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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은중독의 편파 야구 Just For Twins!] 장진용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25일 경기 결과: LG 트윈스6 ? 2 NC 다이노스

“아프지 않아서 행복하다”고 했던 장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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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데뷔 이후 감격의 첫 선발승을 올린 장진용. 그는 이날 72구의 공을 던지며 5이닝 1실점으로 다이노스의 막강 타선을 막아냈다.

지난해 5월 장진용이 마침내 1군에 콜업됐다. 흔한 일 중 하나인 2군 선수의 1군 콜업에 ‘마침내’라는 부사를 사용하는 이유는 그가 단지 2년 연속 퓨처스 북부리그 다승왕 출신이어서만이 아니다. 장진용은 2004년 1차 지명으로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은 기대주였다. 하지만 그는 선수 생명을 위협받았던 여러 차례의 부상을 겪었고, 결국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타자 전향까지 시도했던 선수였다. 야구선수로서 겪을 수 있는 굴곡은 모두 겪은 불운의 투수가 바로 장진용이었다.

지난해 장진용이 1군무대에서 처음 상대한 타선은 막강 홈런군단 넥센 히어로즈였다. 그는 1이닝을 던졌고 박병호와 강정호를 모두 잡아냈다. 하지만 트윈스는 당시부터 워낙 두툼한 투수진을 자랑했던 탓에, 그가 설 자리가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당시 새로 부임한 양상문 감독은 철저한 투수진의 분업화로 무적 불펜 건설의 초석을 다지고 있었다. 140km를 채 넘지 못하는 구속의 장진용은 선발이 아니면 롱릴리프 외에 별다른 보직을 받기 어려웠다. 그가 결국 2군으로 내려갈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자 장진용은 예의 그 조용하고 차분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이제 더 아프지 않아서 행복합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장진용은 서른을 앞두고 있는 '노(老)망주'다. 입단 이듬해인 2005년 빼어난 제구로 트윈스 선발의 한 축을 맡았지만 경기 도중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당하며 시즌을 접었다. 이후 구속이 심각할 정도로 떨어지면서 2군에서도 그저 그런 선수가 됐다. 2009년 상무에 입대한 뒤 장진용은 야구에 새로 눈을 떴다. 그는 130km대 느린 직구를 홈플레이트 좌우 폭을 크게 활용하는 빼어난 제구로 극복하며 2년 연속 퓨처스 북부리그 다승왕에 올랐다. 그러나 불행은 그를 아직도 놓지 않았다. 제대 이후 1군 진입을 노리던 2011년 치명적인 팔꿈치 부상으로 야구선수 인생의 가장 큰 위기를 맞는다. 미국에서조차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진단했을 정도의 큰 부상이었다.

장진용은 결국 투수 생활을 포기하고 타자 전향을 결심한다. 20대 후반에 내린 중대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타자로 전향한 이후 팔꿈치 통증이 줄어들었다. 120km대까지 떨어졌던 구속도 다시 130km 후반대로 올라왔다. 그해 가을, 그는 타자 전향을 포기하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 류제국, 우규민 두 선발투수의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뚫리면서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선발 로테이션에 들었지만 장진용은 여전히 5명의 선발투수 중 가장 하위 순위에 이름을 올린 투수였다. 비로 경기가 취소되기라도 하면 그 주의 로테이션을 쉬는 투수는 장진용이었다. 3, 4 선발을 맡고 있는 임지섭이나 임정우 등 젊은 투수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던졌다. 이날 시합 전까지 그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모두 네 차례 등판했고 2점대의 빼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9일 대전 한화전에는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5⅓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지만 역전패로 빛이 바랬다.

그런 장진용이 마침내 25일 승리의 기록을 움켜쥐었다. 데뷔 이후 첫 선발승, 3,660일 만의 감격적인 승리라는 자막이 TV화면에 비췄다. 하지만 그는 온화한 미소만 지었다. 5회말 1사 1, 2루 위기를 박지규의 호수비로 마무리지었을 때에도, 그 흔한 환호 한번 지르지 않고 차분히 마운드를 내려왔던 그다. 장진용은 물론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을 것이다.

필자는 그가 울지 않아주어서 고마웠다. 그가 지나치게 감격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왜냐하면 오늘의 승리가 3,660일만의 감격적인 승리로 그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는 25일 장진용이 따낸 승리가 ‘그가 데뷔 이래 처음으로 올린 선발승’이 아니라 ‘앞으로 그가 올릴 무수히 많은 승리 중 첫 승리’로 기록되기를 원한다. 참고 또 참으며 묵묵히 기회를 기다렸던 장진용의 화려한 첫 출발이기를 바란다. 그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던질 수 있는 행복한 투수이기를 소망한다. 장진용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트윈스 팬들에게 가슴 먹먹한 감동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오늘의 한 장면? 박지규의 슈퍼 세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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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말 장진용의 선발승을 지켜내는 수퍼 캐치를 선보인 트윈스의 2루수 박지규.

트윈스의 팬으로서 장진용의 감격적인 역투가 이어지면서, 가장 긴장하며 시합을 지켜본 순간은 5회말이다. 이미 스코어는 6대 1로 벌어졌다. 이 이닝만 막으면 장진용은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보통 비극은 이런 시점에서 시작된다. 잘 던지던 경험 없는 선발투수가 승리투수 요건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5회말 갑자기 흔들리는 것은 한 두 번 보아온 장면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장진용은 2루타와 사구를 내주며 1사 1, 2루의 위기에 몰렸다. 바로 이때 신인 2루수 박지규의 슈퍼 캐치가 나왔다. 그는 강한 타구를 백핸드로 걷어낸뒤 몸을 던지는 언더토스로 1루주자를 잡았다. 그가 이 처리를 조금만 늦게 했더라도 발빠른 타자주자 박민우까지 1루에서 잡아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박지규는 그 어려운 동작을 한 치의 오차 없이 훌륭히 수행했다. 반드시 지켜주고 싶었던 선배 장진용의 승리를 이 신인 2루수가 훌륭히 지켜낸 것이다.

강한 팀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감격의 첫승을 기대하는 선발투수가 마운드에 있다면 수비수들이 그를 지켜줘야 한다. 함께 한 마음으로 승리를 위해 달려나가야 한다. 25일 트윈스는 마치 ‘한 몸’이 된 듯 기민했고, 장진용의 첫승을 지켜줄 수 있었다. 박지규는 이날 안타를 하나도 때려내지 못했고 중계 실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5회말 그 슈퍼 캐치 하나로 트윈스의 팬들에게 소중한 기억을 선물했다. 2015년 4월 25일 5회말 박지규의 수비는 트윈스의 팬들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이다.

*수은중독: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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