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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인평 후기] ‘진짜 응팔’은 노력하는 천재 - 탁구 유남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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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탁구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유남규 감독. '국가대표 1004 봉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시작 전부터 기대가 앞섰다. 이미 지상파의 여러 인기프로그램에서 뛰어난 예능감각을 펼쳤고, 스포츠계에서 똑똑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그였기에 때문이다. 중학교 때부터 태극마크를 단 그는 어린 시절 ‘꾀돌이’로 불리기도 했다.

탁구가 첫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남자단식 금메달을 딴 유남규(48)는 지난 1월 4일 약속시간 10분 전에 스튜디오에 모습을 나타냈다. 꼼꼼하고, 철저한 성격 그대로였다.

누가 사회자야?

“설연휴 때 ‘우리동네 예체능 탁구편’에 나가야 해. TV는 신경 써야할 게 많지만, 오늘은 오디오만 나가니까 편하게 옷을 입었어요. 이해바랍니다.”

이어 “아, 반갑습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김용민 PD에게), “맞아요, 우리 언제 한 번 뵌 적 없나요?”(최익성 대표에게) 등 능숙한 인사가 이어졌다. 이 정도 달변이면 스포츠스타가 아니라, 연예인이나 정치인 수준.

바로 시작된 방송.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의 ‘원맨쇼’. 아무리 초대손님이라고 해도, 대사의 거의 90% 가까이를 유남규 감독이 책임졌다. “제가 원숭이 띱니다. 붉은 원숭이해 첫 근무일에 이렇게 방송을 하게 돼 영광입니다”, “내가 사회자인가?”, “끊어서 갈까요? 너무 길면 사인줘요”, “현정화는 내가 가르쳐서 방송에 익숙하도록 만들었죠”...

‘과묵의 미학’을 보여준 장정구 챔피언의 여파가 남아 있었던 까닭일까?유남규 감독의 달변은 패널들은 물론, 김용민 PD(지식라디오 대표)까지도 감탄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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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 팟캐스트 '스포츠 인물평전'을 녹음한 후 기념사진을 찍은 유남규 감독(가운데).



머리숱과 자오즈민 오해


처음 외모 얘기부터 빵빵 터졌다. 선수시절 막판부터 머리숱이 줄어들며 고민했고, 자신감마저 뚝 떨어졌다는 탁구천재. 마라토너 이봉주의 소개로, 모발이식 치료를 받고 무성해진 머리숱만큼이나 ‘동안’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단다. 이름도 웃긴 ‘황성주 털털모발이식’을 확실히 홍보했고, 이어서 피부과까지 선전하는 센스 작렬.

이어 탁구입문 동기에서는 엉뚱하게 초등학교 시절 여성편력(?)이 툭 튀어나왔다. 어쨌든 부산 영도의 영선초등학교 4학년 때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잘 보이기 위해 탁구를 시작했단다. 다음 자오즈민(안재형과의 한중탁구커플로 유명)에게 ‘들이댔다’는 자오즈민의 디스에 대해서도 재미지게 해명했다.

탁구 남북교류 뒷얘기, 동시대 스타였던 현정화-김택수에 대한 단상, 스타 출신 지도자의 실패와 성공, 프로화를 통한 탁구 중흥 아이디어,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과 체육관에 대한 깨알 홍보 등 유남규 감독은 패널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많은 것을 토해냈다. 정말이지 함께 있으면 지루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노력을 감추는 유쾌함

유남규 감독은 소속팀(에쓰오일탁구단)의 해체로 1월 15일자로 실업자가 된다. 하지만 그 유쾌함과 당당함만큼이나 자기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다. “저보다도 선수들이 먼저죠.” 실제로 유남규는 오래 쉴 처지가 아니다. 그러기에는 선수로, 지도자로 그가 가진 재주가 너무 많다.

결론은 유남규는 유쾌한 천재? 이건 절반만 정답이다. 보통 천재는 게으르기 쉽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올림픽,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우승경험이 있는 유남규는 독하다 싶을 정도로 성실하다. 선수 시절 모래주머니를 찬 발목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긴 바지를 입은 채 운동하고, 올림픽을 앞두고 너무 힘들어서 3일에 한 번은 울어버릴 정도였지만 남들보다 더 많은 훈련을 소화했다. 자신의 피나는 노력을 드러내지 않을 뿐,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스타일이다. 유쾌함은 남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은 까닭에 자신의 노력을 살짝 숨기는 기술일 뿐이다.

2시간에 걸친 유남규의 신년토크는 팟캐스트 '김용민 최익성의 스포츠 인물평전'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 [헤럴드스포츠=유병철 편집장 @ilnamhan]

*김용민 최익성의 스포츠 인물평전 해당 회차 다시듣기http://www.podbbang.com/ch/1069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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