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레전드 오브 풋볼] 맨유의 황금기를 이끈 퍼기의 아이들
이미지중앙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맨유와 프리미어리그에 전무후무할 전설적인 감독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김유미 기자] 프리미어리그 20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잉글랜드의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하지만 2013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은퇴 이후 차례로 지휘봉을 잡은 데이비드 모예스, 루이 판 할, 그리고 최근의 주제 무리뉴 감독 체제까지 연속된 부진으로 과거의 영광이 퇴색하고 있다. 예전과 같은 ‘절대강자 맨유’는 더 이상 없는 것이다.

20개 팀이 경쟁하고 매 시즌 3팀이 승격과 강등을 겪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한 차례도 강등 당하지 않고 3위 이내의 성적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의 맨유는 각종 대회에서 총 38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그가 감독으로 있던 92년부터 12년까지 맨유는 리그에서 3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다. 과장을 보태자면 퍼거슨은 맨유와 그 팬들에게 ‘신’적인 존재였고, 그가 써내려간 맨유의 역사는 ‘신화’였다.

퍼거슨 감독은 맨유의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 성장했다. 에버딘 등 스코틀랜드의 구단과 스코틀랜드 국가대표 팀 감독을 지낸 뒤 1986년 맨유에 부임한 퍼거슨은 20년 이상 우승하지 못한 맨유의 시스템을 뿌리부터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부임 초반 리그에서 성적은 평균 10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나 89-90 시즌 FA컵 우승을 시작으로 92-93시즌 프리미어리그 출범 첫 해 맨유에 26년 만의 우승컵을 안기면서 우승 청부사로 급부상했다.

1992년 있었던 또 다른 중요한 사건은 유소년 팀의 FA 유스컵 우승이다. 퍼거슨이 부임과 동시에 공을 들였던 유스 시스템이 빛을 발한 해였다. 이때 맨유 유소년 팀의 주전이 게리 네빌과 필 네빌 형제, 니키 버트,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등이었다. 이들은 94-95, 95-96시즌을 기점으로 성인 팀에 본격 합류했고, 마침내 98-99시즌 팀의 당당한 주축이 되어 프리미어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제패하는 ‘트레블’을 달성하면서 맨유 황금기의 서막을 열었다.

이번 레전드 오브 풋볼에서는 맨유의 황금기를 이끈 ‘퍼기의 아이들’이자, 데뷔부터 은퇴까지 모든 선수 생활을 맨유에서만 보냈던 원 클럽맨들을 소개한다.

이미지중앙

투지 넘치는 중앙미드필더 폴 스콜스는 20여 년 간 맨유에 몸담으며 황금기를 이끌었다.


첫 번째 소개할 선수는 폴 스콜스다. 밝은 금발 머리로 ‘생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고, 박지성과 함께 여러 시즌을 보내 우리에게는 친숙한 선수다. 스콜스의 플레이는 허공과 대지를 가르는 정확한 패스, 적절한 위치 선정, 빠른 움직임과 영리한 판단 등으로 대표된다. 특히 강력한 킥은 스콜스의 전매특허였다. 퍼거슨이 지적할 정도로 부족했던 태클 실력이나 다혈질적인 성격,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의 뜬금없는 핸드볼 파울은 단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스콜스는 동시대 축구 선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함께 뛰고 싶은 선수였다.

91-92시즌을 유스 팀에서 보낸 스콜스는 1992년부터 2013년까지 20년을 넘게 맨유에 헌신했다. 맨유에서만 718경기에 출장해 155골을 기록했고, 25개의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1992년 유스 컵에서 우승하던 시절부터 이미 그는 라이언 긱스, 게리 네빌 등과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스콜스는 94-95시즌 성인 팀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데뷔 시즌부터 중요한 경기에서 득점을 터트리며 주목을 받았다. 다음 시즌에는 에릭 칸토나와 투톱을 이뤄 14골을 넣었고, 두 시즌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97-98시즌부터는 로이 킨의 부상과 에릭 칸토나의 은퇴로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을 맡게 됐는데, 그 해에 잉글랜드 대표 팀에도 발탁돼 같은 팀 동료였던 게리 네빌, 데이비드 베컴, 라이언 긱스 등과 함께 대표 팀을 이끌기도 했다.

98-99시즌 트레블 달성 이후에도 99-00시즌부터 은퇴를 선언한 12-13시즌 사이 7번의 리그 트로피와 각종 대회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1년 은퇴를 선언했지만 팀의 부진으로 코치에서 다시 선수로 그라운드에 복귀했고, 12-13시즌이 끝난 뒤 다시 은퇴를 선언하면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맨유에서 코치로 잠깐 몸담았고, 최근 영국 BT스포츠에서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미지중앙

게리 네빌은 맨유 역사상 최고의 오른쪽 풀백으로 꼽힌다.


두 번째는 게리 네빌이다. 최근 지도자 자질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선수 시절 네빌은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오른쪽 풀백이었다. 안정적인 수비는 물론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공수 밸런스가 뛰어난 선수로 정평이 나있었다. 당시 맨유는 데이비드 베컴-로이 킨-폴 스콜스-라이언 긱스로 이루어진 최강의 중원을 구축하고 있었는데, 베컴이 볼을 잡은 사이 빈 공간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하면서 종종 찬스를 만들어내곤 했다. 러닝 크로스 능력도 준수해서 볼 배급에 있어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네빌이 맨유에 몸담았던 시기에 맨유는 10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포함해 총 26개의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는 91년 맨유 유소년 팀에 입단했고, 이듬해 유스 컵 우승을 이끌며 곧바로 성인 팀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건 94-95시즌부터였다. 95-96시즌 프리미어리그와 FA컵 동시 우승으로 더블을 달성했고, 96-97시즌 리그 우승, 98-99시즌 트레블 달성의 일등 공신으로 활약했다. 이후에도 2000년대 초반까지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05-06시즌부터 로이 킨의 뒤를 이어 맨유의 주장으로 선임됐고, 맨유는 더욱 강해졌다. 06-07시즌에는 한동안 아스날, 첼시 등이 차지했던 리그 우승컵을 4년 만에 탈환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극복하지 못했고, 스피드와 기량이 떨어지면서 하파엘 다 실바, 존 오셰이 등에 주전 자리를 내줬다. 결국 10-11시즌 네마냐 비디치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준 네빌은 2011년 은퇴를 선언했다.

네빌은 잉글랜드 국가 대표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1996년 동생 필 네빌과 함께 대표 팀에 승선했고, 유로 1996부터 1998 프랑스 월드컵, 유로 2000, 유로 2004, 2006 독일 월드컵 등에 모두 출전하는 등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은퇴 이후에는 스카이스포츠에서 해설위원으로 데뷔해 날카로운 비평으로 호평을 받았다. 여러 감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지도자로 활동했을 때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2년부터 4년간 잉글랜드 대표 팀에서 코치를 지냈지만 당시 잉글랜드 축구는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다. 15-16시즌 라리가의 발렌시아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0-7 완패 등의 수모를 당하면서 발렌시아 역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꼽혔다. 결국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경질됐고, 최근에는 다시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지중앙

백전노장이 될 때까지 활약하며 30개가 넘는 우승컵을 들어올린 라이언 긱스.


마지막은 ‘왼발의 마법사’로 통하는 라이언 긱스다. 웨일즈 출신으로 유명한 럭비 선수 대니 윌슨을 아버지로 뒀던 긱스는 불륜을 저지르며 가족들과 갈등을 일으켰던 아버지의 성 대신, 어머니 라이네 긱스 성을 따라 라이언 윌슨에서 라이언 긱스가 됐다. 긱스는 어릴 적 아버지가 맨체스터로 소속팀을 옮기면서 맨시티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당시 ‘드리블을 잘 하는 소년이 있다’는 소문이 퍼거슨 감독의 귀에 들어갔고, 퍼거슨 감독이 긱스의 어머니를 설득해 맨유로 입단시켰다.

긱스는 1990년 17세의 나이로 성인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드리블, 크로스, 득점력까지 갖춘 긱스는 베컴과 함께 좌우 윙 포워드로서 맨유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긱스는 스콜스와 네빌보다도 오랜 시간 맨유에서 활약했다. 2014년 은퇴하기까지, 프리미어리그 13회 우승을 비롯해 30번이 넘는 우승을 경험했다.

선수로서의 인생은 항상 전성기였을 정도로 화려했지만, 말년은 섹스 스캔들로 얼룩졌다. 아버지의 바람을 견디지 못해 부자 간 갈등을 일으켰던 그가 저지른 일이라기에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유명 모델과의 불륜 뉴스가 시작이었고, 이후 남동생의 부인, 즉 제수와 8년 동안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국 축구팬들에 큰 충격을 안겼다. 동생 부부는 끝내 이혼했고, 긱스 역시 결국 아내의 용서를 구하지 못한 채 이혼했다. 최근 긱스는 프란체스코 귀돌린의 경질설과 맞물려 스완지시티의 차기 감독 물망에 올라있다.

퍼거슨 감독과 퍼기의 아이들은 2011년 게리 네빌의 은퇴 경기에서 재회했으며, 그들의 이야기는 ‘Class of 92’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돼 상영되기도 했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거친 세 선수. 근황이야 각자 다르지만, 퍼기의 아이들은 축구팬들에게 퍼거슨 감독과 함께 맨유의 레전드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맨유의 황금기를 이끈 퍼기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축덕들이 만드는 팟캐스트 해축야화 33화'를 통해 자세히 들을 수 있다. 해축야화는 매주 금요일에 1부가 토요일에 2부가 업로드 되며, 팟캐스트 어플 '팟빵'을 통해 들을 수 있다.

* 레전드 오브 풋볼은 축구 팟캐스트 '해축야화'의 한 코너입니다. 아래 URL을 클릭하면 바로 방송을 청취할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0698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