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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의 주간 브리핑] 오리온의 ‘6일 천하’… 선두권 강타한 존슨 변수, 추승균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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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라운드 kt 전에서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는 제스퍼 존슨(가운데). 이때만 해도 시즌 막판 kt 유니폼을 입게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 터다. 사진=KBL


■ 1월 4주 UP &DOWN

오리온의 ‘6일 천하’…선두권 강타한 존슨 변수, 미소짓는 KCC


선두권 경쟁이 갈수록 점입가경입니다. 지난달 24일 삼성을 꺾고 45일 만에 순위표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렸던 오리온은 뜻밖에 ‘제스퍼 존슨’ 변수로 치명타를 입고 다시 2위로 주저앉았습니다. 지난해 11월 일시대체선수자격으로 한국 땅을 밟았던 존슨은 시즌 막판 리그 여러 팀들을 그야말로 ‘들었다 놨다’하는 이슈메이커로 부상했습니다.

짧은 시간 강한 인상을 남긴 존슨 사태를 잠시 짚어볼까요. 공동선두 오리온-모비스 간 혈전이 예정되어 있던 지난 30일은 애런 헤인즈의 ‘2차 부상’ 공시기간(5주)이 만료된 때였습니다. 하지만 헤인즈는 이 중요한 일전에 나설 만한 몸상태를 갖추지 못했고, 오리온은 첫 번째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선택지는 두 개였습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던 존슨을 헤인즈와 완전교체하는 것과 존슨의 일시대체기간을 연장해 헤인즈가 복귀할 시간을 좀 더 버는 것, 둘 중 하나였죠. 올 시즌 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오리온 입장에서는 플레이오프까지 내다봐야 하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추일승 감독은 29일 장고 끝에 완전교체라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추 감독은 모비스와의 5라운드 맞대결을 중요하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존슨의 일시대체를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KBL 규정상 모비스 전에 나설 수 없었기 때문이죠. 헤인즈를 포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만큼 존슨의 경기력도 충분히 승부수를 띄울 만큼 올라왔다는 판단이 작용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의외의 곳에서 또 하나의 변수가 터졌습니다. 바로 kt가 지난달 28일 삼성전에서 무릎부상을 당한 코트니 심스의 대체선수로 제스퍼 존슨을 점찍은 것이죠. kt 역시 6강행 불씨가 남아있던 터라 한시라도 급히 전력 누수를 메워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KBL은 같은 외국인선수를 복수의 구단에서 동시 지명할 경우 지난 시즌 순위의 역순으로 우선권을 부여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요. 이에 따라 지난 시즌 7위 kt가 5위 오리온에 앞서 존슨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대체외국선수 한 명을 둘러싸고 두 개의 팀이 서로 경합을 벌인 이번 사태는 KBL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인 듯싶은데요. 결국 존슨과 함께 모비스와의 혈전을 준비하던 오리온은 삽시간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오리온은 30일 모비스 전을 존슨도, 헤인즈도 없이 치렀고, 결과는 5점 차 패배(75-80)였습니다. 총력전의 후유증은 이튿날 LG전까지 고스란히 이어졌고, 오리온은 18점 차 대패(73-91)라는 수모와 함께 1월을 떠나보냈죠. 45일 만에 되찾은 선두 자리를 6일 만에 내어준 것도 모자라, 이제는 파죽의 5연승을 달리고 있는 3위 KCC에게 단 반 게임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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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려는 자와 끌어내리려는 자. 추심(秋心)이 엇갈리고 있다. 왼쪽부터 추일승 오리온 감독, 추승균 KCC 감독.



선두 모비스와의 승차는 1.5경기. 문제는 헤인즈의 복귀에 2주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오리온의 딜레마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남은 6라운드를 가드 조 잭슨 하나로 버티자니 이제껏 악착같이 지켜온 4강 직행 티켓마저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듭니다. KCC 추승균 감독은 지난달 31일 전자랜드와의 2차 연장 접전 끝 승리를 따낸 이후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이제는 4강 직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두권 도약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2위 이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완전히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의 헤인즈를 무리하게 당겨쓰자니, 이제는 플레이오프가 우려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 쪽의 우려를 더 신중히 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시즌 종료 후 오리온이 받아들게 될 성적표는 PO무대에서 결정됩니다.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상태의 헤인즈를 기용해 4강 직행 티켓을 거머쥔다 한들, 과연 오리온이 플레이오프에서 웃을 수 있을까요? 현재 가용 자원으로 최선을 다하되, 설사 3위로 정규리그를 마치게 되더라도 플레이오프에서 헤인즈가 예의 파괴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남는 장사일 것입니다.

kt의 벼랑끝 날갯짓, 동부는 발만 ‘동동’

우여곡절 끝에 제스퍼 존슨을 영입한 부산 kt는 이번 주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일 현재 6위 동부와의 승차는 4게임 차, 남은 경기는 양팀 모두 8경기입니다. 확률적으로는 아직 동부가 훨씬 6강행 티켓에 가까이 있습니다. 동부는 남은 8경기에서 4경기를 잡아내면 kt가 잔여 경기에서 전승을 거둔다 해도 6강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승률이 같더라도 동부가 kt와의 시즌 상대전적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이죠(4승2패).

의문점은 동부가 남은 8경기에서 과연 승률 5할을 달성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도 떨쳐내기 어려운 동부의 불안과 kt의 희망이 맞닿은 지점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는 존슨과 함께할 kt가 심스가 뛰던 때보다 강해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높이 부분에서는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윤호영-김주성도 모자라 로드 벤슨마저 족저근막염에 시달리고 있는 동부의 상황은 더 암울합니다. 1월의 성적(11경기 2승 9패 승률 0.182)이 2월에 이어지지 말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과연 kt는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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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표 고춧가루'가 점점 매운맛을 더해가고 있다. 사진=KBL


■ 2월 1주, 이 경기를 주목하라

# LG표 고춧가루 주의보
3일 LG vs 동부(19시, 창원)
5일 LG vs kt(19시, 부산)
7일 LG vs 모비스(14시, 울산)

시즌 막판 LG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아직 9위에 처져 있지만 1월 성적이 승률 0.636(7승 4패)에 달합니다. 고질적인 길렌워터 의존증에서 벗어나 국내선수들이 저마다 고른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날로 매운맛을 더해가고 있는 ‘LG표 고춧가루’는 이번 주에도 저마다 갈 길이 바쁜 구단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예정입니다. 6강권의 동부-kt, 불안한 선두 모비스와의 일전이 숨 가쁘게 준비되어 있는데요. 특히 1승이 급한 동부 입장에서는 하위 팀과의 경기를 반드시 잡아내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 5일 모비스 vs KCC(19시, 울산)

선두권 진입을 목전에 둔 KCC가 모비스를 만납니다. KCC는 올 시즌 모비스와의 상대전적에서 우위(3승2패)를 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5연승의 상승세로 선수단 전체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상황입니다. 반면 모비스는 지난 주말 오리온전에서 막판 연속 3점포에 힘입어 신승을 거두긴 했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KCC 전에서도 결국 외곽포가 얼마나 터져주느냐가 관건입니다. ‘만수’ 유재학 감독이 어떤 비책을 들고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김유택 SPOTV 해설위원] (정리=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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