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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부 능선’ 넘은 KBL 순위 다툼은 여전히 ‘점입가경’
프로농구 출범 이후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9월에 개막한 2015-2016 시즌. 총 6라운드 270경기로 이루어진 정규 리그가 단 21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여느 때라면 6강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쥔 6개 구단 더불어 최종 순위 윤곽마저 드러난 상황이라지만 올 시즌은 사뭇 다르다. 끝자락에 다다랐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순위 싸움이 리그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1위 KCC(32승 18패)와 2위 모비스(31승 18패)의 격차가 불과 0.5경기 차다. 그 뒤를 쫓는 오리온(30승19패) 역시 선두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팀 당 4~5경기를 남겨둔 현 시점에서 정규리그 1위를 향한 숨 막히는 순위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하위권의 반란도 주목할 만하다. 비록 플레이오프행이 좌절됐지만 창원 LG와 부산 kt는 상위 팀의 발목을 수차례 잡으면서 순위 다툼을 안갯속으로 몰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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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돌풍의 주역 안드레 에밋은 8연승 기간 동안 평균 31.7점을 뽑아냈다.


전주 KCC 강력한 대권 후보 부상
전주 KCC가 강력한 대권 후보로 떠올랐다. 후반기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면서 리그 중심으로 우뚝 섰다. KCC는 9일 까다로운 상대인 LG를 잡고 올 시즌 팀 최다인 8연승을 기록했다. KCC의 8연승은 2004년 2월 8일 이후 처음. 추승균 KCC 감독은 부임 첫 해에 무려 12년이 걸린 대업을 이룬 셈이다. 이날 승리로 KCC는 시즌 내내 지속됐던 울산 모비스와 고양 오리온의 2강 체제를 무너뜨리고 단독 선두가 됐다. 모처럼 ‘슬로우 스타터’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1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노리는 KCC의 상승세가 시즌 종료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반면 1위 자리에서 밀려난 모비스는 비교적 하향 곡선을 타고 있다. 2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노리는 모비스는 올 시즌 내내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과 특유의 ‘실속 농구’로 강력한 대권후보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외국인 선수 전력이 타 팀에 비해 열세인 데다 득점력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2월 들어 가진 4경기에서 평균 득점이 64.3점에 머물고 있다. 직전 10경기 구간에서도 4승6패. 선두권과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모비스는 지난 2일 삼성전에서 전반전 동안 19점을 기록하는 등 최종 득점 49점으로 팀 자체 역대 최소 득점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9일에는 kt에 목덜미가 잡히면서 더욱 휘청거리는 실정이다.

또 다른 1위 후보 오리온에게 정규 리그 우승은 숙원과제다. 대구 동양 시절이던 2002~2003시즌 정규리그 2연패 달성 이후 한 차례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더군다나 추일승 오리온 감독으로서도 정규리그 우승은 감독 생활 내내 오르지 못한 고지다. 추 감독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경험은 선수와 코칭스태프 경력을 통틀어 2015 프로-아마 최강전이 전부다. 여러모로 우승에 대한 동기부여가 간절하다.

갈 길이 바쁜 오리온이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최근 애런 헤인즈가 부상을 털고 2개월 만에 팀에 합류했지만 당장에 파급효과가 나질 않는다. 우선 헤인즈의 게임 체력이 완성단계가 아니다. 게다가 동료 조 잭슨과 동선이 겹치는 등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부분도 보인다. 헤인즈는 복귀 후 치른 3경기에서 평균 28.3점을 넣으며 여전한 기량을 보여줬지만 팀은 1승2패를 기록, 3위로 추락한 상태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편이다.

오는 13일 오리온-모비스가 맞붙는다. 이어 16일에는 KCC-오리온이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두 경기는 1위 싸움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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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는 올 시즌 평균 12.7점 6.9리바운드 2.4도움 1.0블록슛으로 자신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고춧가루 부대의 활약
리그 막판 고춧가루 부대의 활약 역시 흥미를 돋우고 있다. 창원 LG와 부산 kt는 비록 6강행 열차를 못 탔지만 선두권을 위협하는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LG의 고공비행이 돋보인다. KCC와 더불어 후반기를 주도하는 구단으로 꼽힐 정도다. 지난 29일 KGC의 경기를 기점으로 상위권인 오리온과 동부를 잇달아 격파하는 등 순위 싸움에 수차례 재를 뿌리고 있다.

시즌 내내 애를 먹었던 2옵션 외인 자리는 샤크 맥키식이 완벽하게 메웠다. ‘주장’ 김영환은 올 시즌 회춘모드를 발동한 듯 매서운 외곽포를 쉬지 않고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김종규의 안정된 골밑 능력이 뒷받침되는 형국. 강력한 득점왕 후보 트로이 길렌워터가 발목 부상을 안으며 주춤한 듯 보이지만 누굴 만나든 자신감만큼은 가득 차 있다. 홈 팬들 역시 경기장을 가득 채우면서 상승세에 화답하고 있다. 여러모로 하위권의 모습이 아니다.

kt 역시 다크호스 면모를 되찾았다. 제스퍼 존슨을 영입한 것이 ‘묘수’가 됐다. 코트니 심스를 대신해 kt 유니폼을 입은 존슨은 노련한 경기 운영과 정교한 외곽포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코트 활용 범위가 넓은 존슨이 가세하면서 조성민의 득점 기회도 더욱 생겼다. 조성민과 존슨이 이루는 ‘쌍포’의 위력은 상위권을 위협하기에 충분한 옵션이다. 불안했던 앞선 라인은 상무 전역 후 합류한 김우람이 힘을 보태고 있다. kt는 9일 모비스와 맞대결에서 4쿼터 한 때 18점 차로 크게 앞서는 등 뜨거운 화력을 내뿜고 있다. LG와 kt는 남은 시즌 더욱 치열하게 임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피 튀기는 1위 싸움이 벌어지고 있고, 고춧가루를 한 움큼 쥐고 있는 하위 팀이 분전하면서 리그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진정한 승자는 마지막에 웃는 자다. 프로에서는 더욱 그렇다. 얼마 남지 않은 프로농구의 치열한 순위 싸움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헤럴드스포츠=정성운 기자 @tjddns4504]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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