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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의 골통일기] (88) 멀어져야 보이는 것들

미세 먼지를 품는 디젤 자동차를 타고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쭉 뻗은 고속도로의 저 끝에 까맣게 쌓인 스모그가 보인다. 그곳이 서울이다. 그 까만 스모그 위로는 푸른 하늘이다. 서울 하늘이 왜 그렇게 뿌연지, 아니 뿌옇다는 사실조차, 어리석게도 이곳에 이사를 와서야 겨우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서울의 그 뿌연 하늘 그 위쪽에 또 다른 파란 하늘이 있다는 것도 내 눈으로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밥을 빌어먹기 위해 저 까만 스모그 속을 들락날락하고 있고, 나의 친구들은 그 속에서 숨 쉬고 살고 있다.

- 이영미의 <광화문 연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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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져야 보이는 것들


멀리 보려면 높이 올라가야 하고 어떤 사물의 전 모습을 분명하게 보려면 일정한 거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너무 가까워서 가치를 알 수 없고 고마움을 느낄 수 없는 것은 공기나 물만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사는 집도 심지어 내가 몸 붙이고 살고 있는 터전조차도 너무 가까우면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여행을 가고, 제 삶의 자리를 떠나보려고 그리들 안달인 모양입니다.

골프는 ‘서울 보러 서울 떠나기’, 지금의 삶과 서 있는 자리에서 잠시 비켜서는 겁니다. 골프 치러 갔다 돌아오는 이 길은 너무도 미미한 행위지만 ‘의미’로 보자면 공을 치고 굴리며 산과 들을 뛰놀던 어린 시절과 세속화된 어른으로서의 지금, 수십 년을 넘나드는 것이고, 자연 속에서의 삶과 도시화된 삶이라는 수천 년의 시공을 넘나드는 것이고 자연과 문명 사이를 넘나드는 일입니다. 그러니, 골프가 한 번, 두 번 거듭될수록 ‘오늘의 나와 세상’을 더 잘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골프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고 그래야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겁니다.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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