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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육상의 홍일점 ‘전민재’ ? 불혹의 은빛 레이스
대한민국 2016 리우 패럴림픽 육상 국가대표는 5명이다. 홍일점 전민재(39 전북장애인체육회)와 ‘휠체어 군단’인 홍석만, 유병훈, 정동호, 김대규가 리우를 준비했다. 전민재는 남자 육상팀과 코칭법과 훈련이 달랐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전민재는 장애유형이 다르고, 휠체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웃음이 예쁜 전민재는 힘든 훈련도 긍정의 마인드로 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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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패럴림픽 육상 200m에서 2위로 들어온 전민재가 환호를 올리고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장체야 놀자‘의 패럴림픽 국가대표 네 번째 주인공은 한국 여자 육상 사상 유일무이한 메달리스트 전민재이다. 패럴림픽에 관심이 있다면 육상 ‘전민재’를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주변에서 ‘너는 못할 거야, 너는 할 수 없어. 너는 메달을 딸 수 없어’라고 비아냥거리며 제 꿈을 짓밟는 말들로 상처를 주기도 했어요. 그럴 때면 혼자 눈물을 삼키면서 ‘나는 할 수 있다’고 외치며 저 자신을 다독이며 훈련했죠."(발로 쓴 편지 일부)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전민재(39 전북장애인체육회)가 불혹의 레이스를 은빛으로 멋지게 장식했다. 전민재는 지난 14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위치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육상 T36 200m 결승에서 31초 06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출전한 100m에서 안타깝게 4위에 머물렀기에 더욱 값진 메달이었다. 2012 런던 패럴림픽 100m와 2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전민재는 이로써 패럴림픽 2회 연속 은메달 획득을 달성했다.

소통은 마음만 있으면 전해져요

전민재 선수는 5살 때 뇌염을 앓은 뒤 뇌성마비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힘든 사춘기를 보낸 그녀는 육상을 만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뇌성마비 장애와 149cm의 작은 키, 그리고 26살이란 숫자는 선수로서 늦은 나이였지만 그녀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데뷔 1년 만에 2004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3관왕 차지를 하며 화려하게 선수로 데뷔를 했다. 그리고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4위), 2010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은2), 2012 런던 패럴림픽(은2),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금2)은 물론, 12년 연속(2015년까지) 전국장애인체육대회 3관왕의 금자탑을 쌓았다. 나이를 걱정하는 주위의 걱정을 전민재는 화려한 성적으로 잠재웠던 것이다.

전민재는 리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후 발로 쓴 편지를 공개했다. 손이 아닌 발로 썼다는 것 자체가 화제였지만, 그 내용도 뭉클했다. 지난 4년 동안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오로지 메달 획득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녀의 노력이 여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리우까지를 발로 쓴 편지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훈련은 저 자신과의 싸움이었기에 홀로 외로이 버티면서 때로는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 힘든 상황에 좌절하며 서러운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주변의 곱지않은 시선에도 저는 포기하지 않고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시 한번 저를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10월에 방영되는 <다큐공감>에 전민재가 나오는데 많이 시청해주세요. 제가 앞으로 선수생활은 2018년까지만 하고 멋지게 은퇴하고 싶어요. 그때까지만 전민재를 많이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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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 획득 소감을 발로 쓴 편지로 대신하고 있는 전민재. [사진=MBC TV화면 캡처]


진안군의 자랑 ‘전민재’

진안군(전북)에 사는 전민재는 훈련이 없는 날은 아버지 전승천(69) 씨, 어머니 한재영(64) 씨의 일손을 도우며 함께 보낸다. 1남 6녀에서 셋째로 태어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며 가족의 자랑이 됐다. 심지어 진안군도 그를 인정했다. <진안의 자랑! 리우패러림픽 은메달 전민재>. 최근 내걸린 진안군의 현수막이다.

전민재는 며칠 전 한 씨의 인터뷰를 보고 아버지 전 씨가 위암 판정을 받아 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접했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실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전민재에게 아버지 암소식을 가족 모두가 숨겼다. 부모님이 남매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했기 때문이다.

“아빠가 아픈 것을 알게 되면 (전)민재가 충격을 받아 경기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아서 알리지 못했어요. 타국에서 환경, 음식이 안 맞을 텐데 걱정까지 줄 수 없잖아요.”

상황은 이랬다. 리우 패럴림픽을 며칠 앞두고 아버지 전 씨가 갑작스럽게 위암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암 초기진단이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면 전민재는 육상에만 전념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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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재(가운데)의 질주는 2018년까지 계속된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달리면 행복해져요!”

전민재는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 열릴 예정인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후 은퇴할 계획이다. 키가 작은 까닭에 장신의 선수를 제치려면 더 빠르게 움직여야 했기에 그의 성공은 의지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다.

전민재는 귀국 후 바로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준비, 전북대표 선수로 훈련과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국가대표 여자 육상선수가 발굴돼 남은 2년간 전민재가 외롭지 않게 훈련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패럴림픽으로 끝나지 않고, 10월 전국장애인체전에도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헤럴드스포츠=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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