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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승진의 복싱이야기] (1) 복싱체육관은 교육기관입니다
*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은 현직 치과전문의이자, 한국권투인협회 부회장인 도승진 원장의 복싱칼럼을 게재합니다. 도 원장은 ‘올드복서’라는 닉네임으로 블러그에 복싱관전평, 칼럼 등을 연재해왔습니다. 복싱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올드복서의 칼럼에 많은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는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좋은 것보다는 대책을 세워야할 문제가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의료비 증가입니다. 의료비 중 노인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큽니다.

또 하나의 문제가 그 동안은 60세 전후로 은퇴하였는데, 은퇴 후 삶이 길어지다 보니 나이가 들어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노후에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건강하지 못하다면 새로운 일은 엄두도 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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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후의 건강한 삶은 젊어서 얼마나 몸관리를 잘 하느냐에 달려 있다. 어렸을 때부터 복싱 등 운동의 중요성을 각인하고, 좋은 생활습관을 체화해야 한다. 사진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알리는 보건복지부의 홍보 포스터.


한국의 건강수명은 68.6세


수명이 늘어난 것이 우리가 건강해진 것이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결과입니다. 한국의 건강수명은 68.6세입니다. 여자가 좀 높고, 남자는 낮은 편인데 OECD 30개 국 중에 24위입니다. 올림픽 메달 집계로는 한국이 세계 10위권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체력, 혹은 노인건강은 한참 못 미치는 것입니다.

최근 복싱체육관은 선수 위주가 아니라, 건강을 위한 일반인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과거 선수만 키우던 관장들이 일반인 가르치며 의욕상실을 느끼곤 합니다(일반인은 아무래도 몸치들이라 좀 팍팍하죠). 하지만 체육관은 가르쳐야 할 목적이 있고, 일반인 복싱지도도 분명한 사회적 기여가 있습니다. 저는 이 얘기를 일선 복싱 트레이너 분들에게 하고 싶습니다.

제가 레지던트 때 내과 중환자들의 치과치료를 하면서 그들의 차트를 꼼꼼히 봤던 기억이 납니다. 차트엔 생활습관 기록이 자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당연한 결과인 것은 성인질환과 생활습관은 분명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흡연, 음주, 식습관, 운동습관 등 그 모든 것들이 성인질환과 연관돼 있습니다. 꼭 병원차트가 아니라, 일반상식으로도 이렇게 추정할 수 잇겠죠?

한국엔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가 있습니다.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와 훌륭한 IT 기술 덕에 자료가 제법 훌륭합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좋은 논문들이 많이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과학적으로든, 상식적으로든 한 가지 결론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바로 ‘생활습관은 청소년기부터 시작된다’죠.

질병에 있어 유전적인 요인은 좋은 것이나, 나쁜 것이나 세계 공통적인 역학조사에 따르면 그 비중이 30%를 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건강과 수명은 많은 요인 중에 사회적 경제적 지위와 직업 계층 교육 수준에 따라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상위층은 비교적 건강하고 안락한 노후를 보내는 반면, 하위층은 많은 질환과 장애로 점철되고 의존적이고 고통스러운 노년으로 몰립니다.

건강한 삶의 필수조건, 운동 등 좋은 생활습관

나이 들어 노인 요양원에 어쩔 수 없이 입원하게 되는데 그중 가장 큰 요인이 바로 거동을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 24시간 간병이 필요하게 되는데, 보통 5~6가지의 동시다발적인 질환으로 인해 급속한 근력 약화가 이뤄지고, 지적 면역력도 감소합니다. 우울증과 빈곤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국가가 장애 판정을 내리고, 요양 시설 비용을 부담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야 남은 가족들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장애 판정을 받는 분들을 조사해보면 나이 들어 자연히 생기는 것보다, 젊은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성인질환과 생활습관이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곤 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노인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정책은 노년기에서 중년기로 확대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직업 계층별로 현격히 차이나는 노후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가 사회계층별로 개입을 해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조금 더 나가면 청소년 시기부터 제대로 된 건강 개념을 심어줘야 합니다.

사람의 수명을 120살까지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 근거는 포유류 동물을 보면 대략 성장기의 6배를 산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인간도 20년을 성장하니 6배인 120살?

술 담배를 많이 해도, 생활습관이 나빠도, 성인질환을 가지고 있어도 대부분 50대까지 경제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60세 이후 발생하는 건강의 편차는 나이가 증가할수록 점점 커집니다.

그 이유를 어떤 의학자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현생인류는 지난 몇십 만 년 동안 60세 이후를 살아보지 못 했다. 그래서 유전적 면역력이 60세 이후는 잘 받쳐주지 못한다.’ 검증하기 힘들겠지만 나름 설득력이 있습니다. 어쨌든 대부분 명의들은 60이후 건강은 30~40대에 얼마나 몸을 잘 관리했냐에 따라 결정된다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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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어렸을 때 복싱을 연마했던 군산체육관의 현재 모습. 그 모습이 1980년대에서 멈춰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좋다. 하지만 복싱체육관은 하드웨어의 모습과는 별도로 그 운영, 즉 소프트웨어는 '교육기관'답게 변해야 한다.


젊은 시절 몸관리 →60세 이후 건강한 삶

수많은 연구결과에 의해서 다음 같은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의 잘못된 생활습관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건강의 개념은 중장년기에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고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이어져 각종 성인병이 시작된다. 이는 자연스레 노후에 많은 질환과 장애로 이어져 고통스럽게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다.

운동시설도 교육기관입니다. 복싱체육관도 운영자가 많은 노력과 공부를 하면 위상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저 원투 훅 등 싸움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기관이라는 철학 아래 관원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면 그 효과가 아주 클 것입니다. 건강교육과 생활습관은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복싱체육관이 교육과 생활습관 변화를 가르치는 곳이 되면 체육관 품격이 달라집니다. 그동안 저는 여러 글을 통해 복싱 자체가 운동으로 얼마나 훌륭한지를 역설했습니다. 일선 관장님들이 스스로 이런 이론적 배경을 마음에 새기고 체육관을 운영했으면 합니다.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는 국민을 건강하게 하여, 사회에 큰 기여를 하고, 그것으로 인해 내 사업이 번창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한다’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결론적으로 복싱체육관이 해야 할 일은 초등부터 고등학생까지 집중적으로 좋은 습관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건강에 대한 개념은 아예 초등학교 시기에 심어주면 더 좋습니다. 그런 목적을 가지고 관원들을 대하고, 즐겁게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주면, 나이가 들어도 계속 운동을 하게 됩니다. 어렸을 때 산을 좋아하면 커서도 산에 가고, 낚시를 하면 성인이 되도 취미가 낚시가 됩니다. 가장 운동효과가 뛰어난 복싱을 어려서 즐겁게 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복싱으로 몸 관리를 합니다. 제가 바로 그렇습니다.

이러한 근거로 학부모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운동은 공부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학업 효율을 증가시킵니다. 나아가 20대는 복싱(운동)을 통해 인생의 액셀레이터를 힘차게 밟도록 할 수 있죠. 30대부터는 운동이 노후건강을 위해 왜 필요한지를 주지시키고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몸 관리 스케줄과 생활습관화를 지도합니다.

이렇게 장기적인 계획이 있다면 요즘 일부 체육관들이 하고 있는 원투 훅 어퍼까지 ‘한달 속성 과정’은 하지 않을 겁니다. 스텝부터 차근차근 장기간에 걸쳐 하나하나 신체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도입니다.

그리고 젊은 시절의 체력을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유지하면 자신감과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50대가 넘어서 노년을 바라보는 관원들에겐 근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분명히 설명해줘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그런 이유가 거동을 불편하게 합니다. 많은 노인들이 장애인이 되는 이유가 어떤 질환이나 사고로 누워있게 되면, 근육이 급격히 감소되고 그것이 악순환이 되어 거동이 힘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면역력이 약해지며 혈액순환 감소로 인한 치매도 빨리 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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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금도 진료를 마치면 복싱체육관을 찾아 땀을 쏟고 있다. 복싱은 건강증진에 최고의 스포츠다.


복싱체육관은 교육기관

실력 있는 관장은 아령 하나만으로도 모든 근육운동을 가르 칠 수 있습니다. 그저 운동 요령만 가르치는 관장보다는 이런 충분한 이유를 설명하고, 교육하면 관원들이 관장을 훨씬 더 신뢰하고 장기 등록 관원이 될 것입니다.

노후 건강은 교육수준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수많은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복싱체육관도 교육기관으로 역할을 해 ‘노년을 위한 건강관리를 하는 곳’으로 새롭게 인식되게 해야 합니다.

나이 들어 발로하는 기술을 배우기는 힘들어도 손으로 하는 센드벡치는 기술은 충분히 재미있게 배울 수 있습니다. 많은 운동 중 복싱이 좋은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복싱이 살아나려면 빨리 슈퍼스타가 나와서 방송계를 주름잡아야지 일반 관원들 가르쳐봐야 무슨 소용이냐는 푸념도 있습니다. 그런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복싱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런 인구가 많아져야 슈퍼스타가 나오고, 또 그렇게 됐을 때 관중이 모이는 것입니다.

* 윗글의 대부분 이론적 배경은 노년학 박사인 서연숙 교수의 여러 논문에서 인용되었습니다

** 글쓰이 도승진은 현직 치과의사입니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누가치과의 원장입니다. 순천향대학병원 치주과의 외래교수를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하루 한 번 복싱을 수련하는 복싱인입니다. 한국권투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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