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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측담장의 편파야구, V3는 백신이 아닙니다] 최고의 야구를 할 시간이 왔다
'No fear'가 필요한 순간
"최고의 야구를 할 시간이 왔다!" 롯데는 2010년 8월, 주포 홍성흔이 손등 골절로 라인업에서 빠졌다. 4강행 싸움이 여느 때보다 치열했던 당시, 롯데의 4강에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다. 제리 로이스터 당시 감독은 선수단을 끝없이 독려했고 이는 SK, 두산을 상대로 한 6연전 싹쓸이로 이어졌다. 그야말로 4강을 굳힌 당시 로이스터의 명언이 지금 롯데에게 간절하다.

4승 1패. 승률 0.800(2위) 팀 타율 0.326(3위), 팀 홈런 9개(1위) 팀 평균자책점 4.30(5위). 롯데가 8월 4주차(8월 18일~8월 23일) 다섯 경기에서 받은 성적표다. 롯데는 8월 4주차 대약진으로 5강 후보를 위협하는 다크호스가 됐다. 7위였던 SK 와이번스를 제치고 74일 만에 7위에 올라선 건 물론이고, 5위 KIA 타이거즈를 3.5경기, 6위 한화 이글스를 2경기차로 추격했다. 74일 만의 7위는 롯데 팬들의 희망을 품게 한다. 두 달 이상 지켜온 8위를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만큼, 팬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물론 당연하게도, 쉽지 않다. 5위 KIA가 잔여 경기에서 5할 승률을 유지할 경우 롯데는 승률 0.646(20승 11패) 이상을 기록해야만 KIA를 제칠 수 있다. 롯데의 시즌 승률이 0.469임을 감안하면, 지금까지보다 2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즌 중후반 세 경기차를 좁히는 데 필요한 건 한 달이다"는 이야기가 있다. 5위 KIA와의 3.5경기차를 감안하면 롯데의 5강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그야말로 험난한 대장정인 셈이다.

지금 롯데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얼마든지 치고 올라갈 수도, 지난 74일 동안 그랬듯 팬들을 좌절에 빠뜨릴 수 있다. 다행인 건 롯데 이종운 감독이 자신의 비중을 줄이고 선수들에게 경기를 맡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반등의 기미가 보인다는 점이다. 롯데의 5강행을 둔 두 가지 시선을 통해 그 가능성을 점쳐보자. 물론, 설레발은 죄악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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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잡은 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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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담장 밖으로 퇴출!' 롯데 아두치. 사진=롯데 자이언츠

지난주 롯데의 팀 타율은 0.326으로 리그 3위였다. 고무적인 사실은 9홈런으로 주간 팀 홈런 1위에 올랐다는 부분이다. '앞선 주자를 홈으로 퇴출시키는' 짐 아두치와 '캡틴' 최준석이 나란히 4홈런 8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손아섭 역시 8타점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정훈은 주간 타율 0.500(18타수 9안타)으로 '봄훈'이라는 오명을 벗는 데 성공했으며 강민호(15타수 6안타)도 후반기 분전을 이어갔다.

시즌 초 롯데는 '마르지 않는 대포'를 선보이며 팀 홈런 1위를 휩쓸었다. 하지만 대포는 여름철 선수들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그렸으며 팀 성적도 동반 급락했다. 그 타선의 힘이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자 롯데의 성적도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다. 롯데 이종운 감독이 후반기 아두치를 4번 타순에 고정시킨 게 주효했다. 롯데의 5강행의 최우선 과제는 타선의 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송타미가 돌아온다
"수요일에 캐치볼 실시할 예정입니다. 캐치볼 후 상태가 확인되면 1군 등판 일정도 정해질 예정입니다." 롯데 구단 관계자가 밝힌 송승준의 복귀 일정이다. 송승준의 몸 상태가 괜찮다면 캐치볼 후 하프피칭 등 복귀단계 이후 1군 등판까지 일주일 정도가 소요된다. 즉, 다음 주 중 송승준의 로테이션 합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송승준은 지난 11일 사직 SK전에서 오른팔 통증을 호소하며 3.2이닝 만에 강판됐다. 검진 결과는 굴곡근 염증. 상태가 심각하진 않았지만 1군 말소 후 퓨처스 팀에서 휴식을 취해왔다.

송승준의 가세는 비어있는 롯데 선발진에 숨통을 트게 할 수 있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었던 송승준이지만, 지금의 공백은 명백히 단점이다. 매 경기 6이닝 가까이 던지며 마운드 계산이 서게 만들던 송승준의 역할이 절실한 지금 롯데다.

경쟁자를 앞서다
롯데 5강의 현실적인 경쟁자는 KIA와 한화다. 롯데는 이들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 왔다. 롯데의 KIA전 성적은 0.583(7승 5패), 한화전 성적은 0.500(7승 7패)다.

롯데는 KIA와 4경기, 한화와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상위 팀과의 맞대결은 '두 경기가 걸린 경기'다. 롯데가 KIA를 잡으면 KIA는 승차를 유지하는 반면, 롯데는 한 경기 좁힐 수 있다. 롯데가 다른 팀을 상대로 아무리 승리해도, KIA 역시 타 팀을 잡으면 간격은 줄지 않는다. 결국 상위 팀과의 맞대결에서 승차를 좁히는 게 지름길이자 정도(正道)다.

또한 한화와 롯데는 이번 시즌 최고의 이슈 메이커를 자처했다. 이종운 감독이 "야구로 붙자"고 했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건, 한화와의 성적에서 앞서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롯데 5강의 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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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틈 없는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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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로 승부하자'던 롯데 이종운 감독(왼쪽). 사진=롯데 자이언츠

수도권은 번번이 롯데의 발목을 잡아왔다. 부산을 연고로 한 탓에 수도권 원정 이동 거리는 롯데의 피로도를 높이는 주범이었다. 잔여 일정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는 일곱 번의 잠실 원정과 한 번의 목동 원정을 앞두고 있다. 여덟 번의 서울 원정은 경쟁자 KIA(3경기) 한화(6경기)에 비해 많다. 동일한 경기 수라도 이동거리가 더 길었을 상황에서, 되레 많은 경기가 남은 것이다. 이는 시즌 초반 수도권 경기가 우천으로 순연된 탓이 크다.

단순히 이동거리뿐 아니다. 서울에서의 성적이 좋지 못했던 것도 근심이다. 롯데는 목동 원정에서 넥센을 상대로 3승 4패(0.429)로 부진했다. 잠실에서도 녹록치 않았다. 롯데의 잠실 성적은 두산에 1승 3패(0.250), LG에 2승 3패(0.400)로 모두 5할 승부 밑돌았다. 잠실에서 남은 일곱 경기에서도 이전처럼 승률 0.333에 머문다면 5강행은 요원해진다.

결국 롯데가 치를 잔여 31경기 중 4분의1 이상인 서울 원정에서 롯데의 승률이 갈릴 공산이 크다. 롯데는 서울 울렁증을 극복해야 한다.

주인 없는 5선발
이종운 감독은 부임 직후 '투수 전원 선발투수화'를 선언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롯데의 선발 로테이션이 증명한다. 올 시즌 롯데의 스프링캠프에서 선발투수에 초점을 맞추고 훈련했던 선수 중 로테이션에 남은 건 조쉬 린드블럼-브룩스 레일리 원투펀치와 송승준뿐이다. 그나마 5월 초 트레이드를 통해 kt에서 영입한 박세웅이 자리를 지켜 4선발까지 겨우 구색을 갖췄다.

그럼에도 여전히 5선발은 공석이다. 송승준마저 부상으로 빠진 최근, 롯데는 이재곤과 심수창에게 연이어 기회를 줬지만 마뜩찮았다. 이종운 감독은 "배장호나 김원중도 선발로 싸워줄 수 있는 투수"라고 밝혔다. 그러나 배장호의 마지막 선발등판일은 2014년 5월 11일이다. 당시 4.2이닝 3실점으로 버텨낸 배장호는 이후 쭉 구원으로만 1군 경기에 나섰다. 올 시즌 세 경기 모두 구원등판한 배장호는 3.2이닝 평균자책점 7.36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냉정히 말하면 아직 5선발로 부족하다.

올해 처음으로 1군에 선보이는 김원중 역시 퐁당퐁당의 투구내용으로 안정감이 덜하다. 또한 어깨 재활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상동에서 불펜으로 몸을 만들었기에 대뜸 선발로 나서면 부담될 수밖에 없다.

물론 잔여 일정 특성 상, 한 주에 여섯 경기를 치르는 경우는 드물다. 경기 사이 휴식일이 낄 경우 5선발의 필요성이 덜해진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4선발 로테이션을 고수할 수도 없다. 그 폐해는 시즌 초 롯데가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종운 감독이 자신의 '학습능력'을 증명하려면 늦었지만 이제라도 선발 로테이션을 고정해야 한다.

보직 없는 불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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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종운 감독의 당면 과제는 불펜 안정이다.

지난주 4승 1패를 거두는 동안 롯데가 기록한 팀 세이브는 0이다. 접전이 없었던 탓이다. 석 점 차 이내로 승리한 건 18일 사직 LG전이 유일하다. 당시에도 0-4로 뒤지던 8회 대거 7점을 뽑으며 경기를 단숨에 뒤집었다. 8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던 강영식이 9회까지 책임지며 승리투수가 됐다. 결국 지난주 롯데에는 세이브 상황에 등판했던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롯데 불펜은 올 시즌 내내 '롯데 시네마'라 불렸다. 어이없는 대량 실점으로 경기를 내준 게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주 4승은 '접전이 적었던 덕에 롯데 불펜의 집필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고 해석 가능하다.

문제는 여전히 보직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마무리 투수 폭탄은 홍성민에게 돌아간 상태다. 그러나 나머지 투수 중 누구도 선뜻 필승조라고 칭하기 부족하다. 김승회와 강영식, 이명우 등은 점수 차가 넉넉한 상황이라면 승패와 관계없이 등판했다. 정대현의 마지막 1군 등판은 지난 15일 목동 넥센전으로 9일간 개점휴업이었다. 김성배는 이보다 앞선 17일 목동 넥센전이 마지막이었다. 이 둘은 무려 10일 가까이 휴식을 취했지만 여전히 1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즉, 김성배와 정대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엔트리 운용이다.

그렇다면 열흘 가까이 쉰 김성배나 정대현이 마운드에 올랐을 때, 금세 감을 찾을 수 있을까? 기댈 건 이들이 베테랑이라는 믿음뿐이다. 보직도, 역할도 없는 운용은 선수들 개인의 역량에만 의지하게 만든다. 물론, 한계는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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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폴더 인사'를 하는 롯데 선수들. 이제 인사 뿐 아닌 경기력으로도 팬들을 감동시켜야 한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렇듯 롯데의 5강행에는 긍정적 요소보다 부정적 요소가 많다. 결국 KIA나 한화 등 경쟁 팀과의 맞대결에서 최대한 승을 쌓은 뒤 나머지 경기에서도 호조를 유지해야 한다.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기적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롯데는 지난주 기적을 일궈냈다. 삼성 라이온즈와 KIA를 만나는 일정에서 4승 1패를 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

팀 성적 부진과 모기업의 분란 속에서도 롯데 팬들은 사직구장 1루와 원정 경기장 3루를 메우고 있다.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그 기적을 이어가야 한다. 이제 롯데는 최고의 야구를 보여줘야 한다.

*좌측담장 : 결정적 순간. '바깥쪽' 공을 받아쳐 사직구장의 '좌측담장'을 '쭉쭉 넘어갈' 때의 짜릿함을 맛본 뒤, 야구와 롯데 자이언츠에 빠진 젊은 기자.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야구가 좋고, 그 숫자 뒤에 숨은 '사람의 이야기'가 묻어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그 목표 아래 매일 저녁 6시반 야구와 함께 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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