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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프레지던츠컵 위해 악천후 감수한 하이트진로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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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와 박성현 등 챔피언 조를 따라 18번홀 그린으로 이동중인 갤러리들. <사진 제공=KLPGA>


올 해로 16회째를 맞은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성황리에 끝났다. 대회 창설 이후 가장 많은 갤러리가 입장한 데다 하이트진로 후원선수인 전인지가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세계 3개 투어의 단일 시즌 메이저 제패라는 대기록을 작성해 최고의 결실을 맺었다. 이런 흥행 대박은 하이트진로그룹의 사려깊은 마음 씀씀이에서 나온 결과다.

26일 대회장인 경기도 여주의 블루헤런 골프클럽엔 1만 5,000여 명의 구름 갤러리가 몰렸다.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대회사상 최다 갤러리였다. 18번홀 그린 주변엔 발 디딜 틈없이 많은 갤러리들이 들어찼고 전인지의 챔피언 퍼트가 홀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올해 대회는 선수들의 열띤 우승 경쟁에 수준 높은 관전 문화가 어우러지며 메이저 대회의 위상에 걸맞는 멋진 작품으로 마무리됐다.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은 메이저 대회로 승격한 뒤 매년 10월에 열렸다. 하지만 올 해는 일기가 불순한 장마철인 7월로 대회 일정을 변경했다. 이는 하이트진로그룹 박문덕 회장의 '통큰 양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초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열릴 예정이던 10월 둘째 주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되는 2015 프레지던츠컵이 열리게 된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박 회장은 KLPGA와의 협의 끝에 망설임없이 대회 개최 일정을 옮길 것을 결정했다. 좋은 날씨와 시즌의 정점이라는 유리한 대회 일정을 한국 골프발전을 위해 과감히 양보한 것이다. '몽니'를 부린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KLPGA투어 후원사 중 단일 스폰서로는 가장 오래 대회를 개최해 온 기업이다. 반면 미국팀과 세계연합팀 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은 규모는 크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이벤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은 국가적 이벤트를 위해 희생을 선택했다.

한국에서의 10월은 골프의 황금 시즌으로 통한다. 이 때는 화창한 가을 날씨 속에 대회가 열려 악천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런 황금 시즌을 양보하고 7월로 대회 일정을 옮긴 하이트진로 측은 결국 폭우로 2라운드를 취소하는 진통을 겪었다. 4라운드 72홀 경기가 54홀 경기로 축소될 경우 타이틀 스폰서 측은 홍보 기회의 4분의 1을 날리는 셈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또한 폭우가 쏟아진 24일 비가 그친 후 경기 강행을 주장할 수도 있었으나 과감하게 이를 포기했다. 그 결과 모처럼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재충전했고 남은 이틀간 수준 높은 경기로 보답했다.

만약 하이트진로그룹이 대회 일정을 양보하지 않았다면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방송 중계가 문제였다. 2015 프레지던츠컵의 중계권을 갖고 있는 SBS가 KLPGA투어의 주관 방송사이기 때문. 두 대회의 일정이 겹칠 경우 SBS는 편성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KLPGA와의 계약상 골프 전문채널인 SBS골프를 통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매일 5시간씩 생중계해야 했다. 그렇다고 세계적인 선수들이 출전하는 2015 프레지던츠컵 중계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SBS가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 채널이나 경제 전문채널로 프레지던츠컵 중계를 분산시킬 수는 없었다. 그런 곤란한 상황에서 하이트진로 측의 양보로 두 대회 모두 원만하게 중계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하이트진로그룹과 박 회장의 마음 씀씀이에 박수를 보낸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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