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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트로에 취하다] ③모뎀족의 일상 속 레트로와 뉴트로
어느 시대든 ‘레트로(retro)’는 존재한다. 현재는 지나는 순간 과거가 되고, 과거는 누군가의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기억을 끄집어내는 데서 더 나아가 옛 것을 재해석한다면 그것은 문화가 된다.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뉴트로(new+retro)’는 복고에서 더 나아가 젊은 층을 사로잡은 ‘힙한 감성’이다. 제품이나 공간, 의식주부터 시작해 대중문화까지 우리의 생활반경 곳곳에 퍼져있는 이 트렌드, 과연 레트로와는 어떻게 다를까? 뉴트로의 모습과 젊은 세대가 뉴트로를 즐기는 법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도서 ‘미세유행 2019’에서는 ‘모뎀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책에 따르면 ‘모뎀족’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 사이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당시는 ‘모뎀’을 활용해 ‘PC통신’에 접속하던 시절이었다.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필자는 모뎀족이다. 아날로그의 정취가 완전히 사라지려고 하는 시대의 끝자락, 수많은 변화들을 맛봤다. 예를 들어 테이프를 열심히 수집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레코드샵에 가도 “이제 CD밖에 안 나온다”는 말을 들었던 식이다. 곳곳을 돌아다니며 겨우 테이프의 흔적을 찾곤 했지만 결국 나중에는 더 이상 테이프를 구매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인지 뉴트로 열풍이 온 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요즘, 기분은 무척 새롭다.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낯설고, 낯설지만 흥미로운 것들 투성이다. 당시 사용했던 것들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 오히려 그 이전 세대의 것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경험도 몸소 겪었다. ‘모뎀족’ 필자가 느낀 레트로와 뉴트로의 경계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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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 카세트테이프: 떠오르는 추억 vs 소장 욕구 폭발

고백하자면 필자는 90년대 아이돌의 열렬한 팬이다. 그들이 새 앨범을 낼 때마다 바로 레코드점에 달려가 카세트테이프와 브로마이드를 껴안고 집에 돌아왔다. 그 날은 방바닥에 누워 가사집을 펴들고 마이마이로 신곡들을 듣는 날이었다. 지금이야 노랫말이 음원 사이트를 통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그때는 ‘우리 오빠들’ 얼굴 사이에 새겨진 가사의 기록들을 소중히 여겨야만 했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흐른 지금, 간혹 열심히 모았던 카세트테이프를 보면 그때의 풋풋한 기억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진다. 다만 그뿐이다. 오빠들 음악은 온라인 음악 사이트를 통해 듣는다. 그 시절 음향으로 노래를 즐기고 싶긴 하지만 조금은 번거로울 것 같다. 게다가 지금은 ‘에어팟’이라는 신문물을 염원하고 있는 중인 지금, 마이마이를 다시 구한다고 해도 가끔씩만 사용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카세트테이프 자체를 멀리하게 된 건 아니다. 레트로한 물건들을 파는 숍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오는 마이마이와 카세트테이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분명 똑같은 카세트테이프인데 왜 이리 예뻐 보이던지. 마치 화보 속 나오는 물건들 같아 소장이라도 하고 싶어졌다. 지금은 화려한 카세트테이프 디자인에 QR코드로 음악을 듣는 형태의 앨범까지 나오니, 취향수집용으로라도 ‘겟’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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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 카메라: 소중한 기억의 폴라로이드 vs 화질저하에도 끌리는 필름카메라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처음 선물 받았던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소중한 사람이 수줍게 건넸던 선물로 소중한 추억들을 남겼다. 기기값보다 필름값이 더 나가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아무리 밝은 곳에서 찍어도 새카맣게 나와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당시 휴대전화 카메라 화질도 지금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고 그때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더 특별해 보였다.

그런가 하면 사실 필름카메라는 부모님이 나를 찍어주던 용으로 쓰셨던 기억은 나지만 직접 사용해본 적은 거의 없다. 필름을 갈아 끼우고 인화를 하러 가는 게 번거로울 듯 했고, 화질 또한 좋지 않아 끌리지 않았다. 물론 폴라로이드 카메라 역시 인화과정을 빼면 화질 등 면에서 필름카메라와 비슷하지만 왠지 모르게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더 멋지고 기념비적이어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나서서 필름카메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오히려 빛이 들고 노이즈가 생기는 필름카메라 특유의 화질이 편안하고 정겨워 보인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다시 꺼낼 생각도 해봤지만 골동품처럼 멋진 연식을 지닌 제품이 아닌 이상 왠지 조금은 촌스럽게 느껴진다. 필름 한 통을 쓰고 나서야 인화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순간순간 달라지는 색감도, 흉내 내서는 따라잡을 수 없는 클래식한 디자인도 이제는 모두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같은 추억을 담는다면 이제는 필름카메라를 주저 없이 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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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올리브채널 화면 캡처)



■ 양갱: 어른의 간식 vs 카페에서 먹는 디저트

‘양갱’이라는 간식을 떠올리면 굳이 찾아서 먹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왠지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 활동을 했던 대학생 때는 양갱 말고도 예쁜 카페나 인터넷에서 파는 비싼 디저트들이 수두룩해 관심을 둘 일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 망원동에 위치한 한 양갱가게를 알게 됐다. 이곳은 평소 생각하던 금박에 두텁게 쌓인 양갱의 이미지를 와장창 깼다. 빈티지한 갈색 가구들이 놓인 인테리어 사이로 하얀색 유산지에 곱게 싸인 양갱이 눈에 들어왔다. 맛도 팥뿐만 아니라 단호박, 흑임자, 녹차 등을 이용한 다양한 종류가 있다. 사장님이 손수 만든다는 양갱은 참 소담하고 맛깔스러워보였다.

양갱을 보고 처음 느껴본 감정(?)에 이곳저곳 양갱가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의외로 양갱을 판매하는 곳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올리브채널 ‘밥블레스유’에 찜해놨던 가게가 나와 놀랐다. 그만큼 수제양갱이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걸 실감하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양갱은 고리타분한 간식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양갱은 색다른 티타임을 갖고 싶을 때 종종 생각나는 신선한 디저트다.



[뉴트로에 취하다] ①트렌드 넘어선 생활방식? 뉴트로의 새로운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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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에 취하다] ③‘모뎀족’ 기자, 일상에서 레트로vs뉴트로 찾기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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