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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타이거 우즈와 한국여자오픈 기권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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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타이틀인 기아자동차 제29회 한국여자오픈에서 무더기 기권 사태가 나왔다. 사진은 경기 장면.<사진 제공=KLPGA>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제115회 US오픈에서 이틀간 16오버파를 치며 예선탈락했다. 열망하던 메이저 우승은 이번에도 무위에 그쳤다. 골프 팬들의 뇌리에는 2008년 US오픈 때 토리 파인스에서 보여준 우즈의 맹렬한 우승 의지를 기억한다. 왼쪽 무릎이 망가진 상황에서 베테랑 로코 미디에이트를 상대로 거둔 역전우승은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우즈가 당시 보여준 불굴의 의지는 골프 역사에 아로 새겨져 있다.

우즈의 이번 US오픈 결과는 참담하다. 이틀 합계 156타는 생애 최악의 36홀 성적이다. 출전선수 156명중 공동 154위다. 현역 선수중 최다인 14차례나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우즈지만 다음 주 발표될 세계랭킹에서 사상 처음으로 200위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싱글을 치던 아마추어 골퍼가 백돌이로 돌아간 심정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우즈는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경기후 “이런 코스에선 정확하게 플레이 해야 하고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며 “다음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 때는 향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란 멘트를 남겼다. 속 마음이야 어떻든 그의 말 속에서 패배의식이나 자괴감은 찾아볼 수 없다. 도전정신 뿐이다. 우즈는 당초 예정된 경기 일정을 그대로 소화할 것도 이날 함께 밝혔다.

시선을 내셔널 타이틀인 기아자동차 제29회 한국여자오픈으로 돌려 보자. 컷오프가 결정되는 19일 2라운드에서 무더기 기권사태가 나왔다. 허윤경과 이승현, 조윤지, 안근영, 강다나 등 투어의 흥행을 주도하는 선수들이 여러 이유로 경기를 포기했다. 허윤경은 무릎부상, 이승현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여파로 인한 마음의 병, 조윤지는 골반 통증, 안근영은 팔꿈치 부상, 강다나는 손목부상이다. 이런 무더기 기권 사태는 보기 드문 일이다.

하지만 한꺼풀을 벗겨 보면 저조한 성적이 자리잡고 있다. 정말 경기를 못할 정도로 부상이 심해 기권한 선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회장인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은 여자 대회가 열리는 코스중 가장 난이도가 높다. 그리고 지난 4월 롯데마트여자오픈부터 11주 연속 이어진 대회 출전으로 선수들의 피로 누적도 상당하다. 하지만 부상으로 기권했다면 몸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며 컷오프 되느니 일찍 기권하고 쉬자라는 생각이었다면 너무 이기적이다. 어느 쪽이든 프로답지 못하다.

10번홀에서 출발한 허윤경은 12번홀(파3)에서 7타를 치는 등 난조를 보이다 후반 첫 홀인 1번홀에서 경기를 포기했다. 이승현은 12번홀(파3)과 14번홀(파5)에서 각각 트리플 보기를 범하는 등 12오버파를 친 뒤 15번홀에서 기권했다. 조윤지와 안근영은 17번홀까지 각각 3오버파와 6오버파를 치다 코스를 빠져 나왔다. 비교되는 선수는 강다나다. 강다나는 전반에 2오버파를 기록한 뒤 후반 12~15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더블보기-더블보기-더블보기를 범하는 등 51타를 친 후 기권했다. 컷오프가 결정됐지만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3인 1조로 경기한 이날 같은 조에서 기권한 선수가 나오면 나머지 2명은 피해를 본다. 앞 팀에서 3명이 플레이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져 스윙 리듬과 템포를 유지하기 힘들다. 팬들도 아쉽다. 고정 팬이 있는 유명선수들이라 그들의 경기를 보러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들은 발길을 돌려야 한다. 거금을 들여 대회를 주최한 타이틀 스폰서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기권한 선수들의 진정성은 다음 주 열리는 비씨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대회에서 멀쩡히 경기한다면 눈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청라(인천)=헤럴드스포츠 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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