은 환호가 쏟아진다. 1997년 타이거 우즈가 홀인원을 했을 때는 골프장이 떠나갈 듯 함성이 일었다. 일반적으로 선수가 샷을 할 때 조용해야 하지만 2만명이 모인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검투장처럼 생긴 경기장에서 소음을 이겨내고 샷을 해야 인기를 얻는다. 갤러리는 여기서 맥주 파티를 열면서 선수들의 샷을 축제처럼 관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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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라운드가 끝나면 밤에는 공연장으로 바뀐다. 2014년 리버스 쿠오모의 공연 모습.


* 나이트클럽= 라운드를 마치고 골프장은 버즈네스트(Bird’s Nest)라는 이름의 가벼운 나이트클럽으로 변모한다. 라이브 뮤직, 주류가 어울려 젊은 청춘들이 데이트하는 야외 공간이 된다. 가끔씩은 라운드를 마친 프로 골퍼도 동참한다. 지난 2014년에는 뮤지션 리버스 쿠오모가 공연을 하기도 했다. 노장 선수인 케니 페리가 이 대회 출전을 위해 근처 호텔을 찾았다고 한다. 프론트 여직원에게 매일 골프장에 나간다고 말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 “저도 피닉스오픈을 좋아해요. 매일 밤마다 가더든요.”

* 편의성= 대회는 애리조나 사막에 뻥뚫린 코스에서 개최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애리조나 사막에 이보다 많은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수요일에는 6만2천대, 목요일에 12만3천대, 금,토요일에는 18만9천대의 차량이 주차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다른 대회는 대회장에서 먼 곳에 주차하고 셔틀을 이용해야 하지만 여기는 주차공간이 넓어서 오가기가 쉽다. 미국은 대중교통보다는 마이카가 생활화된 나라다. 하루에 20만명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건 골프장 뿐만 아니라 그만큼 오가는 데 불편함이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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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이 위함한 곳에 가면 갤러리는 일어나 "세이프티"를 외치며 미식축구 심판 포즈를 취한다.


* 응원 문화= 골프 이외에도 이곳은 갤러리로 가면 가장 무도회를 보는 것 같다. 희한하게 생긴 옷을 맞춰입고 오는 갤러리도 많다. 좋아하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티셔츠는 기본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런 흥겨운 도발이 여기서는 용인된다. 대학생들이 많이 와서 가능하다. 아놀드 파머는 마스터스를 통해 자신의 팬클럽인 아니의 부대를 만들었다. 그처럼 필 미켈슨은 여기서 그를 따르는 팬 클럽인 팬클럽 ‘필하모닉 심포니’를 탄생시켰다. 16번 홀 갤러리만의 특색있는 응원 문화도 자리잡고 있다. 인기 없는 선수가 그저 그런 샷을 하면 신문을 펼쳐보인다. ‘당신의 골프는 관심없어’란 의미다. 인기 있는 선수의 볼이 핀과 멀어지거나 위협한 곳으로 가면 갤러리는 일어나서 “세이프티”를 외치고 미식축구(NFL)감독들이 하는 포즈를 취한다.

* 공익성= 2010년부터 메인 스폰서를 맡은 웨이스트매니지먼트는 쓰레기 재활용업체다. 올해는 대회장에서 나오는 쓰레기 100% 재활용을 선언했다. 예를 들면 40개의 플라스틱 소다병이 배개에 들어가는 배갯잇으로 활용된다. 신문과 종이류는 시리얼 박스, 종이 수건, 티슈, 카드보드로 활용된다. 음식물은 채소에 도움 주는 퇴비로 재생된다. 알루미늄 캔은 잔디 의자, 알루미늄 호일 등에 활용하는 식이다. 지난 4년동안 220만명의 갤러리가 만들어낸 모든 쓰레기들이 효율적으로 재활용되었다. 알루미늄 캔, 플라스틱 병, 컵, 콘테이너 심지어는 이벤트 표지판까지 재활용되고,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한다. 갤러리가 많이 몰리기 때문에 스폰서도 대회를 회사의 홍보에 연결시킨다. 짐 피시 웨이스트매니지먼트 CEO는 독창적인 대회가 많은 것을 해냈다고 자신한다. “자선이 있고, 재미가 있다. 유니크하면서 영감을 준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든다. 제로 쓰레기 운동도 그렇게 나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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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VIP존에 등장한 미녀 세이프가드.


* 차별화= 마스터스에서는 피멘토치즈샌드위치가 대표 먹거리이듯 이 대회는 진버거(Zin-burger), 선더독(Thunderdog)이 있다. 코스 주요 요소나 커다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매대가 있다. 그런가 하면 워터해저드 옆 VIP존에서는 탱크탑을 입은 미모의 라이프가드가 등장해 남성 갤러리의 시선을 잡는다. 종전의 대회에서는 볼 수 없는 이 대회만의 특징이다. 많은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16번 홀에서는 재미난 이벤트도 열렸다. 리키 파울러는 히트한 자신의 오렌지색 플립백 모자를 갤러리에게 던져주기도 했다. 선수들이 티샷을 마치고나면 캐디들은 골프백을 메고 그린까지 달려가는 이벤트도 열렸다. 대회 조직위는 안전상의 이유로 달리기 시합을 금지했을 정도였다.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더 많은 갤러리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두바이 대회에 출전하고, 세계 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도 출전하지 않지만 올초 주목받고 있는 영건이 대거 출전한다. 벌써 3승을 거둔 날씬한 장타자 저스틴 토마스(미국), 디펜딩 챔피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리키 파울러, 조던 스피스(미국) 등이 출전한다. 그리고 지난주 파머스인슈런스오픈 우승자인 존 람(스페인)도 출전한다. 그는 애리조나주립대 출신인만큼 홈 팬들의 엄청난 환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맏형 최경주(47, SK텔레콤)를 비롯해 안병훈(26 CJ), 노승열(26), 강성훈(31), 김시우(22 CJ대한통운) 등이 출전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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