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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휴식이 필요해 보이는 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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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대우 클래식 최종라운드 도중 캐디와 퍼팅 라인을 살피고 있는 박성현.[사진=K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박성현이 지난 25일 열린 미래에셋대우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올시즌 가장 나쁜 스코어를 기록했다. 버디는 1개에 그친 반면 보기 5개와 더블보기 1개를 범해 78타를 쳤다. 공동선두로 시작했으나 올시즌 첫 역전패를 당했다. 골프는 기복이 심한 운동이라 하루 하루 스코어가 다를 수 있지만 해당 선수가 박성현이라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박성현은 최종라운드 내내 흔들렸다. 장기인 티샷이 흔들렸고 퍼팅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드라이버샷이 워터 해저드나 깊은 러프에 여러 차례 빠졌다. 멀리 똑바로 치던 장점이 사라졌다. 그린 스피드가 스팀프 미터 기준 4.0에 달하는 등 대단히 빨랐던 점을 고려해도 퍼팅 역시 평소완 달랐다.

박성현은 2주전 프랑스에서 열린 LPGA투어 5번째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전인지와 나흘간 격전을 치른 후 귀국했다. 그리고 귀국 하루 뒤 열린 미래에셋대우 클래식 프로암에 참가했다. 전년도 우승자라 불참시 우승상금 전액을 토해내야 하는 협회의 규정때문이었다. 무리한 강행군 탓 때문인 지 박성현은 프로암 도중 카트에 앉아 뭉친 어깨와 허벅지를 자주 주물렀다.

박성현은 지난 주까지 6주 연속 경기에 출전했다. 추석 연휴 기간에 에비앙 챔피언십이 열려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본인이 밝힌 대로 여기 저기 아픈 곳이 많다. 심지어 치통이 있어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 그래서 인지 박성현은 웃음을 잃어 버렸다.

과거 LPGA투어의 장타자로 한 세대를 풍미한 박지은 SBS 해설위원은 선수시절 스윙을 하다 복근이 찢어지는 바람에 한동안 투어를 중단한 경험이 있다. 아마추어 때 매일 하던 보강운동을 프로에 들어와 소홀히 했기 때문이었다. 대회수가 많지 않고 이동 거리도 상대적으로 짧은 아마추어 때와 달리 LPGA투어는 장거리 이동이 많고 대회수도 촘촘했기 때문에 피곤한 몸으로 매일 경기후 보강훈련을 하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박지은 해설위원의 현역 시절 스윙은 박성현에 뒤지지 않을 만큼 빠르고 폭발적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박성현 본인이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는 점이다. 박성현에게 미래에셋대우 클래식 첫날 경기후 "연간 출전할 수 있는 적정한 대회수를 몇개로 보느냐?"고 물었다. “25개”라는 답이 바로 나왔다. 박성현은 본인 스스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경기수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박성현은 또한 스윙과 관련한 부상 위험에 대해서도 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껏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아직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이가 더 들어 무리가 온다면 스윙을 바꿔서 적응하겠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부상 방지를 위한 보강운동에 대해서도 “매일 복근강화 등 운동을 거르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미래에셋대우 클래식에 함께 출전했던 김세영은 “박성현이 부상 방지를 위해 미리 신경을 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세영은 “경기력은 컨디션이 80% 정도 좌우한다”며 “내 경우 시차와 장거리 이동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대회 첫날 아무리 노력해도 스코어를 줄일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세영은 이어 “나는 그래도 LPGA투어 경험이 있어 비행기로 장거리 이동을 많이 해봤는데 성현이는 아직 그런 경험이 많지 않아 힘들었을 것이다. 몸이 편해야 생각도 긍정적으로 나온다”고 강조했다.

박성현은 이번 주에도 경기에 나간다. 작년 우승했던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이다. KLPGA투어의 대회숫자가 30개를 넘어서면서 주최사들은 ‘박성현 모시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박성현의 출전 여부에 따라 갤러리 숫자나 매스컴의 관심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음이 여린 박성현으로선 “올 해 KLPGA투어에서 가장 성공했으니 자주 팬들에게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을 뿌리치기 어렵다.

이참에 박성현은 매니지먼트사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스케줄을 관리하고 거절을 대신할 직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전년도 우승자가 타이틀 방어에 나서지 않을 경우 우승상금 전액을 벌금으로 부과하는 협회의 규정도 손질해야 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할 수 있다. 이 규정은 글로벌 투어를 지향하고 있는 KLPGA투어의 위상과 품위에도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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