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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의 골통일기] (49) 불운의 순간

나는 늘 홀수 층에서 기다렸지만 내 행운의 엘리베이터는 ‘언제나 짝수 층에서만 섰던 게 아닐까?’ 이런 식의 생각들은 불치병에 걸렸거나 자식을 사고로 잃었거나, 갚을 수도 없는 빚에 시달리거나, 사형선고나 무기징역을 받은 사람들을 떠올릴 때마다, 철없는 미안함으로 바뀐다. 바로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의 무사함’을 그리워할 것인가?

- 황주리의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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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의 순간

연기자들이 슬프지 않은데 눈물을 흘려야 한다거나 기분이 썩 좋지 않은데 웃어야 하는 곤혹스런 상황에서 몇 개의 장면을 기억해 놓고 그 장면을 떠올려서 요구되는 기분을 만들기도 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생각만 하면 슬퍼지는 장면 한두 개를 저장해 놓으면 어떨까요? OB가 났을 때 그보다 더 슬픈 장면을 떠올리면 OB가 난 상황이라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돼버릴 것도 같은데 생각만 하면 웃음을 감출 수가 없는 독특한 상황을 기억해 놓는 것은 어떨까요?

골프 칠 때 마주하게 되는 최악의 순간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부러운 순간일지 모릅니다. 필드에서 마주치는 지독한 불운의 시간도 누군가의 기막힌 행운의 시간보다 더 나은 시간일지 모릅니다.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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