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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금융클래식 3R] '가족드라마 같은 골프데이' - 허윤경 인터뷰
[헤럴드경게 스포츠팀(태안)=유병철 기자 ] # 2번홀에서 보기를 범했다. 3번홀은 파로 막았고, 전장 434m인 4번홀(파5)은 버디를 잡아야 했다. 티샷은 그런대로 잘 맞았다. 178m가 남았다. 세컨드 샷을 준비하고 있는데 갤러리 쪽에서 소리가 났다. “허윤경, 파이팅!” 예비 시어머니셨다. 예비 신랑과 시아버지까지 함께 나왔다. 금세 기분이 좋아졌고, 자신있게 샷을 날렸다. 볼은 핀 2.5m에 붙었고, 까다로운 퍼팅을 넣었다. 20년 가까이 골프를 하면서 처음으로 해 보는 퍼트 이글이었다.

이 정도만 해도 무슨 드라마 같다. 그런데 예비신부 허윤경(26 SBI저축은행)은 2016 한화금융클래식(총상금 12억 원)의 3라운드(3일) 스토리를 좀 더 이어갔다. 전반에 3개의 버디를 추가한 후 14번홀(파5)에서 30m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었다. 진기명기에 나올 법한 명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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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신중하게 퍼트라인을 읽고 있는 허윤경. 예비시댁의 응원 덕에 인생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진=KLPGA 제공]


“퍼트 이글도 생애 처음이고, 하루에 이글 2개를 잡은 것도 처음입니다.”

최고의 날이었던 만큼 인터뷰도 유쾌했다. 허윤경은 “예비시댁이 이쪽이어서 3주를 쉬면서 시댁 골프장에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샷감각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겼죠. 초반에만 집중해서 넘어가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게 됐네요. 시댁 응원 덕인지 이글도 2개를 잡고, 오비가 날 줄 알았던 티샷도 살았어요”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미녀골퍼 중 한 명인 허윤경은 3년째 열애 중으로 오는 10월 결혼식을 올린다. 예비 시아버지는 이번 대회가 열리고 있는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골프장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솔라고CC의 오너다. 그래서 이번 대회를 앞두고 효과적인 적응훈련을 하고, 전폭적인 ‘시댁 응원’이 가능했던 것이다.

복귀 직후 “그저 필드로 돌아와 플레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고 말했던 허윤경은 “(단독선두가) 살짝 당황스럽다"고 웃으면서도 ”내일 찬스가 왔을 때 행운이 나한테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전성기와 비교하면 어떠냐?“는 질문에는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일축하기도 했다. 현재 몸상태는 2014년에 비하면 70% 정도라고 자가진단.

허윤경은 지독한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렸다. 2012년에는 우승 없이 상금랭킹 2위에 오를 정도였으니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런데도 항상 밝은 표정을 지어 별명이 ‘미소천사’다. 또 2014년에는 2승을 거두며 큰 인기를 누렸지만 지난 해 8월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투어를 중단해야했다. 골프를 그만둬야할지도 모르는 위기. 그래도 미소는 잃지 않았다.

웃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이런 말은 이럴 때 쓰는 법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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