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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부투어 최고 저격수’ 장은수, KLPGA 1부 정조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제가 최저타수 1위에요? 진짜요? 아~, 대회를 10개밖에 안 나가서 그런가 봐요.” ‘최대한 보기 없는 플레이만 하자’는 마음이 ‘평균 버디 2개 이상’의 스코어로 돌아온 건 집중력 뛰어난 저격수의 본능일지 모르겠다.

지난해 드림투어(2부투어) 선수들 가운데 최저타수 1위는 18세 루키 장은수(CJ오쇼핑)였다. 총 19개의 대회 중에 후반기 10개 대회를 참여한 장은수는 18홀 평균 69.80타를 치며 ‘2부 투어 최고의 저격수’라는 타이틀을 챙겼다. 지난 시즌 KLPGA 투어 최저타수 1위는 69.63타를 기록한 박성현(23)이다. 평균 60대 타수는 1,2부 모두 한 사람씩밖에는 내지 못한 드문 기록이다. 물론 2부 투어는 코스 난이도부터가 1부 투어와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장은수는 2부투어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는 발군이었다는 사실엔 변함 없다. 드림투어에서 가능성을 선보인 장은수의 올 시즌 무대는 KLPGA 1부투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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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와 2부를 차례로 거쳐 KLPGA 무대에 서게 된 장은수. [사진=WAAC 제공]


집중력이 좋았던 아이, 어쩌다 보니 골퍼

장은수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 장용진 씨는 장은수의 남다른 집중력에서 운동선수로서의 가능성을 엿봤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사격이나 양궁도 생각했지만 장 씨의 결론은 골프였다. 우연히 길을 걷다 발견한 골프연습장에서 상담을 받았다. 레슨비를 포함해 매달 35만 원이 든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장은수의 손에 골프채를 쥐어준 것이다. ‘3달에 100만 원 정도면 뭐라도 되겠지’ 어쩌면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그것이 딸의 인생을 결정했다.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 탓에 지원도, 연습량도 모두 부족했지만 장은수를 성장시키는 좋은 자양분이 됐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골프가 아니었기에 스스로 즐기는 자기주도형 골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골프선수가 된 것 치고는 장은수의 골프 인생은 꽤 순탄했다. 창원 사파중 시절 경남지역 도 대회를 석권하며 존재를 알린 그는 2년간의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2014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4년 하반기 때 국가대표가 됐어요. 아시안게임 평가전을 했는데 당시에는 아시안게임에 나가고 싶은 욕심보다는 국가대표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기쁘고 자부심이 들었죠. 아직 나라를 대표해서 대회에 나갈 만큼의 실력은 안 된다고 스스로 판단했기에 대회 출전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성장세 가파른 장은수, KLPGA 다크호스로

“2015년까지는 국가대표를 달았지만 눈에 띄게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죠. 항상 평균적인 스코어만 쳤죠. 올해(2016년)는 언더파를 많이 쳤던 한 해여서 그 점에 만족해요.“

지난 시즌 장은수의 성장세는 가팔랐다. 체력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었다. 장은수는 성적으로 성장을 증명해냈다. 점프투어(3부투어) 5차전을 시작으로 드림투어(2부투어)를 거쳐 상금랭킹 5위를 기록하며 KLPGA 투어로 직행했다.

물론 난관도 있었다. 당초 목표는 점프투어 첫 대회부터 나가 정회원 자격을 충족하는 것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경기 일정이 앞당겨지며 생일이 지나지 않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전면적인 목표 수정이 불가피했다. 새로이 정해진 장은수의 2106 시즌 목표는 ‘상금랭킹 15위 진입’이었다. 일정상 드림투어 후반기 10개 대회밖에 뛰지 못하게 됐으니 상금랭킹 7위부터 15위까지 주어지는 KLPGA 시드순위전 예선 면제라도 받자는 것이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목표였지만 시즌이 끝난 후 장은수의 손에는 2017시즌 KLPGA 투어 풀시드권이 쥐어져 있었다. 목표를 뛰어넘는 결과였다.

드림투어에서의 경험은 장은수에게 좋은 자양분이 됐다. 연령대가 비슷한 점프투어와는 달리 드림투어는 어린 선수들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들까지 연령대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다. 점프투어는 언론의 관심이 적은데 반해 드림투어는 달랐다. 에비앙챔피언십 출전권이 걸린 액티비아-백제CC 드림투어에서는 상금랭킹 선두권을 형성하는 선배들과 함께 주목받다 보니 긴장이 많이 됐다. 선배들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자신감이 다소 떨어진 상태에서 시합을 하다 보니 드림투어 초반에는 기복이 있었어요. 하지만 차차 긴장이 풀리면서 막판에는 성적이 나아졌어요.”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2위만 3차례, 아쉬움이 남을 만했다. 경험 부족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잘하다가 중요한 3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던 게 우승이 없었던 이유 같아요. 드림투어 같은 경우에 3홀이 남으면 카메라 팀들부터 이동을 해요. 스코어를 물어보시니까 저도 스코어를 알게 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됐죠. 3홀이 가장 중요한데 너무 무난하게만 플레이해서 매번 거의 1타 차로 우승을 놓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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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장은수의 2017 시즌 목표는 ‘체력 관리를 잘해 최대한 많은 대회를 건강하게 치르기‘다. [사진=채승훈 기자]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1부 투어

2017년 KLPGA 투어 데뷔를 앞둔 장은수. 그가 밝힌 내년 시즌 목표는 ‘체력 관리를 잘해 최대한 많은 대회를 건강하게 치르기‘다. 장은수는 1부 투어에 대한 대비책도 세웠다. “언니들 얘기를 들어보면 전반기는 괜찮은데 후반기 들어가면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체력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신력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많아요. 대회가 워낙 많다보니까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는 최악의 상황만 없었으면 좋겠어요. 코스 세팅도 어려워지고 그린도 딱딱해지면서 빨라지니까 아이언 탄도를 높이고 퍼터 부분에서도 변화를 좀 줘야할 것 같아요.”

루키 장은수의 롤모델은 전인지다. 밝고 팬들에게 잘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단다. 전인지를 지켜보며 특히 인상 깊었던 대회로 2015년 KIA 한국여자오픈을 꼽았다. 발목 부상으로 지도 못해 기권을 선택할 수도 있었던 상황. 그러나 전인지가 대회장을 찾은 많은 팬들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대회를 치르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본 장은수는 자신도 꼭 저런 선수가 되겠다며 다짐했다.

선수 생활 9년 만에 생애 두 번째 전지훈련을 떠난다. 이전 비시즌에는 주로 국내 연습장에서 볼을 쳤고, 아버지를 따라 산을 탔다. 하지만 내년 시즌 뛰게 될 1부 투어는 최고의 프로들이 모인 곳이기에 실전 감각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결단을 내렸다. 베트남으로 떠나 숏게임 감각 유지를 위해 라운딩에 나설 예정이다. 전지훈련에서도 익숙함 대신 도전을 선택했듯 장은수의 2017년 역시 낯선 것들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지 않을까? 그의 성장 과정을 차분히 지켜보는 것도 2017년 KLPGA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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