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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리그 클래식] 강원FC 임찬울, 독일 대신 한국을 택한 '검증된 골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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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등번호 7번으로 교체한 뒤 춘계대학축구연맹전 16강 조선대와의 경기에 나선 임찬울. [사진=정종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2년 전, 효창운동장에서 한 한양대 선수가 눈에 띄었다. 등번호 10번. 숫자의 무게감에 비해 선수는 무명이었다. 선수 소개책자를 넘겼다.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생년월일(94년생), 출신고교(여의도고 졸업), 2학년(당시). 이 선수는 2015, 2016년 연달아 U리그 권역 득점왕으로 우뚝 올라섰다. 그리고 이제는 프로무대에 뛰어든다. 최근 강원FC에 영입된 임찬울(23)의 스토리다.

임찬울은 고등학교 때까지 그리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소속팀 여의도고가 리그에서 하위권에 속해 고군분투하며 팀을 이끌었다. 3-5-2 포메이션에서 최전방에 위치했고, 3학년 때부터 서서히 지금의 플레이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어렸을 때는 3번의 터치 이전에 공을 내줬어요. 감독님께서 ‘드리블을 하라’고 주문할 정도였죠. 고등학교 3학년 때 팀이 하위권이었는데 ‘도와주는 플레이보다는 골 욕심을 좀 내야겠구나’라고 느끼면서 변했어요.”

재밌는 이력도 있다. 임찬울은 20살, 대학에 입학할 나이에 이곳저곳을 탐방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개인 사정으로 인해 대학 진학을 1년 미뤘고, 지인의 도움을 받아 일본, 독일 등에서 프로 무대를 체험했다. 그리고 이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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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울은 1, 2학년 때 팀의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 번호 10번의 유니폼을 입고 피치 위에 섰다. [사진=정종훈]


임찬울이 한양대에서 받은 등번호는 10번. 갓 입학한 새내기가 좋은 등 번호를 받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한양대 정재권 감독이 임찬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 전까지는 줄곧 7번을 받았지만,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에이스’를 상징하는 10번을 달았다.

임찬울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낸 것은 2학년 때부터다. 신입생 시절은 부상으로 시름시름 앓았기 때문이다. 오랜 재활을 마친 그는 강해져 돌아왔다. 몰아치기에 능했다. 첫 골을 넣기 시작하면 그것에 그치지 않고 3골, 4골까지 집어넣었다. 2015년 U리그 마지막 경기인 서울디지털대 전에서 멀티골을 몰아치며 조유민(21 중앙대), 이현일(23 성남FC)을 제치고 권역리그 득점왕(12경기 13골)이 됐다. 지난해에는 호서대와의 경기에서 무려 5골이나 집어 넣기도 했다. 그 활약을 토대로 U리그 마지막 두 경기에서 총 7골을 터트려 10경기 14골로 다시 한 번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주로 왼쪽 측면 공격수로 피치에 나섰고 골문 앞에서의 침착성과 침투를 통해 탁월한 득점 감각을 뽐냈다. 이뿐 아니라 수비 가담도 적극적이었다. 개인의 능력을 최대화하면서 팀 조직력에도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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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좌)과 임찬울(우)을 그라운드에서 늘 함께 했다. [사진=정종훈]


팀 동료 김현욱(22 제주UTD)과의 콤비 플레이 역시 경기 때마다 빛을 발했다. 임찬울이 골을 넣을 때마다 김현욱이 조력자 역할을 맡았다. 반대로 김현욱이 골을 넣을 때는 임찬울이 도왔다. 경기장 밖에서도 늘 함께하며 관계를 돈독히 했다. 둘의 인연은 초등학교 때 이뤄졌다. 임찬울이 낙동초, 김현욱이 밀양초를 졸업했는데 두 팀 감독 간의 교류가 많아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임찬울은 “저랑 (김)현욱이랑 성격이 정반대에요. 그것 때문에 오히려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제가 한 살 더 많지만, 거의 친구예요”라며 웃었다.

임찬울은 올해 다시 독일로 향했다. 한양대가 함부르크와의 MOU 체결로 전지훈련을 떠난 것. 그는 함부르크와의 경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감독 선생님이 ‘라인을 내리지 말라’고 말씀하셨어요. 저희가 프로와 경기를 해도 압박이 허술하지 않은데 함부르크는 당황하지 않고 냉철하게 그 압박을 푸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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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임찬울이 독일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사진=홍의택]


임찬울은 독일에서의 활약으로 자연스럽게 독일 구단들의 관심도 받았다. 상 파울리(독일 2부리그)와 홀슈타인 킬(독일 3부리그)이 임찬울에게 구애했다. 홀슈타인 킬의 단장은 직접 임찬울에게 클럽하우스와 홈구장을 구경시켜 줄 정도로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다. 하지만 임찬울은 국내 무대를 택했다. 국내에서 먼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독일 무대를 뒤로하고 오렌지하우스에 입성했다.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강원FC를 선택한 것이다. 강원FC는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임찬울을 포함한 5명의 유망주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그 중 임찬울이 포함됐다. 임찬울은 축구 팬들을 충분히 설레게 할 기량을 갖췄다. 강원FC가 이번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대형선수를 대거 영입하면서 임찬울의 출전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임찬울은 지켜볼 만하다. 프로 데뷔를 앞둔 그의 각오도 제법 다부지다.

“강원에 국가대표급의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저의 장점을 살린다면 경기를 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국내에서 프로 데뷔를 하기로 결정했지만, 유럽 무대에서 뛰는 꿈은 접지 않았어요. 국내에서 먼저 인정 받을 겁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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