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야구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경기였다.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기나긴 '염소의 저주'와의 악연을 끊어낸 팀은 시카고 컵스였다.

컵스는 3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2016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7차전서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1908년 이후 108년 만에 달성한 통산 3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컵스는 5,6,7차전을 내리 가져가며 우승에 성공했다.

갑작스러운 비가 경기의 향방을 갈랐다. 클리블랜드의 라자이 데이비스가 8회말 아돌리스 채프먼을 상대로 동점 투런포를 때려내며 분위기는 급격히 클리블랜드 쪽으로 쏠렸다. 9회말까지 동점의 균형은 깨지지 않았고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9회말부터 내린 비로 경기가 10여 분간 중단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비가 잦아들기까지 컵스는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우주의 기운이 컵스에 모였다. 10회초 선두타자 카일 슈와버의 안타를 시작으로 앤서니 리조의 고의사구로 1사 1,2루의 찬스를 맞았다. 벤 조브리스트의 1타점 적시 2루타를 시작으로 미겔 몬테로의 적시타까지 터지며 10회에만 2점을 추가, 8-6으로 달아났다.

채프먼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컵스의 '영건' 칼 에드워드 주니어가 10회말 데이비스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한 점차까지 쫓겼다. 소방수로 급히 투입된 마이크 몽고메리가 마이클 마르티네스를 3루 땅볼로 처리하며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던 승부의 승자는 컵스가 됐다.

내일이 없었던 양 팀은 거의 모든 카드를 다 꺼내들었다. 컵스는 선발 카일 헨드릭스가 5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5차전에서 선발로 나섰던 존 레스터를 투입했다. 레스터는 포수 로스의 악송구와 본인의 폭투로 2점을 허용했으나 8회말 2사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이어 마운드에 오른 채프먼은 가이어에게 1타점 적시 2루타와 데이비스에게 투런포를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으나 9회는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클리블랜드는 1,4차전 선발로 나서 2승을 거둔 에이스 코리 클루버를 다시금 선발로 내세워 7차전 승리를 노렸다. 하지만 클루버 카드는 실패했다. 사흘 휴식 후 등판한 클루버는 4이닝 4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믿었던 앤드류 밀러마저 2.1이닝 2실점으로 무너졌다. 코디 알렌이 2이닝 무실점으로 컵스 타선을 막아냈으나 브라이언 쇼가 10회 2점을 내리 허용하며 결국 '와후 추장의 저주'를 깨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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