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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괄목상대' 오승택을 향한 예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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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오승택 안타 짝짝짝' 자리 잡아가는 오승택.

#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의 군주였던 손권에게는 근심이 하나 있었다. 휘하 장수였던 여몽 탓이었다. 여몽의 무술실력은 출중했지만 그는 학문에 소홀했다. 결국 참다못한 손권은 여몽에게 학업에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이후 오나라에서 가장 학식 높은 노숙이 여몽을 찾았다. 그를 경시하던 노숙은 달라진 여몽을 보고 놀랐다. 그러자 여몽은 "선비는 헤어진 지 3일이면 눈을 비비고 서로를 봅니다"라고 답했다. 바로 괄목상대(刮目相對)의 어원이다.

# "이제 25살이니 앞으로 야구할 날이 더 많다. 실책이나 부진은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신에게 화도 많이 났지만, 정신적으로는 이겨냈다. 이제 성적으로 보여줄 차례다." 햇빛이 뜨겁던 시즌 중반,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만난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오승택의 다짐이었다. 그리고 지금 오승택은 자신의 다짐을 지키며 한 계단 더 성장했다.

롯데와 SK 와이번스의 시즌 14차전이 열린 8일 인천SK행복드림야구장. 롯데가 6-1로 앞선 5회말 1사, SK 조동화가 타석에 들어섰다. 롯데 선발 조쉬 린드블럼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조동화는 2구 111km/h 커브볼을 그대로 받아쳤다. 유격수를 향해 강하게 날아간 타구는 오승택 앞에서 높게 튀어올랐다. 흔히 내야수들이 가장 어려워한다는 큰 바운드 땅볼. 하지만 오승택은 뒤로 넘어지며 타구를 잡아냈고 곧바로 1루로 뿌리며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졸지에 안타 하나를 빼앗긴 조동화는 고개를 가로저었으며 린드블럼은 오승택에게 환호를 보냈다. 정수빈(두산 베어스)에게 MBC스포츠플러스 허구연 해설위원이 있다면 오승택에게는 SBS스포츠 안경현 위원이 있었다. 마침 8일 경기 중계를 맡은 안경현 위원은 이 수비 장면을 보고 "연습 때는 다 되는데, 경기 때 만들기 쉽지 않다. 그걸 해낸 것이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전까지 오승택의 시즌 실책은 13개로 리그 공동 10위였다. 특히 6월 초에 있었던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에서는 무려 6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내야를 오가며 펼쳐진 오승택의 '실책 퍼레이드'는 마치 롯데 6월 부진의 신호탄처럼 여겨졌다. 오승택은 1군에서 말소됐지만 롯데는 6월 21경기에서 승률 0.286(6승 15패)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러던 오승택이었기에 이번 호수비는 더욱 인상적이다.

'진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타격은 여전하다. 오승택은 8일까지 13경기 연속안타 행진 중이다. 같은 기간 성적은 타율 0.333(54타수 18안타) 6타점 6득점. 비록 홈런은 없지만 2루타 5개와 3루타 1개 등 하위타선에서 공격의 흐름을 이어주고 있다.

8일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승택은 9번타순에서 5타수 3안타 1득점을 기록하며 상-하위 타선을 연결했다. 합의판정 성공으로 얻은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하는 집중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이 20홈런-20도루를 기록할 선수라고 꼽은 오승택. 물론 아직 그 기대치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풀타임 1년차 시즌을 소화 중인 지금, 오승택은 팀 타선에 윤활유를 칠하고 있다. 오나라의 여몽은 '지략'으로 촉나라 관우를 제거하며 형주를 빼앗았다. 오승택의 활약은 이제 시작이다. [헤럴드스포츠=최익래 기자 @irchoi_17]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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