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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오픈 특집]토너먼트 전용코스 우정힐스의 승부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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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선수들이 가장 어려운 홀로 지목한 우정힐스의 파3홀인 13번홀 전경.


오는 10일부터 나흘간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제58회 코오롱 한국오픈은 내셔널타이틀로 출전선수라면 누구나 우승을 꿈꾸는 대회다. 우승상금도 국내 최대인 3억원이나 걸려 있어 총력전을 펼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려면 대회코스인 우정힐스 의 승부 홀을 극복해야 한다. 국내 골프장중 대표적인 토너먼트 코스인 우정힐스의 승부 홀을 알아본다.

마스터스에 ‘아멘’이 있다면 우정힐스에는 ‘실’이 있다

한국오픈은 파3홀인 13번 홀부터 긴장감에 빠진다. 다소 쉬운 14, 15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지 않으면 16번 홀부터 마지막 세 홀은 파를 지키기도 힘들다. 하늘에서 보면 바다표범을 닮았다고 ‘실(Seal) 코너’로 불리는 마지막 세 홀은 ‘보기를 범하면 우승할 수 없다’는 징크스가 있다. 연장전이 펼쳐지면 다시 돌아야 하는 홀이기도 하다. 우정힐스의 지난 12년을 되돌아 보면 마지막 세 홀이 골프 드라마의 무대로 손색이 없음을 잘 보여준다. 예컨대 2008년 1타차 선두를 달리던 이안 폴터(잉글랜드)가 16, 18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연장전 진출 마저 실패했다. 확실한 것은 대회를 지켜보는 팬들에게 13번 홀과 씰 코너는 꼭 지켜봐야 하는 드라마틱한 홀이기도 하다. 어려운 코스에서 진정한 챔피언이 탄생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13번 홀(파3 221야드)- 골프신이 변덕을 부리는 땅

볼이 풍덩 빠지는 느낌을 주는 ‘스플래시(Splash)’라는 별칭이 붙은 홀이다. 대회 중 하루에도 몇 번씩 공이 물에 빠지면서 물보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그린을 공략하기 위해선 신중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 이 홀은 PGA투어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리는 TPC소그래스(플로리다 주)의 17번 홀과 유사하다. 지난해 이 홀에서 버디는 23개였지만 보기는 72개가 나왔고 더블보기 이상도 29개였다. 평균 타수는 3.34타로 7번째로 높은 난이도를 기록했고, 평균 퍼팅은 1.97타로 난이도 4위였다. 심리적 부담감 때문일까. 마지막 날은 더욱 위협적인 홀이 됐다. 평균 타수 3.42타(난이도 2위)에 퍼팅은 2타(4위)였다.

이 홀에서는 2009년 초청선수인 일본의 이시카와 료가 1~3라운드 연속으로 티 샷을 물에 빠뜨렸다. 이시카와는 “매번 그린 중앙을 노렸는데 매번 페이스 중앙에 맞히지 못했다”고 했다. 김형태는 2013년 이 홀에서의 룰 위반 실수로 인해 품에 안았던 우승컵을 강성훈에게 넘겨야 했다. 이 홀에서는 골프의 신이 변덕과 심술을 부리는 것만 같다. 타깃이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16번 홀(파3 248야드)- 비너스의 유혹에 빠지다

석양이 질 무렵 마운드들과 벙커선이 중첩되는 이 홀은 별칭인 ‘비너스’에 걸맞게 굴곡이 아름답다. 하지만 티잉 그라운드에 선 선수는 아득한 그린을 보며 미혹에 빠지게 되고, 홀을 마치고 나올 때면 고개를 푹 숙이며 자책하고 또한 절망한다. 이 홀은 워터 해저드가 없는 유일한 파3홀이지만, 어떤 파 3홀보다 파를 잡기 어렵다. 248야드로 파 3홀 중 가장 길다. 오른쪽으로는 깊은 벙커들이 세 개나 연달아 있고, 오른쪽으론 가파른 언덕이다. 롱 아이언이나 페어웨이 우드를 사용해 힘차게 공략해야 한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치는 드로우 샷이라야 유리하다.

지난해 대회 4라운드 동안 이 홀에서 버디는 15개였으나 보기는 그 9배가 넘는 112개가 쏟아졌다. 평균 타수는 3.38타로 난이도 4위, 평균 퍼팅은 1.95타로 7위였다. ‘실 코너’의 시작인 만큼 마지막 날은 더욱 어려웠다. 타수 난이도 5위, 퍼팅은 3위였다. 설계자는 골퍼가 착각하고 미혹에 빠지도록 이 홀을 만들었다. 갤러리에겐 비너스지만 선수에겐 야누스와 같다.

17번 홀(파4 488야드)- 길고 정확해야 살아남는다

488야드인 이 홀은 골프의 대원칙인 ‘파(Far) 앤드 슈어(Sure)’를 시험하는 홀이다. 길면서도 정확한 샷만이 파를 지킨다. 최상의 드라이빙 포지션은 페어웨이의 우측이다. 비교적 평탄한 라이를 확보할 수 있고, 세컨드 샷에서 그린 공략을 위한 좋은 각도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우 좁다. 대부분은 내리막에 걸리거나 좁은 페어웨이를 놓쳐 러프에 빠진다.

그린 쪽으로는 살짝 내리막이다. 하지만 너무 길어도 안 된다. 올해는 그린 뒤를 완전히 메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드롭존이나마 있었으나 올해부터 그린을 넘기면 OB다. 올해는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지난해 이 홀에서 버디는 12개였으나 보기는 118개에 더블보기 이상도 10개나 나왔다. 평균 4.4타로 3번째 어려웠고, 평균 퍼팅은 2.12타로 가장 어려운 그린이었다. 하필이면 홀의 별칭마저 ‘노 머시(No Mercy)’다. 자비는커녕 요행이라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18번 홀(파5 561야드)- 모험을 걸거나 지키거나

요즘 대회에서 파5는 버디를 잡을 수 있는 쉬운 홀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오픈 마지막 홀은 영웅적인 플레이가 아니면 버디는 불가능하다. 자칫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뒷바람이 분다면 충분히 투온을 노릴 수 있지만 그건 하늘의 몫. 그린 앞의 워터 해저드가 버티고 있어 승부를 걸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안전한 공략을 해야 한다. 그린이 가로로 길게 놓여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공략하기 위해선 그린 우측으로 레이업해야 어프로치가 편하다.

지난 해는 이 홀에서 버디가 86개, 보기는 54개였고 더블 보기 이상이 15개였다. 평균 타수는 5.04타로 14번째 어려운 홀이었다. 평균 퍼팅수는 1.78개로 그나마 쉬웠다. 하지만 마지막 날은 평균 타수 5.12타로 난이도 12위였고, 평균 퍼팅도 1.87타로 난이도 13위였다. 마지막 홀이 주는 긴장과 떨림이 선수들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스타디움(Stadium)’이란 별칭처럼 그린 주위로 병풍처럼 둘러선 언덕이 훌륭한 갤러리 스탠드를 제공한다. 고대 로마시대의 콜로세움처럼 검투사들이 전장에 들어서는 느낌을 준다. 최고 권위의 대회에 딱 어울리는 끝내기 홀이다. [헤럴드스포츠=남화영 객원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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