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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58타 대기록' 합작한 짐 퓨릭 부자(父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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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타' 라는 대기록을 합작한 짐 퓨릭 부자. 오른쪽이 부친 마이크다.


짐 퓨릭이 우아해 보이지 않는 ‘8자’ 스윙으로 전인미답의 경지에 올랐다. PGA투어 사상 처음으로 트레블러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58타를 쳤다. 퓨릭은 3년 전 BMW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꿈의 타수’인 59타를 친 적이 있다. 스윙이 우아하지 않다고 스코어까지 나쁘지는 않다는 것을 퓨릭이 잘 보여줬다.

퓨릭의 대기록 작성엔 부친 마이크의 공(功)이 컸다고 한다. 퓨릭은 트레블러스 챔피언십 이틀째 힘겹게 컷을 통과했다. 마지막 4개 홀서 버디 3개를 잡아 1타차로 예선탈락을 면했다. 3라운드에 대비해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 볼을 치던 퓨릭은 볼이 제대로 맞지 않자 캐디인 마이크 코완에게 휴대폰으로 자신의 스윙을 촬영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 영상을 자신의 스윙코치인 부친에게 보냈다.

클럽 프로 출신인 부친 마이크는 전문적인 스윙 코치는 아니다. 가족과의 시간을 늘리기 위해 클럽 프로를 그만 두고 토미 아머의 클럽 판매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들 짐의 유일한 스윙코치이긴 했다. 마이크는 어릴적 아들 짐을 골프에 입문시킨 후 ‘어떻게 스윙하나’가 아니라 ‘어떻게 골프를 치나’를 가르쳤다. 스윙은 본인의 몸에 맞게 하되 스코어를 잘 낼 수 있는 쪽으로 유도한 것이다. 그리고 완벽을 추구하는 아들에게 “골프는 완벽한 게임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올해 45세가 된 퓨릭은 지금껏 단 한번도 스윙 코치를 바꾸지 않았다. PGA투어에서 17승을 거두며 상금으로만 6500만 달러(약 724억원)를 벌어들인 선수가 시종일관 자신의 부친을 스윙코치로 썼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퓨릭은 이에 대해 “누구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신뢰한다”는 말로 설명한다. 신심(信心)은 때론 어떤 위대한 스윙 레슨 보다 강력하다.

부친 마이크는 아들의 스윙 영상을 받아본 후 “백스윙을 좀 더 타이트하고 짧게 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인생의 멘토인 부친의 지적에 퓨릭은 뭔가 ‘번쩍’하는 느낌을 받았고 최종일 새 역사를 썼다. 공동 70위로 트레블러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퓨릭은 보기없이 이글 1개와 버디 10개를 잡아 58타라는 새 경지에 도달했다.

퓨릭은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다. 어린 시절 부친이 쓰던 야구 글러브를 신주단지 모시듯 했다. 낡고 찢어져 새 글러브를 사줬지만 누더기가 된 종전의 글러브를 고집했다. 부친 마이크는 과거 골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아들 짐은 변화를 좋아하지 않았다”며 “낡은 글러브는 손가락을 끼우는 곳이 6개로 느껴질 정도로 편했다. 그 게 아들이 새 글러브를 거부한 이유”라고 밝힌 바 있다.

골프 스읭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고수했다.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편안함이 모르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누르는 스타일이었다. 이런 성격이 어릴 적 골프에 입문했을 때 했던 ‘8자’ 스윙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퓨릭의 8자 스윙은 백스윙 때 클럽이 바깥쪽 궤도가 지나간 뒤 다운스윙 때 안쪽으로 들어와 임팩트하는 식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임팩트다. 퓨릭의 스윙은 정통 스타일이 아니지만 임팩트 만은 세계 톱랭커들의 그 것에 뒤지지 않는다.

PGA투어가 생긴 이래 약 150만 라운드가 있었지만 50대 타수를 두 번이나 기록한 선수는 퓨릭이 유일하다. 손목 부상으로 9개월이나 필드를 떠나 있었던 퓨릭이 40대 중반의 나이에 이런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건 오랜 세월 나눠온 부자(父子) 간 사랑과 믿음의 힘 때문일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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