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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다른 골프단 탐방] 마음골프 팀57의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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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의 이성대 연습장에서는 마음골프 팀57 선수들의 여름나기가 한창이었다. [사진=채승훈 기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캐슬렉스 이성대 연습장. 수은주가 35도까지 오르내리는 지난 8월초 한 여름에 3층 타석에서는 마치 시합에 나가는 복장처럼 유니폼을 차려 입은 선수들이 타석에서 샷을 가다듬고 있었다.

지난해 11월1일 시작한 ‘마음골프 팀57’이 이제 10개월을 맞이하고 있다. 처음에는 ‘세상에 그런 팀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에서 시작된 마음골프의 노정(路程)이 한발 한발 꾸준히 진행되어 결실의 계절을 앞두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의 배성만 감독은 지난 2014년 아시안게임이 열리던 해 남자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했다. 아레떼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토니모리 여자프로구단 감독을 맡고 있기도 했다. 예전부터 ‘한국의 교습 시장이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되었다’고 느끼고 있던 그는 지난해 마음골프 문태식 대표를 만나 ‘이전까지 없던 골프단, 선수가 중심이 되는 골프 팀57’을 만들자는 데 의기투합했고, 몇 달간 선수 선발을 걸쳐 실제 창설에까지 이르렀다.

팀57이라는 이름은 현재 투어에서의 한 라운드 최저타 기록인 58타를 깨보자는 희망이 담긴 네이밍이다. 날고 긴다하는 PGA투어프로도 작성한 적이 없지만, 한국의 골프단이 목표로 삼았다. 당시로선 보이지 않는 막연한 상상이 출발점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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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골프 팀57 선수들 왼쪽부터 김신혜, 한진선, 신의경, 김대환, 유재영, 박영규. [사진=채승훈 기자]


세상에 없던 골프 육성팀
팀57은 한국의 대표적인 선수들이 모인 팀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유망주이고 어찌 보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주니어에서 프로를 꿈꾸는 2, 3부 선수들로 꾸려졌다. 일반 기업이라면 유명 선수를 후원하면서 기업 로고나 이미지 개선을 기대할 테지만 ‘티업(tee up)’이라는 스크린 골프를 주 업종으로 하는 마음골프는 팀57과는 어떤 연결고리도 짓지 않았다.

팀원 구성의 방침부터 색달랐다. 재능은 있으나 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잠재력 높은 2, 3부의 골프 선수들을 발굴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든다는 게 설립 이유였기 때문이다. 선수 육성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마련해 선수들의 모든 훈련을 지원하며 장비 및 용품부터 국내외 훈련 외에도 대회 출전 비용 등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베이스캠프가 바로 하남의 캐슬렉스 이성대 연습장이다.

배 감독은 “팀57이 한국에 없던 팀이지만 앞으로 무서운 팀이 될 수 있습니다”면서 근거를 세 가지로 들었다. 첫째는 팀에서 골프와 관련된 지원을 책임진다. 이전까지는 연습이나 레슨에 있어 부모의 경제력이 가장 큰 변수였다. 여기서 모든 문제(혹은 동력)가 발생했다. 한두 달 코치에게 스윙을 다듬다가 다음에는 손쉽게 바꾸는 일도 잦았다. 그러다보니 부모는 자녀의 골프에 있어서 매니저이자 감독이자 코치 역할도 했다. 선수들은 빨리 지쳐가고 재능은 간혹 소진되었다. 하지만 팀57은 모든 지원을 팀에서 한다. 레슨비, 피지컬, 대회 출전과 유니폼 비용도 부모가 내지 않는다. 대신 부모는 계약이 유지되는 한 자녀를 팀57에 전적으로 맡겨야 했다.

둘째는 운동의 자율이었다. 팀57 선수는 자기 주도적으로 연습 스케줄을 짠다. 코치가 선수의 스윙을 책임지지 않는다. 이미 팀57에 들어올 정도면 선수들의 스윙의 골격은 짜여진 상태다. 따라서 스윙과 피지컬 코치가 있지만 이들은 선수들이 부족한 부분과 예전과 비교해 달라지거나 떨어지는 점을 보완할 뿐이다. 따라서 일과가 선수들마다 다르다. 어떤 선수는 샷을 하는가 하면 다른 선수는 몸만들기를 한다. 또 어떤 선수는 지난 7월부터 정규 프로그램으로 도입된 심리 상담을 받기도 한다.

마지막은 골프와 피지컬의 융합이다. 이미 많은 골프 아카데미가 몸과 운동의 상관성을 강조한다. 용품사인 타이틀리스트도 TPI(퍼포먼스 연구소)를 통해 선수의 기초체력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팀57은 시작할 때부터 골프 샷만 단련하는 게 아니라 기초체력이 선수들이 꾸준한 성적을 내는 핵심이라고 여겼다. 게다가 스윙과 피지컬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스윙 코치와 트레이너가 소통하는 시스템이다. 정태영, 송현태 코치는 KPGA프로이면서 TPI레벨1을 수료했다. 송 코치는 호주 국가팀 선수였다. 김성환 트레이너는 축구단 팀트레이너를 거쳤고 TPI레벨2를 수료했다. 박민재 트레이너는 스포츠 재활센터 전문가다.

선수와 코치가 모두 촘촘하게 짜여진 각자의 세부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 아침 9시에 모여 점심 식사하고 저녁 6시에 마치는 기본적인 동선만 같을 뿐이다. 코치와 트레이너는 수시로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체크하고 점검한다. 선수들은 마음골프에서 만든 골프다이어리앱을 통해 훈련량을 조정하고 스텝들과 함께 그날의 과제를 푸는 방식으로 연습한다. 그날 대회가 있는 선수는 부모 대신에 코치가 동반해 골프장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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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57의 코치진. 좌로부터 박민재 트레이너, 정태영 프로, 배성만 감독, 송현태 프로, 김성환 트레이너. [사진=채승훈 기자]


선수 육성의 선순환 구조

골프는 개인 스포츠라는 이유로 심지어 국가대표들까지도 일년에 몇 달간 합숙 훈련을 함에도 불구하고 스윙 코치가 저마다 따로 있다. 그리고 골프 선수를 키우는 데 필요한 비용이 어느 나라보다 높은 한국은 부모들이 선수의 육성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그같은 과정을 거쳐 오늘날 한국 여자선수들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성적을 내왔다.

하지만 기존의 골프 선수를 육성하는 방식들이 한계에 봉착한 것도 사실이다. 세리 키즈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박인비는 그의 대부분의 골프 기량은 한국에서가 아니라 일찍 떠난 미국 유학에서 키웠다. 리디아 고는 어릴 적의 뛰어난 기량을 발견한 부모가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 그 나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냈다. 올림픽에서 호주 대표로 출전한 이민지, 오수현은 모두 카리 웹 재단이 키워낸 골프 영재들이다.

마음골프 팀57은 카리 웹 재단이 취하는 선수 육성 프로그램을 모델로 한다. 잠재력이 있는 선수를 조기에 발굴해 프로의 과정에 이르도록 후원하고, 그 선수가 뛰어난 선수로 커나간 뒤에는 후진을 양성할 수 있도록 후원금을 받는다. 카리 웹 재단의 후원을 받고 자란 프로 선수가 상금의 일정액을 후진 양성 지원금으로 내놓는 건 당연하다. 마음골프는 엔젤투자자 정도의 역할을 자임한다. 선수가 프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팀57의 목적이다.

아직 일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그 새싹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팀57 코치진은 매월 자료를 통해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점검한다. 피지컬과 스윙의 융합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선수들의 헤드스피드다. 펭균 초속 5마일 이상 늘어났다.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진선(19)은 3부 투어에서 4월과 7월에 2번이나 우승하면서 2부투어에 진입했다. 박영규(23)는 1부투어인 넵스헤리지티에 출전해 17위를 했다. 나중에 합류한 국가상비군 신의경(18)은 하반기 세미에서 수석을 했다.

올해 11월이면 프로 시드전 등을 통해 마음골프 팀 57의 지난 일년이 평가받게 된다. 배 감독은 “대체로 순항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1년이 지나 본인들이 스스로 정한 목표에 달성했으면 그대로 팀57의 팀원으로 남고 그걸 달성하지 못했으면 탈락하게 되겠죠. 그리고 그때쯤 충원되는 선수도 있겠고요.”

팀57은 벌써 수많은 학부모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스폰서들은 선수들에 대한 제의를 넣기 시작했다. 팀57은 국내에선 볼 수 없었던 골프 팀이다. 오로지 좋은 선수를 키우기 위해 모든 지원이 이뤄지고 다른 모든 것들은 배제된다. 7월부터는 멘탈 코칭 프로그램까지 시작했다. 지난해 팀57을 시작할 때 배감독은 말했다. “선수가 선수같고, 부모가 부모같고, 스승이 스승같은 그런 팀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 시합이 없는 여름 연습장에서도 유니폼을 교복처럼 통일되게 입고 땀을 흘리는 건 가을의 결실을 기다리는 마음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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