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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의 골통일기] (25) 왜 골프를 하는가?

“당신은 시를 어떻게 쓰는지를 알지만 나는 시를 왜 쓰는지를 안다.”

1995년 영화 <토털 이클립스> 중 한 장면. 프랑스가 낳은 두 천재 시인 폴 베를렌과 아르튀르 랭보의 대화.

이 말은 무슨 뜻인가? 바로 상징주의 시단의 거장이던 베를렌을 향해 본질을 잃고 언어를 유희하는 방법에만 의존하는 그런 詩는 껍데기만 남은 것이며, ‘왜’라는 본질에 관한 질문으로 철저히 자기를 부정하고 새로운 정신을 만들고자 하는 태도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詩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가끔 건축을 하는 일이 고단하여 나의 게으름과 비겁함을 내가 용서하고 있을 때 랭보는 항상 나를 향해 묻는다. 당신은 건축을 왜 하는지 아는가?

- 승효상의 <건축, 사유의 기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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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골프를 하는가?


인터넷의 바다에도, 방송의 홍수에도 ‘어떻게 하면 골프를 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정보와 얘기들은 넘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왜 골프를 하는지’에 대한 얘기는 없습니다. ‘당신 왜 골프를 하십니까’ 물으면 철없는 사람,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골프는 선택이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청인 양 되어버렸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라서 스스로에게 묻지도 못합니다. 스스로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묻기가 두려운 것인지도…

하지만 물어야 합니다. ‘왜’라는 물음을 끝까지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면 그 속에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한 답이 있기 때문입니다. 남이 골프를 하는 이유가 아니라 바로 ‘내가 해야 하는 이유’ 그 이유 속에 ‘당신만의 골프’를 만드는 비밀의 열쇠가 들어 있습니다. 연습 방법도 스윙 론도 실전의 태도도 모두 ‘왜’라는 물음 속에 있습니다. ‘이유’에 충실하다 보면 골프가 내 삶 속에서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겠지요.

“당신은 왜 골프를 합니까?”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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