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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1라운드 결산' 오리온의 예상된 강세, 삼성은 우승후보로 격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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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오리온의 추일승 감독. [사진=KBL]


역시 '디펜딩 챔피언' 고양 오리온

지난달 19일 2016-2017 KCC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겸손함을 내세우던 여느 감독들과는 달리 "(결승전에 진출할)한 팀은 확실히 알겠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감독이 있었죠. 바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추일승 감독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시즌의 우승팀이고, 그 멤버들을 고스란히 올 시즌에도 기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일한 물음표는 새 외국선수 오데리언 바셋이었습니다.

뚜껑을 열자 바셋은 지난 시즌 단신 외국선수 돌풍을 일으켰던 조 잭슨을 뛰어 넘는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그야말로 금상첨화였죠. 파죽의 개막 3연승을 달렸습니다. 삼성에게 연장 접전 끝에 덜미를 잡혔지만, 이내 다시 4연승을 올렸고 동부에게 접전 끝에 두 번째 패배를 당했지만 1라운드를 공동선두(7승 2패)로 마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추 감독의 자신감은 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경기 내용상으로는 10개팀 중 단연 '1강'으로 꼽힐 만했습니다.

오리온은 정말 멤버가 좋습니다. 베스트 5는 물론이고, 백업선수들까지 다른 팀에 가면 주전감일 정도로 좋은 선수가 넘쳐납니다. '두목' 이승현이 골밑에서 든든히 버텨주고 있고, '타짜' 애런 헤인즈와 장신 포워드 군단들…. 농구지도자들은 언제 저런 팀을 한 번 맡아볼까 하는 시샘이 날 정도입니다. 유일한 약점은 슈터들의 기복이 좀 있다는 것입니다. 주전 포워드인 허일영의 슛감이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터지는 날은 잘 터져주지만, 답답한 날도 있습니다. 비시즌 동안 국가대표 차출 등으로 컨디션 관리가 안 된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초반보다는 나아지고 있어 2라운드는 기대해볼 만합니다. 또 승부처에서 쏠쏠한 활약을 해주던 문태종도 올시즌은 백업슈터가 됐지만 플레이도 영 기대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나이(41세)가 많지만 그래도 그에게 바라는 한방이 분명히 있는 만큼 조금 더 분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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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돌풍의 핵' 마이클 크레익. [사진=뉴시스]


삼성, 다크호스? 우승 후보!

개인적으로 시즌 초반 몇 번의 경기를 보고 바로 삼성을 다크호스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되려 과소평가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삼성은 당당히 오리온과 공동 1위로 1라운드를 마쳤습니다. 이대로라면 우승 후보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삼성 돌풍의 중심에는 먼저 늘푸른 소나무 같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선전이 있습니다. 그는 거의 매 경기 더블더블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복이 없는 삼성의 든든한 골밑지기입니다.

라틀리프가 잘하는 건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두 번째, 그러니까 새 외국선수 마이클 크레익의 활약입니다. 그는 키는 작지만 미식축구를 했던 엄청난 몸집으로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코트를 누빕니다. 2, 3쿼터를 주로 뛰는데 정말이지 존재감이 대단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큰 임팩트를 남깁니다. 삼성이 '2,3쿼터는 최강'이라는 평가를 듣는 것도 크레익 때문입니다. 간혹 흥분해서 팀 플레이를 저해할 때가 있지만, 이것만 제어된다면 시간이 갈수록 위력이 더해질 것 같습니다.

두 외국선수들의 활약에 이어 우승후보 삼성의 마지막 퍼즐조각은 김태술입니다. 삼성에는 두 외국선수들 외에도 준수한 기량의 국내선수들이 다수 있습니다. 김태술이 이 모든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줍니다. KCC에서의 부진을 털고 올시즌 삼성에서 다시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은 것입니다.

다만 삼성은 지난 시즌부터 지적받던 슈터 문제로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문태영이 많은 3점슛 시도하고, 나름 좋은 성공률을 보여주고 있지만 주전 슈터인 임동섭의 침묵이 아쉽습니다. 슈터들이 활약하지 못하면 라틀리프, 크레익, 김준일 등 인사이드 자원이 아무리 좋아도 그 효과가 절감됩니다. 3점슛이 10개 팀 중 꼴찌인데 빨리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또 수비 조직력 또한 가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뛰어난 공격력에 비해 가끔 너무도 쉽게 실점을 허용하곤 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만 보완된다면 삼성은 2라운드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고,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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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산성'의 마지막 퍼즐조각이 된 윤호영. [사진=KBL]


윤호영 컴백으로 '동부산성' 재건

동부 역시 전력에서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검증된 두 외국선수들과 모두 재계약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윤호영이라는 좋은 자원이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한층 탄탄한 멤버를 갖췄습니다. 김주성, 로드 벤슨, 웬델 맥키네스, 여기에 윤호영까지 가세하며 '동부산성'이 확실하게 재건됐습니다. 조금 달라진 것은 '수비의 팀'으로 불리던 동부가 올 시즌 초반에는 아주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평균 88.8득점으로 평균 득점 3위에 올라있습니다. 여기에 리바운드는 평균 44개로 1위를 달리고 있죠. 수비에서 위력을 떨쳤던 동부산성이 공격력을 보강하며 한층 업그레이드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동부도 두경민과 허웅 외에 외곽슛을 던져줄 선수가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올시즌 김주성의 3점슛이 부쩍 날카로워졌습니다. 김주성이 외곽포를 지원해주며 장신 수비수를 끌고나와 골밑의 공간을 벌려주며 내외곽 모두 편한 공격을 이끕니다. 골밑이 강력한 동부이기에 가능한 일이죠(6승 3패, 3위).

참고로 두경민과 허웅의 성장세도 좋습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경기 조율 면에서는 아직 조금 부족합니다. 두 선수가 같이 기용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역할 분담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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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의 스피드를 끌어올린 박찬희. [사진=KBL]


2라운드도 치열한 중위권 다툼 예상 - KGC, 전자랜드, SK, LG

KGC는 초반 선두권을 형성하며 강팀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이내 가라앉았죠. 하지만 워낙 국내선수 라인업이 탄탄하고 외국선수들도 적응에 문제가 없어 향후 선전이 기대됩니다. 다만 김기윤이 적어도 지난 시즌 정도의 모습을 찾아줘야 합니다. 키퍼 사익스가 불안한 모습을 자주 노출하기 때문에 김기윤의 활약이 꼭 필요합니다.

전자랜드는 국가대표 가드 박찬희를 영입하며 팀이 빨라졌습니다. 여기에 외국선수 제임스 켈리도 한 몫을 담당하죠. 그러나 해결사가 부족한 탓일까요? 접전의 순간에서 패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승부처에서 확실한 득점원이 필요합니다. 또 슈터도 필요하죠. 정영삼 외에 외곽을 담당해줄 선수가 부족합니다. 이 두 가지 단점을 보완하지 못한다면 상위권 도약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SK는 지난 시즌과 비슷한 뒷심 부족 현상이 자주 일어납니다. 경기 내내 박빙 혹은 리드하는 경기를 하다가도 막판에 와르르 무너집니다. 테리코 화이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SK의 키맨은 김선형입니다. 팀에 리딩가드가 없기에 김선형은 주로 1번(포인트 가드)을 소화하지만 그에게 맞는 옷을 입혀줄 필요가 있습니다. 화이트와의 동선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개인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만큼 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조직력이 필요합니다. 이건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몫입니다.

LG는 김종규가 개막 전 부상으로 초반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며 성적이 들쭉날쭉했죠. 1라운드 중반 김종규가 가세하면서 LG는 바로 안정감을 찾았습니다. 문제는 외국선수 마이클 이페브라가 2주 부상으로 결장한다는 점입니다. 마리오 리틀이 2라운드 절반 가량을 책임져야하는데, 여기서 5할 이상의 승률만 가져간다면 이후 순위를 쉽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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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의 구세주(?) 마커스 블레이클리. [사진=KBL]


부상에 발목잡힌 하위권 3팀 - 모비스, KCC, KT

모비스는 개막 첫 경기부터 팀의 중심인 양동근이 손목 부상으로 팀을 이탈했습니다. 팀 창단 이래 첫 개막 4연패까지 당했죠. 설상가상 외국선수 네이트 밀러까지 부상을 당하며 부랴부랴 지난 시즌 KT에서 뛴 마커스 블레이클리를 대체선수로 데려왔죠. 그런데 이게 의외로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블레이클리가 가세한 뒤 3승을 챙긴 모비스는 하위권 다른 두 팀보다는 전망이 밝습니다. 여기에 '악동' 찰스 로드까지 각성(?)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정도의 경기력을 유지하다가 양동근, 이종현 등이 가세한다면 모비스는 차후 농구명가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KCC 역시 1라운드는 줄부상의 악몽이었습니다. 안드레 에밋과 하승진에 이어 전태풍까지 부상으로 아웃되며 힘겨운 1라운드를 보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2라운드에는 '에이스' 에밋이 돌아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볼 소유욕이 강한 리오 라이온스와의 공존은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지난 시즌에도 포웰과의 공존에 실패하며 포웰을 떠나보냈던 KCC인데, 라이온스와 에밋의 공존이 가능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KT는 실질적인 '1순위 외국선수' 크리스 다니엘스가 개막 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팀에 합류하는가 싶었는데 복귀 예정일이 코앞에 두고 다시 햄스트링이 고장났습니다. 첫 부상 때는 제스퍼 존슨이 대체선수로 왔지만, 그의 공백을 메우지는 못했죠. 센터가 부족한 KT에 존슨은 조동현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를 해주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하버트 힐이 대체선수로 와서 어느 정도 높이의 약점을 해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조성민과 박상오가 함께 살아나는 듯한 모습입니다. 다니엘스가 합류한 후에도 조성민과 박상오 등 국내선수들의 꾸준한 활약이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리=배성문 기자(헤럴드경제 스포츠팀)]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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