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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금융클래식] 벌타보다 더 나쁜 '발끈' - 박성현의 인터뷰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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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자골프의 '대세' 박성현이 3일 한화금융클래식 3라운드 5번홀에서 티샷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KLPGA 제공]


[헤럴드경제 스포츠팀(태안)=유병철 기자] 남자선수를 방불케 하는 시원스런 장타, 미LPGA에서도 입증된 빼어난 경기력, 여기에 꾸미지 않아도 매력이 넘치는 외모까지. 박성현(23 넵스)은 두 말이 필요없는 국내 여자프로골프의 최고 히트상품이다. 그의 성적에 따라 갤러리 숫자가 오르내리며 대회흥행을 좌지우지한다.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많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등 성품도 좋다.

그래서일까? 지난 주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2라운드 도중 기권했을 때, 까칠한 국내팬과 언론은 비교적 이해하려고 했다. 다른 선수 같으면 ‘타수 관리를 위한 꼼수’라는 비난이 쇄도했겠지만, 이미 시즌 6승을 올린 최고의 선수가 그럴 리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9월 3일 한화금융클래식(총상금 12억 원) 3라운드에서 박성현의 좋은 이미지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늑장플레이로 벌타를 받은 일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 수 있다. 내용을 좀 파고 들어가면 박성현도, 어렵게 벌타를 결정한 KLPGA 경기위원회도 잘못한 게 없다.

박성현이 챔피언조로 플레이할 때 시간을 많이 소비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승경쟁을 펼치는 까닭에 아무래도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워낙에 많은 갤러리를 몰고 다니다 보니, 각종 소음과 예기치 못한 일로 어드레스를 푸는 일도 잦다. 이날도 그랬다. 박성현이 속한 마지막 조는 전반 9홀을 마쳤을 때 이미 규정시간을 11분이나 오버했다. 경고가 나왔고, 마침내 벌타가 부과됐다. 그래서 뛰어다니다시피 플레이한 끝에 최종 경기시간은 4시간53분으로 3분을 초과했다. 이게 무슨 잘못인가? 규정을 위반했고, 벌타를 받았고, 이를 개선하려고 노력했으면 그만이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 처한 박성현에게 고생했다고 격려하고픈 일이다.

KLPGA 경기위원회도 칭찬하고 싶다.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경기 후 기자실을 찾아 상황을 진정성 있게 설명했다. “(박성현이) KLPGA를 대표하는 ‘대세 선수’인 까닭에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경기는 공정해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벌타를 부여하게 됐다. 140등 선수는 규정시간 내에 플레이하고, 박성현은 그보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샷을 날린다면 스포츠의 기본인 공정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성급한 결정이 아니냐고 항의를 하려고 했던 일부 기자들마저 납득할 정도로 설득력이 있었다. 눈치를 보지 않고, 스포츠다운 정당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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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이 3일 한화금융클래식 3라운드 도중 무릎을 땅에 댄 채 퍼트 라인을 읽고 있다. [사진=KLPGA 제공]


진짜 문제는 다음에 발생했다. 한쪽(경기위원회)의 얘기를 들었으니 반대편의 반응도 체크하는 것은 기본. 대회 기자실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박성현은 그냥 숙소로 가버렸다. 프로스포츠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공식 인터뷰를 거부하는 것은 징계사유다. 정말 중요한 경기에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감독도 감정을 꾹 누르고 인터뷰장에 나타난다. 그게 프로의 룰이고, 야구, 축구, 농구 등 대부분 국내스포츠가 그렇게 한다.

‘어머니가 시켰다’는 얘기도 있지만 박성현은 이미 성인이고, 프로다. 하지 말았어야 하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기자실 주변에서는 마음이 상한 박성현이 기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설’까지 떠돌았다. 한 고참기자는 4음절로 이 상황을 정리하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간단한 거 아니야? 박성현이 ‘감히 내게!’라고 발끈한 거지 뭐.”

그렇다. 벌타는 죄가 없지만, 발끈은 나빴다. 그 주체가 어린 나이에도 좋은 성품과 빼어난 기량을 갖춘 까닭에 한국을 딛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박성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겸손하지 못한 사람은 언제나 타인을 비난한다. 그런 사람은 다만 타인의 그릇된 것만을 인정한다. 그럼으로써 그 사람 자신의 욕망과 죄는 점점 더 커 가는 것이다.’ 톨스토이가 정말 이렇게 말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유명한 문구는 지금의 박성현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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