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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인연의 소중함..조던 스피스와 캐디 그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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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스피스(왼쪽)와 캐디 마이클 그렐러.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22)와 캐디 마이클 그렐러(38)는 이번 주 SMBC 싱가포르오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캐디 그렐러가 발목 부상을 당해 싱가포르 원정길에 동행하지 못했다. 대신 스피스의 에이전트인 제이 단지가 대신 캐디로 나섰다. 둘은 잠시 떨어져 있으면서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스피스와 그렐러의 만남은 운명적이란 생각이 든다. “우스운 게 인연”이라는 말이 있지만 오늘날의 대성공을 놓고 보면 둘의 만남은 '필연'이란 생각도 든다. 스피스는 저스틴 토마스라는 경쟁자의 소개로 명 캐디를 얻게 됐다. 토마스는 스피스와 93년생 동갑내기로 작년 CIMB 클래식에서 PGA투어 첫 승을 거둔 선수다.

그렐러가 처음 캐디를 한 건 2006년이었다. 당시 US아마추어 퍼블링 링크스 챔피언십에 출전한 매트 세비지란 선수의 백을 공짜로 맸다. 단순하게 캐디 백만 짊어지고 다니는 역할이었다. 그렐러가 재직중이던 중학교가 대회장인 체임버스 베이에서 3.8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당시 체임버스 베이는 2010년 US아마추어챔피언십이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 땐 몰랐겠지만 스피스와 그렐러의 인연은 그 골프장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2010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그렐러는 저스틴 토마스의 캐디를 했다. 토마스는 2회전에서 탈락했으나 수학 교사인 그렐러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토마스는 2011년 US주니어챔피언십 때 다른 선수에게 그렐러를 캐디로 추천했다. 하지만 한 명은 손목부상으로 경기에 나갈 수 없었고, 2010년 우승자인 짐 리우라는 선수는 그렐러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 결국 그렐러는 돌고 돌아 스피스와 인연을 맺게 된다.

스피스는 US주니어에서 캐디 그렐러와 함께 우승했다. 2009년 우승 이후 두 번째 우승이었다. 둘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후 스피스는 2012년 US오픈에 대기선수로 출전 기회를 잡았고 그렐러의 도움 속에 공동 21위에 오르며 베스트 아마에 선정됐다. 스피스의 부친인 션은 2012년 12월 그렐러에게 전화를 걸어 계속 캐디를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스피스가 텍사스대 2학년을 마치고 프로 전향을 선언하기 직전이었다.

그렐러는 고민에 빠졌다. 안정적인 교사 직을 떠나야 하는 인생의 갈림길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스피스는 PGA투어나 웹닷컴투어의 출전권이 확보되지 않은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결단을 내렸고 10년의 교사생활을 중단하고 휴직계를 냈다. 그렇게 둘의 도전은 2013년부터 시작됐다. 스피스는 당시 스폰서 초청으로 최대 7개 대회에만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10만 달러 이상을 벌어야 스폰서 초청 제한이 풀렸다.

아니면 미니투어를 전전해야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스피스는 4개 대회에서 무려 52만 1,893달러의 상금을 획득했다. 그렐러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사표를 제출했다. “캐디는 여름방학 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취미였는데 직업 캐디로 나선 후 그 즐거움을 멈출 수 없었다”는 게 사직의 변(辯)이었다.

스피스와 그렐러는 경기장 안에선 협력 관계지만 밖에선 경쟁 관계다. 둘은 탁구는 물론 카드와 당구, 낚시 등 취미를 공유한다. 하지만 양보는 없다. 치열하게 서로 이기려고 애쓴다. 대회장의 퍼팅 그린에선 퍼팅과 치핑 내기도 한다. 그렐러는 노스웨스턴 대학 시절 골프팀 멤버였다.

둘의 나이차는 16살이나 된다. 공통점이 별로 없지만 필드에선 승부 본능이 잘 통한다. 그 결과 스피는 지난 해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연속 제패했고 20대 초반에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렐러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서로 죽이 잘 맞는 이유는 성공하기 전과 성공 후에 달라진 점이 없기 때문”이라며 “4년 전에 만난 스피스와 지금의 스피스에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렐러는 스피스와의 인연으로 돈방석에 앉았다. PGA투어의 경우 캐디의 주급은 1,000~1,500달러 수준이다. 이와는 별도로 우승시 상금의 10%, 톱10시 상금의 7%, 10위 밖으로 밀려날 경우 5%의 인센티브 계약이 이뤄진다. 지난 주까지 스피스가 PGA투어에서 상금으로 번 돈은 작년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1,000만 달러를 포함해 3,160만 달러에 달한다. 그렐러는 순간의 선택으로 교사로선 꿈꾸기 어려운 큰 돈을 만지고 있다.

하지만 고마워 해야 하는 건 그렐러 만이 아니다. 스피스는 작년 체임버스 베이에서 열린 US오픈에서 메이저 연속 우승을 거둬 스타덤에 올랐다. 그렐러의 도움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우승이었다. 그렐러는 2013년 약혼녀인 엘리(Ellie)와 체임버스 베이에서 결혼식을 올릴 정도로 그 골프장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그렐러의 아내가 된 엘리는 자폐를 앓고 있는 스피스의 여동생과 동명이인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둘의 만남이 운명적이란 생각도 든다. 스피스는 “마이클은 내 오른 팔이다. 그는 코스 안에서 나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라며 "우리는 매주 새로운 걸 함께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좋은 인연은 좋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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