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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다저스에는 오직 커쇼와 그레인키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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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개를 숙인 매팅리 감독.


2011년 세인트루이스와 필라델피아의 디비전 시리즈. 모든 전문가들은 필라델피아의 승리를 예견했다.

정규 시즌 102승으로 메이저리그 승률 전체 1위의 필라델피아와 와일드카드로 힘겹게 포스트시즌에 나선 세인트루이스의 대결이었기에 전문가들의 일방적인 예상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필라델피아는 로이 할러데이-클리프 리-콜 해멀스-로이 오스왈트라는 2000년대 최고의 완벽한 선발 로테이션을 자랑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세인트루이스의 3승 2패 시리즈 승리였다. 필라델피아의 타선은 2차전 이후 마지막 4경기에서 모두 7안타 이하의 빈공에 그쳤고, 마지막 5차전에서는 3안타 완봉패를 당했다. 단기전에서 선발 투수의 역량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하나,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증명한 시리즈였다. 마치 최근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주고 있는 LA다저스의 모습처럼 말이다.

2013년 그레인키의 합류로 다저스는 ‘커쇼-그레인키’라는 완벽한 원투 펀치를 구성했다. 이후 다저스가 줄곧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 손꼽힌 이유다. 하지만 최근 세 시즌 동안 그들은 단 한 차례도 월드시리즈에 나서지 못했으며,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도 디비전시리즈의 관문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타선의 기복과 허술한 불펜 그리고 커쇼와 그레인키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까지. 이는 시즌 전부터 지적된 다저스의 불안 요소였다. 하지만 시즌 내내 다저스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그들의 뇌관은 이번 디비전 시리즈 패배의 결정적인 패착이 됐다.

완패를 당한 3차전을 제외하면 다저스에겐 모든 경기에서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1차전에선 커쇼의 뒤를 이은 바에즈가 결정적인 한 방을 맞았다. 1실점에서 마무리 될 수 있었던 커쇼의 이날 성적은 6.2이닝 3실점 패전 투수가 됐다. 16일(한국 시간) 열린 5차전은 타선의 집중력 부족에 발목이 잡혔다. 1회 역전에 성공한 후 5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득점권에 보냈지만, 1회 2안타 이후 득점권에서 11타수 연속 무안타에 그치며 2-3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커쇼와 그레인키에 대한 의존도도 여전했다. 원투 펀치는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커쇼가 1승 1패 2.63, 그레인키 역시 1승 1패 3.29. 물론 정규시즌에 비하면 다소 부족한 성적이다. 하지만 커쇼의 4실점 중 2점은 승계 주자를 막아내지 못한 불펜에 의한 실점이었으며, 이날 그레인키의 두 번째 실점은 상대의 주루 플레이를 막아내지 못한 수비진의 지분이 컸다.

디비전시리즈에 나선 8팀 중 세 명의 선발로 시리즈를 치른 팀은 다저스를 포함해 세 팀이다. 나머지 두 팀은 세인트루이스와 캔자스시티로, 세인트루이스는 4차전에서 탈락한 팀이다. 다저스와 마찬가지로 5차전 혈투를 벌인 캔자스시티는 각각 두 차례씩 등판한 벤추라와 쿠에토가 도합 21이닝을 소화했다. 반면 커쇼와 그레인키가 합작한 이닝은 27.1이닝으로, 평균 7이닝을 육박하는 수치다.

문제는 다저스는 강력한 원투펀치라는 엄청난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커쇼와 그레인키 카드가 포스트시즌에서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는 점이다.

팀 타선은 투수력만 믿는다는 듯 2차전 7회를 제외하면 시리즈 내내 답답한 공격력에 시달렸다. 홈런수에서도 2-7로 완벽히 밀렸으며, 그나마 다저스가 때려낸 두 개의 홈런은 이미 승부가 기운 3차전 7회 이후에 나온 홈런이었다. 반면 메츠는 커쇼와 그레인키를 상대로만 5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에이스 공략에 성공했다.

3차전에선 원투펀치 외의 나머지 선발 자원인 앤더슨과 우드가 나란히 투입됐지만, 도합 5이닝 10실점으로 무너졌다. 시즌 내내 안정감을 자랑했던 수비도 5차전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공,수 모두에서 커쇼와 그레인키를 향한 지원사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다저스는 이번 디비전시리즈 5경기 중 선발이 2실점 이하를 기록한 두 경기에서는 모두 승리했지만, 3실점 이상을 기록한 세 경기에서는 모두 패하고 말았다.

다저스 팬들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같은 패턴이 3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저스는 2013년부터 최근 3년간 가진 포스트시즌 19경기 중 무려 14경기에서 커쇼와 그레인키를 선발로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팀 성적은 6승 8패로 신통치 못하며, 올해도 2승 2패에 그쳤다. 정규 시즌에서 최근 3년간 다저스의 커쇼, 그레인키 선발 등판 경기 승률은 .681(126승 59패)였지만 이 같은 공식은 가을 야구에서는 무의미한 일이었다.

과연 커쇼가 지난 디비전 시리즈 4차전 이전 포스트시즌 5연패를 당한 것은 온전히 그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문제일까.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은 물론이거니와, 타선의 득점 지원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그는 매년 가을, 사흘 휴식 후 등판을 반복하고 있는 투수다.

결국 올해도 다저스는 커쇼와 그레인키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둘은 최고의 무기임에 분명했지만, 다저스는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원투펀치가 마운드를 떠난 이후 승리로 가는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설상가상, 5차전 도중 이디어가 매팅리 감독과 설전을 벌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 같은 덕아웃 분위기에서 끈끈한 팀 케미스트리가 나올리는 만무하다. 그들에겐 오직 커쇼와 그레인키만이 있었을 뿐이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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