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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골프가 강한 이유, 쑥쑥 크는 ‘싱하 세대’에게 물어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혹 태국 골프선수 하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대세이자, 세계 2위인 장타자 아리야 쭈타누깐만 떠오르는가? 그렇다면 시야를 조금 넓힐 필요가 있다. 아시아 남자 투어에서 태국의 20대 선수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하(Singha)라는 한결 같은 스폰서, 탁월한 연습 환경, 그리고 늘어나는 투어 규모 덕에 젊고 두터운 선수층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남자 무대에서도 태국발 ‘싱하 세대(제너레이션)’가 휩쓸 날이 멀지 않은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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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맥주의 대표 대회인 싱하 마스터스의 올해 챔피언인 프라야드 막생.


아시아 투어에 급증한 선수들


지난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신한동해오픈은 총상금 12억 원이 걸린 빅 이벤트였다. 2002년 이래 14년 만에 아시안투어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아시안투어 소속의 53명이 출전했는데 24세의 티티푼 추아프라콩이 2라운드에서 7언더파 64타를 치면서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신장 170cm로 크지 않은 키지만 추아프라콩은 300야드를 예사로 넘기는 장타자다. 한지형 양잔디 캔터키 블루그라스가 식재된 러프에서도 탁월한 숏게임 기량을 발휘했다. 떡잔디라 불리는 난지형 버뮤다 그라스가 일반적인 태국에서 나온 선수라고 보기에는 놀라운 기량이었다. 그는 3라운드까지 선두였으나, 마지막날 타수를 잃고 6위로 마무리하면서 올해 방글라데시오픈에 이어 아시안투어 시즌 2승의 기회를 놓쳤다.

이 대회에는 올해 유러피언투어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베테랑 통차이 자이디를 비롯해 모두 12명의 태국 선수가 출전했다. 53명의 상위권 선수 중에서 12명이라면 적잖은 규모다.

한국에서 신한동해오픈이 열리던 주에 대만에서는 아시안투어 머큐리스 타이완마스터스(총상금 80만 달러)가 동시에 열렸다. 이 대회에서도 태국의 파차라 콩와트마이가 단타이 분마와 공동 3위로 마쳤다. 파누폴 피타라얏은 3라운드까지 선두였다가 마지막날 타수를 잃어 6위로 마무리했다. 태국 선수는 7명이 출전해 절반이 리더보드 상단에 올랐다. 그중 파차라 콩와트마이는 올해 17세로 태국에서 ‘천재 골프소년’으로 통한다. 콩와트마이는 2년 전인 15세에 아시안투어 2부 투어 격인 디벨로프먼트투어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면서 잠재력을 증명한 바 있다.

싱하가 만든 18년의 선순환 구조

신한동해오픈 현장에서 만난 케빈 데차카노분은 가슴에 박힌 싱하 로고를 가리켰다. “바로 이것 때문이죠. 싱하에서 후원하는 선수는 60~70명이 넘을 겁니다.” 케빈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골프 선수를 지망하다가 고국의 싱하 맥주로부터 후원을 받아 투어를 다닌다고 했다.

힌두교에서 전설의 동물(사자를 닮았다)이 로고인 싱하 맥주는 1939년부터 제조 판매된 태국의 대표 맥주 브랜드다. 오늘날 창, 타이거와 함께 3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싱하맥주의 모체인 분라우드브루어리의 오너 산티 필롬팍티(70)는 <포브스>에 따르면 태국의 6대 부자이면서 열정적인 골프 후원자다.

그는 1999년에 싱하 마스터스 대회를 만든 뒤에 매년 규모를 조금씩 키워왔고 대회를 꾸준히 늘렸다. 2012년부터는 아시안투어와 연계해서 투어의 외연을 넓혔다. 남녀 대회가 함께 열리는데 상금은 남자가 여자보다 10배 가까이 많다.

현재 싱하 투어는 5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연중 12개가 열리며 총상금은 3,000만 바트(약 10억 원)에 육박해 태국을 대표하는 프로투어로 성장했다. 내년 1월 18회째를 맞는 싱하 마스터스는 시즌 최종전으로 총상금 500만 바트(1억6.000만 원)가 걸려 있다.

매년 대회가 안정적으로 늘면서 우수한 선수가 모여들었다. 인재가 늘자 싱하맥주는 2009년 7월 치앙라이 산티부리에 싱하파크 콘켄(Singha Park Khon Kaen) 골프클럽을 조성했다. 이 골프장은 PGA투어 개최 코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파스팔룸 잔디로 조성해 블랙 코스는 전장이 무려 7502야드, 블루코스가 6840야드다.

싱하는 투어용 골프장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골프 선수 후원을 본격화했다. 소속 선수들은 언제나 이 코스에서 자유롭게 연습할 수 있다. 싱하의 후원을 받는 선수는 태국 골프의 1세대로 여겨지는 시니어 분추 루앙킷를 시작으로 프라야드 막생, 아시안 투어에서 두 번이나 상금왕을 차지했던 타원 위라찬트, 프롬 미사왓 등이 있다. 통차이 자이디, 키라덱 아피반랏은 현재 유러피언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로 세계랭킹이 각각 44, 67위다.

송병주 KPGA 운영국장은 “좋은 스폰서가 투어를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PGA투어급 연습 환경을 아낌없이 제공하고 선수를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것이 태국 골프가 급성장한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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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맥주 후원을 받는 태국 골퍼 케빈 데차카노분.


투어-선수-환경의 생태계 형성

싱하맥주는 남자 선수뿐 아니라 여자선수도 후원했다. 지난 하계 리우 올림픽과 미래에셋대우클래식에 출전한 포나통 파트룸의 가슴에도 싱하가 서브 스폰서로 새겨져 있다. 싱하 투어는 남자와 함께 여자 선수도 출전한다.

아리야 쭈타누깐은 2010년부터 시암시멘트그룹(SCG)의 주니어 골퍼 육성 프로그램에 따라 언니 모리야와 함께 자매가 후원을 받기 시작했다. 싱하가 태국 골프에 꾸준히 투자하는 모습에 스폰서들이 점차 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는 최근 몇 년 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한국 남자골프에 시사점을 준다. 한국 남자 골프는 투어 지도부가 오랜 내홍(內訌)에 휩싸이면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SBS방송이 5년간 매년 5개의 대회를 신설, 후원했으나 그 뒤로 대회는 늘지 않았고 회장 선출을 둘러싼 다툼만 계속되면서 20개를 육박하던 대회수는 반토막이 났다.

국내 투어가 침체된 결과 현재 중고연맹에 소속된 주니어 남자 골퍼들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투어가 휘청거리면 선수도 줄고 결국 남자 골프 자체가 축소된다. 한국에서는 여자 골프가 전성기를 누리지만 남자 중심의 전 세계 골프 시장과는 반대인 기형 구조는 국내 골프의 미래 자체를 위협한다.

투어-선수-환경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영향을 주는 엘리트 골프의 생태계를 형성한다. 태국의 싱하 제너레이션은 대회를 창설하고, 늘리고 선수를 육성하는 지난 18년간의 노력이 이제 곳곳에서 열매를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 세계 랭킹 상위 태국 남자선수
순위 선수
44 통차이 자이디
67 키라덱 아피반랏
198 프라야드 막생
207 탕야콩 크롱파
265 파차라 콩와트마이
275 프롬 메사왓

■ 세계 랭킹 상위 태국 여자선수
순위 선수
2 아리야 쭈타누깐
46 포나농 파트룸
82 모리야 쭈타누깐
133 논타야 스리사왕
186 포라니 추티차이
199 P.K.콩크라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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