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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성훈의 언플러그드] 같은 듯, 같지 않은 삼성과 넥센
올해 프로야구 판도는 어떻게 될까? 지난 수년 간 볼 수 없었던 순위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야구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예상이다. 그 중에서도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순위 변동폭이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필자는 진단한다. 정규리그 5연패의 삼성은 올해에는 포스트 진출마저 쉽지 않아 보이고,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 간신히 올랐던 넥센은 이번에는 최하위로 순위가 급전직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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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류중일 감독.


삼성은 이른바 ‘원정 도박’ 스캔들로 인해 주전 투수들이 대거 이탈했다. 선발진의 한 축이었던 윤성환을 비롯해 홀드왕 안지만과 마무리 임창용이 도박 추문에 휘말려 올해 투수진 운용에 블랙홀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창용은 이미 구단에서 추방되었고, 나머지 두 선수도 징계가 불가피해 시즌 초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구가 ‘투수놀음’이라는 간단한 잣대로만 보아도, 삼성의 고전은 삼척동자라도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타격에서도 삼성은 두 명의 거포를 잃어버렸다. 지난 시즌 타율 3할2푼1리에 26개 홈런, 116개의 타점을 기록한 박석민과 48개의 홈런을 터뜨린 나바로를 각각 타 구단과 일본(예정)에 넘겨준 것. 투수력의 약화를 타력으로라도 메워야 할 상황에서 박석민과 야마이코 나바로의 이적은 충격적이다. 박석민의 몸값 거품이 다소 심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삼성이 그를 너무 쉽게 포기했다는 비판은 면치 못할 것이다.

프로야구에서의 ‘먹튀’ 해프닝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흔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박석민이 96억 원을 받을 만한 타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삼성이 그를 잡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또한 나바로의 경우, 성실히 경기에 임한다는 ‘기상천외’한 조건을 내세우는 바람에 재계약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삼성으로서는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투타에서 모두 엄청난 내상을 입은 삼성이 올 시즌 가을 야구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외국인 투수 2명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주고, 장원삼, 차우찬, 심창민 등 투수들이 잘 해준다면 중반기부터 합세할 것으로 보이는 윤성환과 안지만 등과 함께 마운드는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도박 파문으로 졸지에 ‘국제 미아’가 되어버린 오승환을 품을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다. 타격에서도 나바로의 공백을 새로 영입한 아롬 발디리스가 어느 정도 메워준다면 포스트 시즌 진출은 가능할 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류중일 감독은 새 시험대에 올랐다고 봐야 한다. 지난 5년과는 완전히 달라진 구단 상황에서 자신만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 동안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았다는 비아냥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넥센 역시 전력 약화가 심하다. 팀의 에이스 투수로 활약해왔던 벤 헤켄이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한 데다 필승조의 한 축인 한현희가 수술로 올 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마무리 손승락이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공교롭게도 넥센의 투수진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선발과 중간, 그리고 마무리 투수진의 심각한 공백을 겪게 되었다.

타자 쪽 역시 삼성처럼 2명의 주축 선수를 잃었다. 홈런왕 박병호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지난 시즌 팀 타선의 한 축을 담당했던 유한준이 kt로 떠나버렸다. 특히 박병호의 공백은 매우 커 보인다. 그의 공백은 2~3명의 주전이 이탈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선수층이 타 구단에 비해 두텁지 않은 넥센으로서는 삼성에 비해 더 큰 내상을 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고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부수혈’ 등의 투자를 하지도 않았다. 넥센의 올 시즌 성적이 참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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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염경엽 감독.


그러나 넥센의 행보는 삼성의 그것과는 달리 해석되어야 한다. 모 기업이 없는 넥센은 96억 원을 주고 박석민을 데려올 수 없었다. 있는 선수 잘 키워서 타 구단에 팔든가, 아니면 메이저리그 포스팅 제도를 잘 이용해 거금을 챙기는 방법으로 구단 운영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넥센이 중위권을 유지하는 선전을 펼친다면, 그것은 기적이다.

따라서 넥센의 염경엽 감독은 편안한 마음으로 이번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염 감독에게 아무런 지원을 해주지 못한 구단이 욕심을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seanluba@hanmail.net

*필자는 미주 한국일보와 <스포츠투데이>에서 기자, 체육부장 및 연예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스포테인먼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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