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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일간의 미국 골프횡단 4] 첫 라운드를 하다
에이지슈터를 꿈꾸는 ‘다스팀(Dreaming Age Shooters)’의 미국 3일째 일정은 뉴저지 캐닐워스(Kenilworth)에서 처음으로 골프 라운드를 가진 뒤에 25km 거리의 엘리자베스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환갑이 넘은 중년 포섬이 부대끼며 지내고 살림살이를 맞추는 것이라 당연히 갈등도 생기고 사고도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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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다툼 후 티샷 전의 어색한 표정들.


첫 번째 골프 라운드
우리는 이틀 동안 베이스캠프인 이코노 로지(Econo Lodge) 호텔에서 워밍업(캠핑카 인수와 운전 연습, 물품구입 등)을 끝냈다. 시차 적응도 하고 실전감각도 익힐 겸 미국 도착 3일 만에 골프 대장정의 첫 발걸음을 갤로핑힐 골프장에서 시작하였다.

미국에서 첫 번째 방문하는 골프장에 대한 설렘에 모두들 들뜬 기분이었다. 캠핑카를 몰고 골프장에 도착해 널찍한 주차장 한 쪽에 차를 주차시켰다. 클럽하우스를 찾으니 증개축 공사가 한창이고, 가건물을 임시 프로숍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골프장의 안내 데스크가 프로숍인 것이 약간 실망스러웠다. 골프 의류와 용품을 파는 프로 숍에서 골프장의 접수와 수납을 함께 진행했다.

미국 골프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클럽하우스 입구에 여러 명의 젊은 직원이 반기는 호화로운 안내 데스크가 없다. 화려한 목욕탕도 없고, 캐디도 없고, 그린피도 싸고, 전동카트 대신 개인카트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골프 문화의 차이가 결국 미국에서 골프는 대중 스포츠로 여겨지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사치스러운 운동으로 구별되는 것 같다.

프로숍에서 접수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식사를 했는데 짜기만 하고 정말 맛이 없다. 음식 맛보다는 단원들 간에 내기 규칙을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인 상태라 산해진미를 먹은들 맛있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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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 언덕에 둘러싸인 갤로핑 힐.


첫 번째 의견 다툼
떨리는 가슴을 안고 ‘에이지 슈터’의 꿈을 이루기 위한 장도의 골프여행의 첫 발을 띠는 순간 ‘내기 규칙’을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이고야 말았다.

언제나 그렇듯 최 단장은 기존 룰대로 1달러(한국에서는 1,000원)짜리 스트로크 플레이를 하고 뽀찌를 90% 이상 주자고 제안하였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은 ‘미국에 왔으니 다른 방식으로 내기하자’면서 ‘각자 3달러씩 내고 1등은 4달러, 2등은 3달러, 3등 2달러, 4등은 1달러씩 갖고 롱기스트와 니어리스트에게 각각 1달러씩 갖자’고 한다. 서로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4명 모두 서로 “왜 네 말만 옳고 내 말은 무시하느냐?”면서 분위기는 이상하게 흘렀다.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심지어는 과거 대화 태도까지 문제 삼으며 언쟁이 끊이질 않았다. 그래서 첫 번째 골프는 내기 룰을 정하지 못한 채 내기 없이 치기로 했다. 4명이 수없이 많은 골프를 치면서 내기 없이 친 골프는 처음이었다. 이것은 다스팀에 오래 남을 첫 기록이다.

티타임이 여유가 있어 카트를 몰고 연습장인 드라이빙 레인지로 갔다. 미국 연습장은 모두가 천연 잔디 위에서 연습 볼을 치는 줄 알았는데 이곳은 한국처럼 매트 위에서 연습 공을 치는 연습장이었다. 연습 볼 한 박스 35개에 5달러, 퍼팅그린, 어프로치 샷, 벙커 샷 연습은 무료다. 방금 전 다툰 탓인지 모두가 말 한마디 없이 연습에 열중하였다. 한바탕 실랑이를 하고나서 식사하고 골프를 시작하니 경기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 모두 찜찜한 기분으로 골프 치는 내내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 없었다.

코스는 약간의 언덕과 계곡이 있어서 굴곡이 있지만 한국의 좁은 산악지역에서 훈련된 멤버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잘 친다. 다만 양 잔디이고 러프는 우리처럼 바짝 깎지 않기 때문에 볼이 러프로 들어가면 풀이 깊어 한 번에 탈출하기가 쉽지 않아 타수를 쉽게 잃어버린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미국 원정 첫 번째 골프는 떠오르는 별 설병상 작가가 첫 우승(86타)을 했고 양기종 대표 → 장기풍 총장 → 최금호 단장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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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타월깔고 인스턴트 식품으로 요기를 때우는 설병상.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말이 실감난다.


자신을 버리고 화합을 찾다
경기가 끝날 무렵 최 단장은 7번 아이언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플레이가 먼저 끝난 두 명은 골프채를 찾는 것도 소극적으로 시늉만 하고 먼저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자 최단장의 속마음은 부글거렸다.

한편으로 최 단장은 ‘시작부터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렵게 떠난 여행 이틀 만에 ‘우려되는 것들’ 중에 제일 중요한 항목인 불협화음이 터진 것이다. 별로 중요한 사안도 아니데 왜 서로 양보 없이 자기주장을 끝까지 고집하는가? 시차적응이 안 돼서 예민해졌나? 지난 밤 잠자리를 설쳐서 그런가? 호텔이 불편하였나? 내가 무엇을 잘못하였나? 별의별 생각을 다 해본다.

급기야 최 단장은 1년 전 단원들이 단장에게 바라는 설문조사의 내용도 떠올렸다. “단장의 말의 습관은 항상 다른 사람보다 위에 있다. 동등한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것이 더 친근감과 힘이 있지 않을까”, “단원들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결론은 각 단원이 상식적인 선에서 결정하도록 이끌고 종합적인 결정을 내리면 좋겠다.”

최 단장은 결심을 한다. 앞으로 단장의 의견은 없다. 이번 여행의 성공을 위해서 앞으로 모든 결정권은 세 명의 단원들에게 부여하고, 세 명이 합의한 의견은 무엇이든 존중하자. 그리고 단장은 단원들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중대한 문제를 제외하고는 앞으로 어떠한 의견도 제시하지 않는다. 결국 첫 번째 다툼은 최 단장의 의사결정권 포기 선언으로 마감하고, 한국마트에서 사온 소주를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서로 속마음을 털고 반성하는 하루를 보냈다.

미국의 한 스포츠 기자는 ‘골프는 20%가 스윙의 기술이고, 나머지 80%는 철학이자 유머, 로맨스이자 비극’이라고 했다. 다스팀의 미국 로맨스는 씁쓸한 희극으로 시작되었다. 다스팀의 미국 일정 내내 철학과 유머 사이에서 우정이 춤췄다.

* 골프장: 갤로핑 힐 골프장(Galloping Hill Golf Course)
갤로핑힐(파71 6,775야드)은 뉴저지주 캐닐워스(Kenilworth)시에 소재하는 도립 퍼블릭 골프장이다. 〈골프링크(Golflink)〉가 선정한 미국 100대 골프장 가운데 순위 24위이며, 〈골프다이제스트〉 별표 3.5개 등급의 골프장이다. 1928년 개장하였으며, 골프장 규모는 27홀이다. ‘말이 질주하는 언덕’이라는 의미의 ‘갤로핑 힐(Galloping Hill)’ 골프장은 이름만큼이나 자연 그대로의 언덕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코스로 구성돼 있어 지역 내에서는 가장 도전적인 코스 중의 하나다.
홈페이지: www.gallopinghillgolfcourse.com
그린피: 그린피 51달러+카트 대여 16달러로 합계 67달러(시니어라서 추가 8% 할인에 4명이라서 21달러 추가 할인해서 4인 합계 246달러.
위치: 3 Golf Drive Kenilworth, NJ 07033

* 이 글은 푸른영토에서 발간한 <60일간의 미국 골프횡단>에서 발췌했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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