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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승부사' 강경남 “이젠 예비 아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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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강경남은 10여년 전 한국오픈에서 둘째날 코스레코드인 8언더파 63타를 쳤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천안)=남화영 기자] 오는 10월 20일이 출산 예정일인 여자 아이, 태명이 ‘구름’인 아이의 아버지는 승부사로 불렸던 강경남(33 동양네트웍스)이다. “태어나면 뭐라고 이름지어야 할지 모르는데 작명소를 가야 하나?”하면서도 일단 입가에 즐거운 미소부터 생겨난다.

강경남은 8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 7225야드)에서 열린 코오롱 제59회 한국오픈 1라운드에서 버디 5개에 보기 2개로 3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14위를 기록했다. 초반엔 보기가 나왔지만 마지막 18번 홀에선 예전의 날카로움이 살아난 듯했다.

2003년 초청선수로 나간 두 번의 대회에서 10위에 오르면서 상금 52위로 코리안투어에 들어온 강경남은 딱 10년간 프로 생활을 하고 군대에 갔다. 남자 골프판에 혜성처럼 등장해 숱한 짜릿한 명승부와 함께 그보다 훨씬 많은 뉴스와 가십거리를 제공한 주인공이기도 했던 그를 기억하시는가.

젊은 날 혈기 방장했던 악동 아이콘의 강경남이 군대를 다녀와서인지 한결 성숙해 보였다.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는 못했고, 지난해 군에서 제대하고 나서 소개로 만난 처자와의 사이에 아이부터 덜컥 만들었지만, 그는 벌써 가장의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 물론 정식으로 결혼식도 치러야 하지만, 그건 아마도 아이가 태어나고 시즌이 끝난 뒤의 일이겠다. 그에게 지금 급한 것은 일단은 우승이고, 또 하나는 일본 남자투어(JGTO)의 풀 시드다. 국내남자프로골프(KPGA)투어는 지금까지 쌓아둔 우승 시드가 아직 충분하다.

강경남은 지난해 가을 제대하고 일본투어 퀄리파잉스쿨을 15위로 통과해 10개 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서서히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예전의 승부사 본능이 하나둘 씩 나오고 있다. 달라진 생활습관, 그리고 꾸준한 몸 관리 때문이다.

군대 가기 전의 강경남을 돌아보면 그는 한국 골프의 다이내믹한 재미를 만들어준 아이콘이었다. 2005년에 상금 랭킹 7위로 신인상을 받으며 KPGA투어에 연착륙한 이래 2006년에 토마토저축은행 제피로스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2승을 하며 상금 1위, 2007년엔 레이크힐스오픈 등 3승을 거둬 상금 2위로 활약했다. 2009년에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2010년 먼싱웨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2013년까지 총 9승을 일궈냈다.

“군대에 가서는 거의 골프채를 잡지 못했습니다. 포병학교에 배속되었는데 부대장님이 골프를 안 좋아하셔서 일만 했지요.” 강경남은 군대가 자신의 골프 인생을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골프 선수의 삶 외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은 앞으로 언제까지 골프 선수로 활동할지를 생각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이 젊은 시절의 강경남이었다면 제대 이후부터 10년 정도를 선수로 남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생활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지요.”

예전에 술도 마시고 잘 놀던 강경남은 이제는 연습장과 집, 그리고 대회장을 오가는, 그야말로 ‘범생이’가 됐다. “대인관계와 생활 패턴이 바뀌었습니다. 프로 골퍼는 밖으로 많이 떠도는 직업입니다. 아기가 생기고 나니까 연습장-집-라운드-집을 일관되게 오갑니다. 생활 패턴만 바뀐 게 아니라 연습시간이 늘었지요. 하루에 3~4시간 연습하던 게 예전이라면 이제는 새벽에 지산아카데미 가서 쇼트게임 연습하고 분당 집으로 와서 점심 먹고 오후에 연습장가서 연습하고, 저녁에는 웨이트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처자식이 생겼으니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했다. 사람을 거의 안 만나고 운동만 한 결과 하반기되면서 옛 감각이 올라오는 것 같다. 하지만 한창 때의 50~60%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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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오픈 첫날, 7번 홀 그린에서 버디를 노리는 강경남. [사진=코오롱그룹 제공]


강경남은 올해 처음 일본 JGTO투어를 뛰는 게 즐겁다. 낯선 투어라서 처음은 모든 게 서툴렀으나 이제는 이른바 노하우가 생겼다. “이제 강경남이라는 선수를 보여야죠.” 자신감이 생겼다는 의미다. 3주전인 8월말 후쿠오카에서 열린 KBC오거스타에서 9위를 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옛 감각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일본 투어에 빨리 적응하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의 승부 근성이 생기는 것 같고 좋은 성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황중곤, 이창우, 유송규, 김형성 프로와 다니는데 신칸센 기차 타고 가고 벤또 도시락 사먹으면서 다니는 생활도 할만 합니다. 점점 투어가 재미있어집니다.”

그는 앞으로 10년은 해외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한다. JGTO투어에서 상금 랭킹을 높여서 미국 2부 리그인 웹닷컴투어에도 나가고, 기회가 되면 미 PGA투어도 뛰고 싶다. 유럽투어는 몇 번 초청되어 가봤지만 미국 무대는 그가 한창 활동하던 이른바 전성기 시절에는 아직 먼 얘기였다.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 신경 쓴다. “내 몸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선수에겐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웨이트에만 하루 2~3시간을 투자합니다. 자전거도 많이 탔고요. 더 이상 내 한 몸만을 생각할 나이는 아니니까요.”

군대와 아이, 어느 쪽이 강경남을 더 성숙시키게 했을까? “당연히 아이죠. 당시 운동하던 친구들은 거의 그런 것 같은데 저 역시 어릴 때 운동하면서 부모님께 좀 억눌려 지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한테 자상하고 친구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좀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해야지요.”

지인인 대학 부총장의 소개로 시각디자인 하는 여성을 만나 사귄 지 일년이 안되었으나 2세를 보게된 건 승부사다운 신속함이 작용했던 때문인지 모르겠다. 산달이 가까웠다고 건강 관리에 특히 신경 쓴다. “양가 부모님이 근처에 살면서 혼자 밥해먹기 힘들면 집에서 반찬을 해줍니다. 양쪽 집안에서 신경을 써주시죠. 특히 장인 되실 어른께서 고창 분이셔서 선운산 장어를 많이 챙겨 주세요.”

예전 강경남보다 더 어른스러워졌고, 깊이가 생겼다. 그렇다면 예전의 승부사 기질은 좀 무뎌졌을까? “승부사란 별명을 예전부터 좋아했어요. 그게 저만의 특색이라고 느꼈죠. 수식어가 있다면 기억하기 쉽잖아요. 그러니 이젠 ‘돌아온 승부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면 좋겠습니다.”

스스로는 왜 승부사라고 느끼고 있을까? 혹시 만들어진 개념 아닐까? 강경남이 잠깐 생각하더니 2007년에 우승했던 레이크힐스오픈을 꺼낸다. “제주에서 선두에 4타차 뒤지고 있었죠. 선두는 강욱순 프로였는데 마지막 홀 보기로 3언더파로 마무리했죠. 오태근 프로는 2언더파에서 마지막 홀 버디로 3언더파가 됐고요. 파4 17번 홀이 아마 397야드였는데 제가 친 티샷이 내리막에 뒷바람을 타고 원온 해서 이글을 잡았죠. 마지막 홀에서도 버디를 잡아 연장전을 나갔죠. 거기서 버디 잡으면서 우승했어요. 2006년 중흥S클래스 골드레이크오픈도 연장전 간 뒤에 이글을 잡고 우승했죠. 제 그런 모습들을 보고 그렇게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늘 공격적이었죠. 지금도 기회가 된다면 공격적으로 치려고 합니다. 저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은 딱 한 번이고, 대부분이 역전 우승이었던 것 같아요. 뒤에서 따라잡는 걸 좋아하는 습성은 쉽게 고쳐지질 않죠.”

코오롱 한국오픈은 어떻게 공략해야 할까? 난이도 높기로 소문난 우정힐스 코스는 결코 만만하게 승부를 걸 만한 코스는 아닐 것이다. “이 코스는 파5 홀이 세 개 있습니다. 오늘도 셋 다 버디를 쳤는데 욕심을 부린다고 되는 건 아니죠. 러프가 어렵지만 첫날의 그린은 스피드가 좀 느렸어요. 버디를 잡기보다 보기를 줄여야 하는 게 이 코스죠. 남들도 보기 하니까 파5부터 시작하자 생각했죠. 머리를 잘 써서 큰 욕심 안 부리고 톱10에만 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는 최근 몇 번의 행운까지 겹쳤다고 했다. “한국 대회에서 10년간 홀인원을 한 번 했죠. 그런데 일본 대회에서는 최근 2달 사이에 제가 두 번이나 했습니다. 그게 좋은 징조 아닌가요? 아이언이 잘 맞아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죠.”

한국오픈 역사상 한 라운드 코스 레코드는 8언더파 63타가 세 번 나왔다. 11년 전인 2006년에 강지만과 강경남이 둘째 라운드에서 기록했다. 2011년 미국의 초청 선수 리키 파울러도 63타를 치면서 우승했다. 이제 곧 강경남의 영점 조준이 맞아떨어지면 새로운 골프 역사를 써나갈 수도 있겠다. 그건 어쩌면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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