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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소통학 비교연구 - 스포츠 기자회견과 청와대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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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열린 한국소통학회의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책자.


#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도심과 멀지 않은 성균관대에서 한국소통학회(회장 심두보 성신여대교수)가 가을철 정기학회를 열었다. 마침 이날 오후 광화문 일대에서는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래서일까, 집회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성균관대로 가는 길 내내 경찰이 눈에 띄었다.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더니 한 페친은 ‘그녀(박근혜)가 일반인이 되면 소통학회에 꼭 초대를 해주세요(얼마 남지 않았을 듯ㅎㅎ)’이라는 촌평을 달았다. 이날 학회의 제목은 ‘소통, 미디어에게 말을 걸다’. 전날(4일) ‘혜실 게이트’에 대한 대통령의 2차 사과가 국민들의 화를 키운 까닭에 ‘소통’이라는 말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 이날 학회에서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박사과정의 최지원 씨는 ‘연예인 사과 메시지의 위기 관리 효과’라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중 결론을 보면 ‘박근혜식 사과’에 딱 맞아떨어는 내용이 두 가지가 나온다. 먼저, ▲전문성에 관련된 명성 위기보다 도덕성에 관련된 명성 위기에 대중의 사과 수용도가 낮게 나타난다. 우리 대통령이 전문성 즉, 지력이 딸리는 것이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자기 말마따나 결혼도 안 해 가족이 없으니 도덕성은 나은 줄 알았는데 이게 무너졌다. ‘신성가족’이 있고, 그들이 국정을 농락하고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치부를 하니 국민들이 분노한 것이다. 이러니 우리 대통령의 사과는 수용이 되지 않는 것이다.

# 두 번째, ▲(사과에서) 공감 표현 전략과 책임 범위 명확화 전략을 함께 사용한 경우 사과 수용도가 가장 높다. 절묘해서 헛웃음이 나온다. 시차 때문에 그럴 리가 없겠지만 연구자가 박 대통령의 사과를 보고, 이를 연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통령의 공감능력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공감이라는 단어를 안다면 이런 황당한 사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책임 범위 명확화’ 따위는 원래 생각하지 않는 분이다. 이건 도덕성보다는 전문성 영역이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할 수도 있다. 그냥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는 희대의 유행어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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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열린 체육인 시국선언 모습. [사진=뉴시스]


# 대통령이 기자들과 소통하는 방식, 아니 소통 자체가 없으니 대면하는 방식이라고 하자. 이것도 원래 유명하다.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 때 온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든, 그 유명한 동영상은 언급하지 않겠다. 대내적으로도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웬만하면 말을 섞는 것을 꺼린다. 자기들끼리의 소통에만 능하다. 그래서 기자회견은 일방적으로 당신의 뜻을 전달하는, 소통학의 새로운 방식을 개척했다. 이런 비판이 거세지고, 청와대 출입 기자들까지 욕을 먹자 ‘각본에 의한 질의응답’이라는 신공을 선보였다. 애드리브까지 시나리오를 따른 까닭에 기자회견 평가의 척도에 ‘연기력’이 더해졌다.

# 대통령의 신성가족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삼은 스포츠는 어느 분야보다 기자회견과 질의응답이 중요하다. 드라마 같은 명승부를 연출한 뒤 땀이 송글송글한 선수들이 전하는 ‘말’은 그 생생함으로 스포츠의 묘미를 배가한다. 또 경기전 그들이 뿜어내는 말은 기대감을 높인다. 그러니 올림픽이든, 국내외 프로스포츠든 ‘인터뷰’는 필수다. 정해진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치는 스포츠보다 ‘말’과 ‘글’이 더 중요한 영역이다. 팬이 없으면 스포츠가 없다고 하는데, 이것보다 ‘국민이 없으면 권력이 없다’는 말이 더 원초적이다. 어떻게 정치인의,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질의응답이 없을 수 있는가?그냥 일방적인 발표를 할 바엔 뭐하러 바쁜 기자들을 모으는가? 그냥 담화문(혹은 영상)을 발표하면 되지.

# 소통이 없으면 정치도 없다. 정치선진국이야 이런 대통령이 없으니까 굳이 제도화할 필요가 없겠지만, 손가락을 잘못 놀린 책임이 있는 우리 국민들은 ‘혹시 또’ 하는 걱정이 든다. 그렇다면 ‘대통령 기자회견에는 반드시 질의응답이 따른다’고 법제화하면 어떨까? 이게 우습다면, 최소한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내규에라도 이렇게 정해놓자. 권력자가 따르지 않으면 기자회견을 거부한다고도. 이렇게 하는 것이 진짜 권력자인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고, 소통의 전령인 매스미디어 종사자의 당연한 노릇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직결돼 있는 정치 시스템이 ‘그저 즐기자’는 스포츠보다 못하다면 말이 되겠는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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