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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와 성(性)] 퍼터의 길이를 늘리듯, 발기부전 보형물의 길이도 연장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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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트 수술의 모식도.

생각보다 많은 골퍼들이 퍼터 길이에 신경을 쓰곤 한다. 오늘도 많은 골퍼들은 홀컵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공을 보며 혹시 퍼터 길이가 본인과 안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진다.

퍼터 길이에 대한 논란은 꼭 아마추어에 해당하는 것만은 아니다. 프로들도 종종 애용하는 롱퍼터의 경우 퍼터의 끝이 몸에 닿아 있으므로 보다 안정적인 스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점이 문제가 되어 최근에 각국 골프 협회는 롱퍼터를 금지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어드레스를 취한 상태에서 본인에게 맞는 퍼터의 길이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잘못된 퍼터를 산 이후에 퍼터의 길이를 늘이거나 줄이기 위해서 각종 수리 업체를 찾는 골퍼의 수가 적지 않다.

롱퍼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필자는 일전에 음경의 길이를 연장시키는 남성 수술의 종류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다. 그러나 통상적인 남성 수술들은 발기가 되지 않았을 때, 체내에 숨어 있던 음경의 일부분을 노출시켜 다소 길어 보이게 하는 목적이 크다. 간혹 발기된 길이를 연장시키길 원하는 경우가 있으나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발기된 음경의 길이는 대개 그 한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발기된 음경의 길이는 여러 가지 조직의 영향을 받는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발기 조직인 해면체를 둘러싸고 있는 “백막(tunica albuginea)”이다. 백막은 음경의 내부 구조물 중 가장 단단하고 질기다. 이 백막 내부의 해면체에 혈액이 충만되면서 음경이 딱딱해지고 발기가 일어난다. 풍선에 물을 채우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풍선의 최대 크기가 정해져 있는 경우, 아무리 많은 물을 채워도 풍선은 부풀어 오르지 않는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백막도 마찬가지이다. 백막이 품을 수 있는 혈액의 용적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 백막 자체가 길어지지 않는 이상 발기된 길이를 늘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침실의 크기가 정해져 있는데 무작정 큰 침대를 들여놓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특히 발기 부전 환자들에게 삽입하는 음경 보형물에서 발기 길이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발기 부전으로 임플란트 보형물을 삽입한 환자들이 수술 후 가장 아쉬워하는 것이 발기 시의 길이이다. 수술 전 기대보다 작다는 것이다. 이는 백막의 크기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작정 큰 보형물을 넣을 수 없다는 데 기인한다. 백막의 용적을 무시하고 무조건 큰 보형물을 넣었다가는 여러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경 길이 단축은 발기부전 보형물 수술 이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그런데 최근 이 “백막”이라는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한 새로운 발기 부전 보형물 수술법이 개발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백막 자체에 절개를 가하고 양쪽으로 슬라이딩 하듯이 잡아당겨 길이를 연장시켜 주는 수술법이 나온 것이다. '모스트(MoST, Modified Sliding Technique)'라고 불리우는 이 새로운 발기부전 보형물 수술법은 약 14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평균 3.1 센티미터 정도의 음경 길이 연장을 나타낸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음경의 길이 연장을 쉬운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골프와 마찬가지로, 비뇨기과 의사들 역시 음경 길이 1센티미터를 연장시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곤 한다. 모스트 수술도 마찬가지이다. 발기 길이를 가로막는 백막이라는 조직 자체를 절개한다는 과감한 시도의 한 편에는, 백막에 부착된 요도나 신경, 혈관을 미세하게 박리하는 피나는 노력이 숨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좋은 기록을 위해 퍼터의 길이를 조정하는 골퍼들의 노고처럼, 모스트가 발기부전 임플란트가 길이 단축을 고민하던 발기부전 보형물 수술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준석(비뇨기과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리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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